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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 때문이라는 조선일보[기자수첩] 대체 조선일보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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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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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8  08:23:20
수정 2018.10.08  14: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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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욱일기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일본 배우 구니무라 준(63)이 일본 해상자위대의 국제 관함식 욱일기 게양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서다. 구니무라는 영화 ‘곡성’에 나왔던 배우로 한국에도 얼굴이 꽤 알려져 있다.” 

오늘자(8일) 조선일보 23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제목을 <배우 구니무라 때문에… BIFF 욱일기 소동>이라고 뽑았습니다. 일본 자위대의 욱일기 게양을 비판한 구니무라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소동(?)을 빚었다는 내용입니다.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구니무라 준 때문에 ‘욱일기 소동’이 빚어진 건가요? 조선일보는 제목을 통해 ‘이런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제목은 물론 기사 구성방식도 문제가 많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부산국제영화제 참석한 일본 배우에게 ‘정치적 입장’을 물은 기자

물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정치적 논쟁과 질문이 오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자위대의 욱일기 게양’에 대한 입장을 국제영화제에 참석한(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 일본 배우에게 물어야만 했나 – 이런 생각이 듭니다. 해당 질문은 일본 정치인이나 좀 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관료들에게 던졌어야 했다는 말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이 어제(7일) 공식입장을 통해 밝힌 것처럼 “영화제에서 정치적 의견이 오가는 것은 가능한 일이나 지나치게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게스트를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상당히 알려진 배우가 자신의 소신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높이 평가할 대목이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극우적 반응’을 고려했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일본 네티즌들이 구니무라 배우을 향해 온갖 욕설과 거친 비난을 쏟아낸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야 손가락을 추켜세울 일이지만 일본의 ‘국민적 배우’에게 해당 질문을 반드시 했어야 했나 – 이런 의문은 여전히 가시질 않고 있습니다. 

만약 구니무라 배우가 기자의 질문에 ‘전혀 다른 답’을 했거나 아니면 ‘노 코멘트’했다면 한국 언론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가정이긴 합니다만 ‘일본 정부에게 물어야 할 책임과 비판을 일본의 한 배우에게 융단폭격식으로 가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의문이 듭니다. 기자는 왜 이 질문을 구니무라 배우에게 던진 걸까요? 

   
▲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아시아영화 경쟁 부문)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열린 5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심사위원인 배우 구니무라 준(일본)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일보 기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대체 무엇일까 

“일본에선 즉각 비난이 쏟아졌다. 일본 최대 포털 야후 재팬에는 ‘그의 생각에 일본인 다수는 동의하지 않는다’ ‘경솔한 발언으로 한국에 이용당했다’ 같은 댓글이 달렸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의로운 척하는 건 그만뒀으면 한다’는 댓글은 4만건 넘는 추천을 받았다.” 

조선일보 기사 <배우 구니무라 때문에… BIFF 욱일기 소동>에서 발췌한 부분입니다. 일본에서 쏟아지고 있는 비난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도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일본 네티즌들의 이런 반응을 자세히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요? 욱일기, 정확히 말해 일본 전범기 논란에 대한 일본의 주류적 반응은 사실 극우에 가깝습니다. 굳이 소개할 만한 ‘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다른 언론사들 보도를 봐도 ‘야후 재팬 등엔 그의 발언에 반감을 드러낸 댓글이 달렸다’는 정도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일본 네티즌들이 ‘어떤 댓글’을 달았는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 의문은 가시질 않습니다. 

어제(7일)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보 기사 제목은 <욱일기 질문에 난감해진 日 배우…BIFF 측 “보호 못해 죄송”>입니다. <배우 구니무라 때문에… BIFF 욱일기 소동>이라는 제목을 뽑은 조선일보와는 ‘많은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구니무라 배우 때문이 아니라 신중하지 못한 기자 때문에 소동 빚어진 것 

제가 봤을 땐 ‘신중하지 못한 질문’을 한 기자 때문에 이 소동이 빚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조선일보 기사에는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배우 구니무라 때문에 욱일기 소동’이 빚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질문의 적절성 논란이나 ‘욱일기에 대한 일본 네티즌들의 극우적 반응’에 대한 비판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일본 배우 구니무라가 ‘소신 발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까요, 아니면 ‘일본 정부 입장을 두둔했어야 했다’는 얘기일까요? 

대체 <배우 구니무라 때문에… BIFF 욱일기 소동>이라는 제목을 뽑은 이유가 뭘까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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