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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주 갑질’에 너무나 관대한 한국 언론[기자수첩] 대한항공 ‘갑질’은 대서특필…TV조선 사주 ‘갑질’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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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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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9  08:28:46
수정 2018.11.19  08: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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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항공산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사망이나 실종 등 중대 인명 사고를 냈을 경우 신규 운수권 입찰 자격을 최대 2년 박탈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총수 일가를 포함한 항공사 임원이 이른바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일정 기간 새 항공노선 배정을 신청하지 못하고 임원 재직도 금지됩니다. 사회적 물의에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을 비롯해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미투 논란 등도 포함됩니다. 

‘땅콩 회항’ ‘밀수 의혹’ 등 항공사의 비정상적 경영 행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조치인 셈입니다. 

‘갑질’로 물의 일으키면 임원 재직 등 금지 … 언론사 사주가 ‘갑질’하면? 

관련 내용을 지난 15일자 B2면에서 보도한 동아일보는 국토부의 이 같은 조치를 비판했더군요. 

“‘땅콩 회항’ ‘밀수 의혹’ 등 항공사의 비정상적 경영 행태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진 데 따른 조치지만 개인의 잘못을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는 게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며 약간 비틀었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사주 리스크’ ‘경영진 리스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동아일보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항공사 뿐인가요. 다른 기업들 역시 비슷한 기준이 적용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공적인 책임을 강조하는 언론사도 예외가 될 순 없습니다. 

오히려 언론사에서 ‘사주 갑질’ 의혹이 제기되면 더 큰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지난 16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내용은 문제가 심각하다고 봅니다. ‘조선일보 사주일가에서 일하다 최근 해고당한 운전기사’ 사연이 소개됐는데 해당 운전기사는 MBC 기자에게 “온갖 허드렛일을 한 것은 물론이고 치욕스러운 폭언과 폭행까지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운전기사는 지난 7월 말부터 TV조선 방정오 대표의 집에서 운전기사로 일했는데 자녀들의 등하교, 사모 수행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문제는 운전만 한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MBC 보도에 따르면 “구두도 닦았고 마트 가서 장도 보고 세탁소 가서 옷도 찾아오고 여기저기 송금할 때는 먼저 자기 돈으로 부친 뒤 나중에 받는 일도 많았다”는 게 운전기사의 주장입니다. 

심지어 사주 일가의 초등학생 딸에게 수모까지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때리기도 하고 막 귀에 대고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심지어 (운행 중에) 핸들까지 꺾었다”는 겁니다. 운전기사는 자칫 사고라도 나면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까 두려워 녹음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초등학생 딸이 해고하겠다는 말까지 했다는 게 운전기사의 주장입니다. 

물론 나중에 운전기사의 녹음 파일을 들은 사주 일가가 자신의 초등학생 딸에게 사과를 하도록 했지만 사과 이후 녹음을 지우라면서 사실상 해고 통보를 합니다. 사과를 하고 해고를 통보했다 …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TV조선 사주의 갑질 … ‘갑질’로만 볼 수 없는 이유 

사실 ‘이번 사건’은 언론사 사주 일가의 갑질 성격이 강하지만 ‘다른 측면’도 있습니다. MBC 역시 이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해당 운전기사는 TV조선 방정오 대표 집안의 사적인 일을 했는데도 디지틀조선일보가 월급을 지급했다는 점입니다. 

MBC는 “인터넷에 올린 채용공고에는 방 대표의 장충동 자택에서 자녀 2명의 학교 학원 등하교 사모의 점심 저녁 약속 수행이라며, 횡령죄의 증거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버젓이 적어놨다”고 보도했습니다. 

횡령 사건이 하도 많이 발생하는 대한민국이라 이제 많은 국민들도 “개인 기사의 급여를 회사가 지급하게 했다면 배임죄 내지 횡령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법률 상식은 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틀조선일보는 MBC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운전기사가 방정오 대표와 가족들을 협박하려는 동기를 가지고 대화를 불법적으로 녹음한 것”이라며 “(운전기사를) 해고한 것은 ‘차량 청결 유리 관리 및 근무 태도가 미흡’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MBC가 보도한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부인을 하지 않은 채 ‘동기의 불법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기업 갑질은 대서특필 … ‘언론사주 갑질’에 침묵하는 한국 언론

또 방 대표 가족들에게 불법적으로 운전기사와 차량을 제공한 것에 대해선 ‘사적 부분에서 (운전기사의) 도움을 받은 경우도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 기사의 급여를 회사가 지급하게 한’ 잘못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MBC가 ‘단독 보도’를 하긴 했지만 포털을 비롯해 타 언론사들의 무관심 속에 묻혔습니다. MBC 보도 이후 관련 내용을 인용 보도한 매체는 두 곳 정도에 불과합니다. 

기업 갑질은 각종 후속보도와 어뷰징까지 하면서 대서특필했던 언론이 언론사주 갑질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하고 있습니다. 과거 광고 때문에 ‘기업갑질’에 대해서도 주목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그나마 나아진 거라고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총수 일가를 포함한 항공사 임원이 이른바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 일정 기간 새 항공노선 배정을 신청하지 못하고 임원 재직도 금지되는 ‘기준’”을 방송사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심사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려면 다른 언론사들의 적극적인 보도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침묵입니다. 동업자 봐주기인 걸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요. 유력 정치인이 ‘이런 갑질’을 했다면 아마 상당수 언론이 대서특필 했을 겁니다. ‘언론사 사주 갑질’에 너무나 관대한 한국 언론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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