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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서해성] 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 술라웨시 쓰나미 소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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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성 작가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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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5  08:38:48
수정 2018.10.05  09: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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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남부 Tana Toraja 사람들. <사진출처=segulla 티스토리>

술라웨시Sulawesi 산정 높은 곳에는 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마카사르Makassar에서 긴 해변을 끼고 달리다보면 해변 묘지들이 푸른 물결 앞에서 서성이는 빠래빠래 Parepare 지나 비탈로 또 한참을 가야 나오는 그곳, 따나 또라자 Tana Toraja. 슐라웨시 어디든 지붕이 배 모양이면 또라자네들 마을이거나 집이다. 배 모양 집을 똥꼬난 Tongkonan이라고 부른다. 또라자 사람들은 1층은 비우고 2층에서 살림을 하고 지붕 모퉁이에 조상 뼈를 모신다. 산 자와 죽은 자들이 한 집에 스스럼없이 거처하는 것이다. 
팔루에 갈 때는 옛 이름 우중판당Ujung Pandang인 마카사르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다음에 한 번 더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몇 해 전부터 자카르타 수카르노 하타 공항에서 직항이 생겼다. 팔루Palu에도 또라자네들은 군데군데 몇몇이 살고 있다. 그 깊고 고요한 만灣 안쪽으로 쓰나미가 밀어 닥쳤다. 
또라자 사람들은 왜 산정에서 배를 머리에 인 채 살고 있는 것일까. 언젠가라도 노를 저어서 곧 떠나갈 듯한 집들에는 대대로 나무에 조각을 잘 새기는 여인들이 살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똥꼬난은 온통 조각품이다. 물으면 그들은 아득한 옛날에 조상들이 먼 바다를 건너 왔다고들 한다. 정녕 언젠가 바다가 이 산정까지 올라왔던 것일까. 

술라웨시 산 중턱에는 불 속에 알을 낳는 새가 있다. 서양인들이었다면 피닉스라고 할 만한 새다.부릉 말레오. 말레오 새라는 뜻이다. 어미 새 몸집 반은 되는 큰 알을 땅에 묻어 지열로 두 달 만에 부화하는데 정작 새끼 새는 아주 작다. 술라웨시 사람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부릉 말레오는 지진 해일에 이어 화산이 터진 이 밤 불을 찾아 알을 낳으러  날아가기라도 한 것일까. 

술라웨시에는 책에는 나오질 않는 미미한 족속들이 사방에 흩어져 산다. 그네들은 세간이랄 것도 없이 바람막이를 한 널빤지집에 옷 한 벌로 한 생을 살아낸다. 집 안에는 솥 단지뿐 변변한 밥 그릇 하나도 찾기 힘들다. 세상에서 종족이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작은 종족들은 차별을 넘어 소리없이 사라지고 있다. 산족이자 해안족으로 뿔뿔이 갈라진 채 가까스로 명맥을 잇고 있는 까일리 사람들이 있다. 오래 전 그네들에게 배운 노래가 있어 전한다. 

   
▲ 인도네시아 타나 토라자. 배로 만든 집 통코난. <사진출처=EBS '세계테마기행 방송화면 캡쳐>

<팔룽 아따꾸>(내 고향)

오, 내 고향
내 부모님이 살고 계신 곳
내 손자가 생길 때까지
내가 어릴 적부터 벌써 알고들 있었지
풍성한 수확(넘쳐나는 곳).

그해 그네들의 노래 뒤에 따라서 붙여본 가락이 있다. 

<까일리는 까일리>

다아는 산에 살고 따라는 바리기에 살고 레도는 빨루에 살고 라히는 바닷가에서 고기잡이로 산다네 이자는 빨로로에 살지

온 곳도 다르고 말이 달라도 까일리는 한 형제 다섯이 하나 까일리 다아, 까일리 따라, 까일리 레도, 까일리 라히, 까일리 이자 까일리는 까일리 어디 살든 깰로루나무 집 앞에 심고 다급하면 섬기고 배고프면 깰로루 이파리 염소처럼 뜯어먹으면서 살지

까일리는 까일리 다아는 산에 살고 이자는 빨로로에 살지

끌라빠나무 11그루 건네주고 각시 맞고 11루삐아 쥐어주고 신부 맞고 산비탈에서 축구를 하는 까일리는 까일리 전기 없어 TV도 없는 까일리 마을에 밤이 오면
끌라빠나무마다 불이 돋아 감옥 간 아들 오는 길 비추는

따리는 바리기에 살고 레도는 빨루에 살고 라히는 바닷가에서 고기잡이로 산다네

온 곳도 다르고 말이 달라도 깰로루나무는 하나
까일리도 하나 깰로루에 새 순 돋아나면
식모살이 간 딸년 배불러서 돌아오겠지 까일리는 까일리

왼쪽 허벅지에 두꺼운 칼 띠오노 찬 채 자맥질로 적도를 넘나들고
부릉 말레오와 함께 산을 차고 오르는 한 식경에 빨루 장터까지 와서 물건 팔고 맨발로 돌아간다네 까일리는 까일리 바틱 천 한 장이면 옷이 되고 이불이 되고 하늘이 되고 수의가 되는 거룩한 가난뱅이들 까일리는 까일리

이 밤, 똥꼬난들은 어느 산정과 산정 사이로 물을 저어가고 있을까. 배 모양 지붕들이 숲 속을 지날 때 까일리 사람들도 보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11이라는 숫자를 유난히 신성시하는 까일리네 팔룽 아따꾸(내 고향)는 무사할까. 집앞에 깰로루 나무가 있으면 깔이리네 집이다. 똥꼬난도 그걸 모를 리 없다. 

술라웨시 사람들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문명이란 실은 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일이라는 걸. 바다가 산정에 이르렀을 때야 몇백 년 동안 산정에 배를 매고 기다린 사람들을 비로소 되새긴다. 배 모양의 집 똥꼬난은 오늘 집 모양의 배가 되고 말았다. 

서해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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