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살해 혐의로 18년 째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 씨의 재심이 확정됐다.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은 사법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3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경찰 수사의 위법성과 강압성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인용, ‘재심의 실익이 없다’고 청구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김신혜(41) 씨 재심을 최종 확정했다.

▲ <이미지출처=SBS 보도영상 캡쳐>

김신혜 씨는 2000년 3월 7일 자신을 성추행한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18년 째 복역 중이다.

경찰 수사에서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자백했던 김 씨는 이후 재판과정에서 혐의를 부인, 경찰의 강압수사 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014년 8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김신혜 씨는 “가석방과 감형 등을 포기하고 재심을 신청한 것은 범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아버지가 죽고 나서까지 세상 사람들한테 욕먹을 만큼,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며 부친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2015년 1월, 경찰이 압수수색 규정을 어겼는데 허위로 수사기록을 작성했고, 현장검증을 거부했는데도 영장 없이 범행을 재연하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다. 같은 해 11월 광주지법 해남지원은 “경찰 수사의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3년여 만에 재심이 확정된 것.

김신혜 씨의 ‘다시 재판받을 권리’를 위해 힘써 온 박준영 변호사는 SNS를 통해 재심과정에서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적법절차의 원칙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의 본질적 의미를 고민케 했다”고 강조, ‘변호인으로 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꼭 정의로운 결과가 내려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준영 변호사와 함께 이 사건을 오랫동안 취재해 온 박상규 기자는 “그녀가 정말 아버지를 죽였든, 죽이지 않았든, 다시 재판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재심이 열린다면 불구속 상태에서 하는 게 맞다고 봤다”고 되짚었다.

박 기자는 “세상이 어느 정도 믿어줄지 모르겠으나 ‘(재심 확정은)무엇도 바라지 않고,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소회하며 “김신혜 씨에게 오늘 아침이, 이 가을이 더 없이 행복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한편, 재심이 확정됨에 따라, ‘김신혜 사건’은 1심부터 다시 유‧무죄를 다투게 됐다. 재심 공판은 1심 재판을 맡았던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