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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해고’ 요구 의혹이 불거져도 우린 모른다?[기자수첩] 민주주의·언론자유 위협하는 의혹 나와도 ‘침묵’하는 언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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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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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1  16:57:18
수정 2018.11.21  17: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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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1일) 오후 5시 기준으로 포털에서 ‘방상훈’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많은 기사가 검색됩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어제(20일) 오마이뉴스가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은 단 2건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기사를 포함한 수치입니다. 오마이뉴스를 제외하곤 미디어오늘의 후속 보도가 전부입니다. 

물론 타 언론사 단독보도를 무조건 인용해야 하는 ‘기준이나 원칙’은 없습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보도가 ‘박근혜 청와대’에서 ‘기자 해고’를 요구한 의혹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언론의 ‘침묵’은 선뜻 이해가 안 갑니다. 

   
▲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오마이뉴스 기사 캡처>

입만 열면 ‘언론의 자유·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는 언론…정작 언론자유 침해 상황에 대해선 침묵 

전체 언론계가 나서서 진상 파악 등을 요구해도 모자랄 판인데 ‘쉬쉬’하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기자 해고’ 요구 의혹이 불거져도 우린 모른다는 차원일까요? 이래놓고 한국 언론은 틈만 나면 ‘언론자유’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합니다. 부끄러운 한국 언론의 또 다른 자화상입니다. 

저는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내용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보도 핵심은 지난 2016년 9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고위인사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정농단 사건 등을 보도한 기자들을 해고하라고 요구했다는 겁니다. 관련 진술은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실 ‘조선일보 기자 해고 요구’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선 2016년 당시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해고 요구가 제기된 시점이 2016년 9월인데요. 이 시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때문에 박근혜 청와대와 조선일보 갈등이 전면화됐을 시기입니다. 

당시 조선일보는 2016년 7월18일자 1면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처가 부동산을 넥슨코리아가 매입해줬다고 보도합니다. 그리고 진경준 전 검사장이 양측 거래를 알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당시 우병우 전 수석은 조선일보와 당시 보도한 기자들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죠. 

   
▲ 조선일보 2016년 7월 18일자 1면 ⓒ 조선일보PDF
   
▲ 조선일보 2016년 7월 21일자 1면 ⓒ 조선일보PDF

그리고 한달 뒤인 2016년 8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비리 의혹을 폭로합니다. 양쪽의 공방이 벌어졌지만 송희영 전 주필은 조선일보를 떠나게 됩니다. 당시 언론계에선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 보도가 위축 혹은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 2016년 8월29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박수환 게이트’에 연루된 유력 언론인이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라고 밝히고 있다. 김 의원은 “해당 언론인이 그 출장에서 유럽 왕복 1등 항공석을 제공받고 하루 3340만원짜리 요트 항해를 즐기는 등 총액 2억원 이상이 든 관광을 즐겼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언론인의 부인이 이에 앞서 당시 산업은행장의 부인과 함께 대우조선의 선박 명명식을 주도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일련의 상황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당시 ‘박근혜 청와대’와 조선일보 관계는 최악이었습니다. 

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해고 요구는 이런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이 자체만으로도 진보·보수를 떠나 전체 언론계가 진실규명을 요구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봅니다. 

조선일보의 ‘우병우 보도’ 이전까지 박근혜 정부와 청와대는 특수한 관계라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조선일보조차도 ‘박근혜 청와대’에 밉보이면 기자 해고를 요구받을 수 있는 상황 -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는 다른 언론이 이 문제를 적극 보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사 기자 해고 요구’ 의혹 불거졌지만 조선일보도 보도하지 않아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지금까지 보도는 2건에 불과합니다. 가장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은 자사 기자에 대한 해고 요구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조선일보는 이 문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진동 전 사회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박근혜) 청와대에서 기자 해고를 요구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의 대화 내용도 공개를 했는데요. 이진동 전 부장은 “올해 3월 초에 국정농단 사건을 정리한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가 나온 후, 방상훈 사장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방 사장이 ‘(청와대로부터) 사표 압박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수용할 수 없었다’” - 이렇게 말했다는 게 이진동 전 부장이 밝힌 내용입니다. 

당시 해고 요구를 받았던 조선일보 기자는 ‘금시초문’이란 입장입니다. 이진동 전 사회부장 진술과 엇갈리는 대목이죠. 저는 기자들 진술이 엇갈린다면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검찰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일단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검찰의 행보와는 별도로 조선일보 내부에서 방상훈 사장에게 해당 주장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주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문제를 제대로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는 또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장이 해고 요구를 ‘무마’했기 때문에 괜찮다? 만약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면 상당히 나이브한 태도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청와대가 언론사 취재 보도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나왔고 기자 해고까지 요구했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매우 심각한 범죄행위입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별다른 대응이나 입장 표명없이 가만히 있는다면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저는 과연 그런 언론사가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조선일보의 침묵이 이해가 가지 않고, 한국 언론의 침묵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2016년 5월17일 박근혜 대통령, 방상훈(오른쪽) 조선일보 사장 등 참석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 축하공연을 보며 박수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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