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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수사 당사자 글이 고언? 조선일보 편파 사설[기자수첩] 사법개혁에 저항하는 세력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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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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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1  09:30:23
수정 2018.11.01  09: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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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중앙지법 <자료사진=뉴시스>

“판사 경력 30년가량의 고위 법관들이 검찰의 고질적인 수사 악습(惡習)에 대해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고법 김시철 부장판사는 내부 게시판에 ‘검찰이 범죄 사실과 관련이 없는 이메일을 별건(別件) 압수했다’ ‘유효 기간이 지난 압수수색 영장으로 위법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김 부장판사는 '판사 압수수색에서조차 위법성이 명백한 수사를 한다면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에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오늘자(1일) 조선일보 사설 가운데 일부입니다. 최근 고위법관들이 법원 내부게시판에 검찰의 수사 악습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있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제목이 <고위 법관들의 고언 이제야 나오나>입니다. 

사법농단 수사 당사자의 글이 고언? … 조선일보의 노골적인 ‘편파 사설’

재밌습니다. 그동안 일반 국민들이 수사나 재판을 받을 때 ‘비슷한 문제점’이 불거졌고 그때 인권시민단체들은 개선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럴 때 사법부 아니 고위법관들은 어떤 태도를 보였나요? 조용했습니다. 최근 사법농단으로 인해 사법부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반성이나 사과글을 올린 고위법관 – 저는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법농단으로 사법부가 수사를 받는 대상이 되니까 갑자기 수사관행이 문제라는 식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1일)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소개한 서울고법 김시철 부장판사 글은 문제가 많습니다. 김시철 부장판사는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검찰이 대법원 전산정보센터에 보관된 이메일을 압수수색한 당사자가 바로 김시철 부장판사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받고 있는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사실상의 ‘변론성 글’을 법원게시판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오늘 사설에서 이런 부분은 언급이 없습니다. <고위 법관들의 고언 이제야 나오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맥락을 제거한 채 ‘고언’에만 방점을 찍습니다. 이건 편파적이어도 너무 편파적인 사설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검찰의 칼이 사법부를 향하자 고위법관들이 들고나온 ‘원칙’…이게 원칙인가

조선일보는 최인석 울산지방법원장의 글과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중요한 핵심이 빠져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오늘 사설에서 최인석 법원장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남발하는 검찰과, 인사권자와 대중의 눈치를 보면서 이를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법원을 동시에 비판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또 “검찰을 무소불위의 ‘빅브러더’로 만들어 준 것은 다름 아닌 법원이다.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라, 좀 민망하지만 이제야 (판사들이) 깨달은 것”이라는 주장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최인석 법원장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사실을 조선일보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최인석 법원장이 임종헌 전 차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부분입니다.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도 있습니다. 그는 지난 10월16일 검찰의 밤샘 조사가 인권 침해라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렸는데요. “잠을 재우지 않고 묻고 또 묻는 건 고문과 다를 바 없다”며 밤샘 수사로 작성된 조서의 증거 능력은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충기 문자 파문’에 연루된 부장판사…조선일보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조선일보에 의해 ‘대서특필’된 강민구 부장판사의 글은 당시에도 논란을 빚었습니다. 그는 평소 지론이라고 했지만 글을 올린 시점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강민구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밤새 조사를 받고 나온 직후 ‘문제의 글’을 올렸습니다. 참고로 강민구 부장판사는 임종헌 전 차장의 고등학교·대학교 동문 선배입니다. 

사실 강민구 부장판사가 글은 올린 시점도 논란이었지만 ‘이 분’ 자체가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강민구 부장판사는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 사적인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가짜뉴스 단속반’을 통해 언급하기도 했지만 몇 개만 소개를 합니다. 

“잘 계시지요. 인도 사업장 가 있는 제 막둥이 동생이 김 사장의 억압 분위기를 더 이상 못 견디어 해서 이달 중이나 인수인계되는 대로 사직하라 했습니다. 아직도 벙커식 리더십으로 부하를 통솔하는 김 사장이 안타깝습니다. 그동안 진 신세는 가슴에 새깁니다. 강민구 배상”(2016년 6월7일) 

이 문자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근무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친동생의 인사문제를 장충기 사장이 해결해주길 바란다는 취지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문자도 있습니다. 

“장 사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오늘 이마트 장을 보는데 삼성페이가 정책상 막혀 있다 합니다. 뿌리가 같았던 이마트가 이러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강민구 배상”(2016년 1월2일) 

이런 점 때문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강민구 부장판사 글을 비판하기도 했죠. 하지만 당시 조선일보는 강민구 부장판사의 이 같은 ‘이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채 사법부 독립에 영향을 미친다는 식의 프레임만 강조해 도마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영상 캡처>

고위법관들의 고언? 위기감을 느낀 세력들의 개혁 반대 목소리!  

저는 무엇보다 사법농단으로 사법부 불신을 자초한 고위법관들이 ‘현재 상황’에 대한 부끄러움이나 자성 없이 이런 글을 올리는 게 온당한 지 묻고 싶습니다. 물론 수사 과정의 인권 침해 요소를 지적하는 부분은 검찰도 곱씹어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침묵하던 사법부가 왜 지금 갑자기? 조선일보는 고위 법관들의 고언이라고 했지만 저는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그보다는 오늘(1일) 한겨레에 실린 판사 출신 변호사의 다음과 같은 말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임종헌 구속에 충격이 컸고, 특별재판부 도입에 탄핵까지 거론되자 일부 고위법관이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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