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할 서류를 위조했다는 사실, 법원으로서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강 변호사는 사실이 아니라는 뚜렷한 반대 증거도 제출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무죄를 자신했던 근거는 무엇인지 참 의아합니다. 

구속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김부선씨 사건을 맡아 세간의 화제를 모았던 이유는 뭔지(확정 판결은 아니어서 아직 변호사 자격은 유지됩니다만)... 평범한 저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렵네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중인 양지열 변호사는 강용석 변호사가 법정 구속 소식이 전해진 2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와 같은 평을 남겼다. 그리고 25일 같은 방송에 출연, “주변 법조인들은 (강용석 변호사의) 구속을 예상했다”며 법조계의 반응을 전했다. 

▲ '도도맘' 김미나 씨 관련 소송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용석 변호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재판부는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강용석 변호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앞서 강 변호사는 지난 2015년 ‘도도맘’ 김미나씨와 불륜설이 제기됐다. 김씨의 남편 조모씨가 자신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강 변호사는 이를 취하할 목적으로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아 실형에 처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원고인 도도맘 김미나 씨의 전남편인 조모씨가 피고인인 강 변호사의 엄벌을 요구한 것도 참작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변호사는 1심 판결 직후 즉각 항소를 예고했다.   

반면 강용석 변호사의 ‘동료’들은 이런 재판부의 ‘법정구속’ 결정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 변호사가 출연 중이었던 유튜브 방송 가로세로 연구소의 박상후 전 MBC 부국장은 “뭐 이런 것 같지고 법정구속을 하나”며 “어떻게 이런 나라가 다 있나. 변호사를 사문서 위조라니,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함께 방송을 진행하는 김세의 전 MBC 기자 역시 “너무 마음이 아파서 힘들다. 강 변호사 많이 응원해 달라”며 “사법부의 독립을 믿기 때문에 판사들이 정당한 판결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강 변호사와 그의 동료들은 이렇게 2년을 구형한 검찰 구형보다 줄어든 재판부의 1년형 선고 자체만큼이나 법정구속의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헌데, ‘자업자득’과 같은 다수 여론은 물론이요, 양 변호사와 같은 법조인들의 반응은 확연한 차이가 있는 듯 보인다. 사건 관계자인 도도맘 김미나 씨의 전남편 조용제 씨의 법률대리인인 손수호 변호사가 대표적이다. 

▲ 좌로부터 박상후 전 MBC 시사제작국 부국장과 김세의 전 MBC 기자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가로세로 연구소’ 영상 캡처>

강용석의 또 다른 죄, 괘씸죄 

“처음에 저희가 고소할 때요. 강용석 변호사를 교사범으로 고소했어요. 그런데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이건 교사가 아니라 함께 공동정범이다, 라는 판단을 검찰이 내렸고, 그렇게 기소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에 강용석 변호사와 김미나 씨가 함께 공모해서, 역할을 분담해서 여러 가지 서류를 위조하고, 또한 법원에까지 제출한 범죄를 저질렀다, 라는 판단이 나온 거죠.”

24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한 손 변호사는 강 변호사의 유죄 판결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동정범인데, 김미나 씨는 집행유예였고, 강용석 씨는 징역 1년 법정 구속의 차이점은 뭐라고 판단하느냐”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반성”을 꼽았다. 재판부의 판결 취지 그대로 강 변호사가 반성의 여지가 전혀 없다는 점을 재판부가 강력히 고려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손 변호사는 “유죄인데 반성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러 유죄의 증거들이 있음에도 그것을 부인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 이런 부분들이 안 좋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문제점은 또 있었다. 이미 여러 법조인들의 지적대로, 자신이 연루된 사건의 변호사 신분으로 사문서 위조를 저지른 것 외에 괘씸죄가 적용됐을 가능성 말이다. 손 변호사는 또 이렇게 설명했다. 

“변호사가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더 큰 비난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더해서 하나 또 오늘도 재판부가 이런 말도 했습니다. 소 취하 소를 위조해서 제출한 거잖아요? 제출을 법원에 했습니다. 법원에 실제로 접수가 됐어요. 그래서 소 취하한 것으로 전산처리가 일시적으로 됐어요. 그런데 그것을 본 당사자가 이게 무슨 일이야, 라고 항의해서 결국은 이게 효력을 상실한 것이거든요. 이게 법원을 속이기 위해서 한 행동이다, 그리고 법원이 잠깐 속기도 했고요.” 

정리해 보자. 변호사가 소송취하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전산처리까지 됐다. 하지만 변호사가 공동정범으로 위조한 문서였다. 공동정범인 ‘도도맘’은 반성의 여지를 보여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피고인 강용석은 정반대였다. 게다가, 그 피고인이 현직 변호사였다. 재판부가 법정구속형을 내린, 법조계에서도 실형을 예상한 배경은 이랬다. 하지만, 여론재판의 핵심은 또 조금 달랐던 것 같다. 

‘고소왕’이자 ‘트러블메이커’의 자업자득 

“대한애국당의 대표이자 3선 의원인 조원진 대표와 방미성과와 함께 친중논란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조원진 대표가 정의하는 반미주의자들과 문재인 좌파독재정권의 장기집권 음모에 대해 소상히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 강용석 변호사가 가로세로연구소 방송을 홍보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다. 실형과 구속을 예상했든 못 했든, 그와 상관없다는 듯 강 변호사는 자신의 방송 홍보와 정권 비판 등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다르지 않다. 강 변호사의 구속 직후 세간의 화제를 모은 배우 김부선의 변호 여부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그간 강 변호사가 보여준 당당함 혹은 준비된(?) 안일함 말이다. 강 변호사가 법조계에서 회피했다던 김부선의 변호를 맡은 것 자체가 스스로 구속을 예상했든 안 했든 시쳇말로 ‘어그로’를 끌어서라도 자신의 입지를 세우겠다는 의지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여배우 스캔들’ 의혹을 제기한 배우 김부선 씨가 지난 9월 14일 오후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로 법률대리인 강용석 변호사와 함께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미소짓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강 변호사를 법정구속으로 이끈 사건의 시작도 엇비슷했다. 사문서 위조를 했을지언정, 아니 그보다 앞서 불륜설에 휩싸였을 당시부터 그는 ‘거짓말’로 일관했더랬다. <썰전>을 비롯해 다수의 방송 출연으로 주가가 한창 올랐던 때였다. 그 거짓말의 결과가 바로 ‘영어의 몸’인 셈이다.  

돌이켜보면, 자업자득이란 표현이 안성맞춤일지 모르겠다. 하버드 법대 출신의 국회의원 신분으로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으며,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하며 ‘고소왕’에 등극하기까지 했다. 

이를 바탕으로 <썰전> 등 방송 출연으로 입지를 넓혀가던 와중에 불륜설로 방송에서 모두 하차했고, 그 이후엔 보수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자 역시나 트러블메이커를 자청해왔다. 괘씸죄와 거짓말, 무엇보다 사문서 위조까지 모두 그가 자처한 일이다. 2심에서 또 다시 법정 투쟁을 벌이게 된 ‘자업자득’ 강용석. <썰전>에서 종종 그가 밝혔던 ‘대통령의 꿈’은 그저 한낱 꿈으로 남을 듯 하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