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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의 현장에 ‘다른 참사’ 유족이 있었다정혜윤 CBS PD ‘세계의 유족·생존자들’ 르포 취재…CBS에서 12일부터 15일까지 연속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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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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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2  08:07:08
수정 2018.11.12  09: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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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화재 생존자들, 다시 고시원으로···옮긴 곳도 화재 ‘허술’> 

경향신문이 11일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이른바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 생존자들이 ‘다른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그곳 역시 화재에는 허술하다는 내용입니다. 경향신문은 “다시 옮겨간 고시원은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라면서 “이주한 곳도 안전 사각지대”이고 “창문도 없고, 완강기는 고장”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고시원 화재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때마다 언론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정부 또한 대책 마련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그때 뿐입니다. ‘화재참사’라 불릴 정도의 끔찍한 사건도 여러 번 있었지만 대책 마련 요구는 당시에만 나올 뿐 시간이 지나면 잊혀집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숱하게 발생했던 화재·사고·대형 참사에서 우리는 여전히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유가족에 대한 배려, 생존자에 대한 처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 냉정히 말해 이런 ‘모든 것’에서 우리는 여전히 사고 이전 상황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재난의 경험을 소중한 자원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오늘(12일)부터 CBS(오후 7시25분-50분)에서 연속기획으로 방송되는 ‘남겨진 이들의 선물’은 수많은 참사에도 여전히 교훈을 얻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을 제작한 정혜윤 CBS PD는 “아직 우리나라는 재난의 경험을 안전한 사회를 위한 소중한 자원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적고, 여전히 유족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과거가 아무리 고통스러운 것이라도 미래를 만드는 데는 과거가 필요하다”면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변화에는 가장 핵심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유족들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려는 고통스러운 노력을 했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의식은 정혜윤 PD를 세월호 참사 유족은 물론 대구 지하철 참사, 화성 씨랜드 사고, 태안 해병대 캠프 유족 그리고 천안함 생존자를 직접 인터뷰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참사가 발생한 ‘이후’ 생존자와 유가족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정혜윤 PD는 9,11 유족, 파리 테러 유족,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 생존자, 플로리다 파크랜드 생존자, 에어프랑스 추락사건 유족 등 세계의 유족·생존자들을 직접 만나서 취재했습니다. 

오늘(12일) 방송될 ‘유족 9·11’편은 유경근 세월호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의 행보를 주목합니다. 2016년 유경근 위원장은 유럽으로 가서 각국의 재난 참사 가족들을 만납니다. 당시 유 위원장은 프랑스에서 재난 참사 피해자 협회 연대 (FENVAC·펜박)이라는 단체의 관계자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펜박’이 하는 일은 재난을 당한 사람이 재난현장에 ‘출동’하는 겁니다. 일종의 ‘유족 911’인 셈입니다. ‘펜박’은 국가와 협약을 맺어서 국가의 이름으로 파견됩니다. 프랑스가 정부 차원에서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재난을 당한 당사자들이 재난을 당한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 <사진=정혜윤 CBS PD제공>

프랑스가 ‘유족 911’ 펜박을 국가 차원에서 파견하는 이유 

수많은 참사가 발생했지만 ‘이런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만들지 못하고 ‘우리 현실’과 상당히 대조적입니다. 

13일에 방송될 ‘세월호에 출동한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들’과 ‘화성씨랜드 유족’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조용히 팽목항에 나타난 이유를 소개합니다. 끔찍한 참사를 경험했지만 우리 사회는 이들 유족들을 제대로 주목한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왜 팽목항으로 향한 걸까요? 지나간 세월 동안 그들이 삶을 견뎌내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14일 ‘파리의 천안한 병사’편에서는 천안함 생존자 최광수씨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천안함 사태’ 이후 프랑스로 유학을 간 그는 ‘떼제베 탈선사고’를 보며 한국과는 다른 ‘대처방안’을 보게 됩니다. 사고 현장에 심리 치유팀이 파견되었다는 것을 뉴스를 통해 본 최씨는 ‘한국에도 그런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발견하게 된 ‘펜박’이라는 단체. 2015년 파리테러가 발생했을 때 파리테러 유가족들은 ‘펜박’의 도움을 받습니다. ‘펜박’은 재난현장에 출동할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의견을 듣고 피해자를 대변하고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모임을 조직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펜박’은 재판과정에 동행하고 전 피해자와의 주기적 만남을 마련하고 적절한 지원과 보상을 받도록 돕습니다. 

‘펜박’을 만든 사람들은 프랑스 정부가 아니라 1980년대와 90년대에 재난을 당한 가족들이었습니다. 당시엔 프랑스에서도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제도는 없었습니다. 프로그램을 제작한 정혜윤 PD는 “먼저 재난을 당한 사람들이 그런 단체를 만들었기 때문에 2000년대 이후 재난을 당한 사람들은 고립된 채 비극 속에 평생 머물러 있지 않게 되었다”고 강조합니다. 

천안함 생존자인 최광수씨 역시 자신의 삶을 회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 지 질문을 던집니다. 

마지막 편인 4부 ‘희생자 생존자 변화를 만드는 자’에선 9·11유족이 생각하는 희망. 그리고 콜럼바인 생존자들이 스스로 만든 희망 그리고 플로리다 총기난사 사건의 고등학생 등이 생각하는 희망에 대해 묻고 고민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 <사진=정혜윤 CBS PD제공>

참사와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위한 제도적 지원책…이젠 필수다! 

이번 연속기획을 제작한 정혜윤 PD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살면서 거의 모든 사람은 두 가지 일을 겪는다. 사랑과 죽음이다. 그 중 사랑하는 누군가의 죽음은 사람을 두 번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없게 만든다. 이 일을 가장 비극적으로 겪은 유족들이 혼돈 속에서 삶을 ‘견디고 서로 돕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하다. 

그들이 잃어버린 것 -사랑하는 사람, 가치, 삶의 의미- 버려진 느낌, 고독, 고통은 우리 모두에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든 상실, 슬픔, 죽음, 고통은 어떻게든 우리를 찾아온다. 

이들은 끝까지 용기있게 진실을 감당했고 무력한 희생자에서 타인의 슬픔을 이해하는 사람, 변화를 원하는 사람, 변화를 만들 수도 있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들이 약함에서 강함으로, 힘없는 사람에서 힘 있는 사람으로, 무력한 사람에서 꼭 필요한 사람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가 가장 강할 때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강할 때, 우리의 가장 좋은 부분은 우리의 미래가 더 낫게 바뀌길 원한다. 우리가 강할 때 우리는 자기 인생을 체념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명예롭게 만들 줄 안다. 사랑한다는 것의 핵심에는 사랑의 힘으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데 있다. 유족들이 사랑의 힘으로 만들려고 하는 세상이 어떤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함께 들었으면 좋겠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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