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돈 부산시장이 16일 오후 시청 기자회견장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오거돈 시장이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희대의 인권유린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시가 복지 시설의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특히 오 시장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고, 피해 사실을 국가가 공식 인정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며 진상규명과 피해보상의 핵심은 특별법 제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청, “이를 위해 부산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특별법 제정을 공동 발의한 의원들과도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또한 “피해자, 가족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행정,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관련해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모임 일동은 성명을 내고 “형제복지원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기 까지 무려 3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역사적으로 43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다”며 “그 동안 우리 피해생존자들은 사회의 차가운 냉대와 무시와 멸시, 차별 속에 언젠가는 우리의 억울함이 밝혀질 거라 믿고, 분노 속에 죽지 못하고 살아남았다”고 토로했다.

피해생존자들은 “그런 우리가 지금 이 한 번의 사과에 그 기나긴 아픔이 치유 되고 용서해줄 거란 생각은 하지 말아주시라”며 “지금의 사과가 진정성 있는 사과인지 아닌지는 (부산시청과 오거돈 시장님이) 우리들의 요구사항을 실행에 옮겨가며 진상규명에 앞장서는 실질적 모습을 보여줄 때 그 가치가 입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생존자들이 회의 하고 트라우마 상담 및 수시로 자료를 보관 및 열람할 수 있는 상시적인 피해자들만의 공간을 제공해 줄 것’과 ‘부산에 인권조례를 만들어 형제복지원 사건을 알릴 수 있는 현장의 기관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조속히 시장직속 추진위를 꾸려 피해생존자 모임과 함께 회의하며 뜻을 공유해줄 것’과 함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을 부산시 차원에서 강력하게 요청해줄 것’ 등 10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공식사과에 나선 오거돈 시장의 결단에 의미를 부여하고는 “부산시의 인권 발전과 부산시민들이 행복으로 돌아갈 수 있게 끝까지 (그 마음을)이어가 주시길 진심으로 바래본다”고 전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전두환 정권의 폭압과 1987년 민주화 투쟁 열기 속에 묻혔다가 2012년 피해생존자인 한종선 씨의 1인 시위와 증언,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의 노력 끝에 세상에 다시 알려지게 됐다.

▲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 유세가 진행 중인 가운데 광장 한 켠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인 한종선 씨가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 김미란 기자

19대, 20대 국회에서 두 차례 ‘형제복지원 특별법’을 발의한 바 있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SNS에 “시장님의 공식사과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이 조금은 위로 받았으리라 생각된다”며 “꼭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적었다.

2016년 7월 발의된 형제복지원 관련 법안은 3년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피해생존자들은 17일로 315일 째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벌이며 형제복지원 진상규명 특별법 통과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