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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저항군?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오버’[기자수첩] 전영기 칼럼은 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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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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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0  09:08:43
수정 2018.09.10  09: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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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발칵 뒤집어 놓은 익명의 기고> 

오늘자(10일) 중앙일보 34면에 실린 전영기 논설위원 칼럼 제목입니다. 익명으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고위 공직자의 칼럼 파문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영기 위원은 해당 기고문을 전반적으로 긍정 평가했습니다. 그는 “기고문은 미국 독립이나 여성인권·민권자유 선언에 못지않은 ‘공직자의 반헌법 통치 거부 선언’으로 손색이 없다”며 극찬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미국 내부 상황’만 놓고 보면 비판받을 소지가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위 관료라면 익명으로 비판할 게 아니라 실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고 도저히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할 수 없다면 행정부를 나오는 게 더 책임 있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익명 기고문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어쨌든 뉴욕타임스 기고문은 현재 트럼프 백악관의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문 언급하다 ‘문재인 정부’ 비판…적당히 하시라 

다시 전영기 중앙일보 논설위원 칼럼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기고자 신분이 밝혀진다 해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과 싸운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라고 추켜세운 그는 자신의 칼럼에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언급합니다. 

“기고문이 보도된 지난 목요일(6일) 공화당 선거 운동을 하러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한테 어떤 기자가 ‘지금 백악관은 누가 장악하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의 겉은 대통령이 지휘하고 있지만 속은 저항군이 이끄는 것 아니냐는 조롱조의 질문이었다. 트럼프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워싱턴포스트).” 

사실 여기까지는 ‘전영기의 시시각각’을 매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뉴욕타임스 기고문 파문을 줄곧 언급한 전영기 위원은 갑작스레(!)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를 등장시킵니다.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 공간이 맞나”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장면을 떠올리면서 문득 ‘한국의 청와대는 누가 장악하고 있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북한의 비핵화 보장 없이 혼자서만 무장해제한 채 남북관계 과속 페달을 밟는 청와대, 빈약한 이론에다 현실 파탄이 통계로 증명된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 미신을 무슨 신앙처럼 믿는 청와대, 그곳이 과연 한국의 헌법 수호를 서약하고 모든 한국인의 포용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 공간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는 트럼프 백악관과 단순 비교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무리수라고 생각됩니다만 전 위원이 △남북관계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의 ‘헌법수호 서약’ 운운하는 게 더 웃기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껏 이런 정도를 언급하면서 ‘트럼프 백악관’과 비교하는 게 온당하다고 보시는지요. 저는 오히려 박근혜 정부 시절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농단이 훨씬 더 ‘반헌법적’이라고 보는데 전 위원은 이 문제는 그렇게 심각하게 보는 것 같진 않습니다. 

‘기승전 문재인 정부 비판’ … 그러니 칼럼이 꼬이는 것! 

아마 본인도 이런 비교자체가 ‘오버’라는 걸 아는 것 같습니다. 그는 칼럼에서 “물론 미국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트럼프의 저항군은 변덕스럽고 충동적인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로빈후드 같은 세력”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러면서 가정법을 들어 이렇게 주장합니다. 

“문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결과적으로 그의 대통령직 성공에 방해가 되는 저항군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꼬리를 문다.” “청와대에 문재인의 저항군이 있다면 그들은 도덕적이고 개혁적인 대통령을 이용해 국가 체제를 바꿔 보겠다는 야심가일 것이다.”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문을 언급하다 ‘문재인 정부’ 비판으로 급작스레 ‘유턴’하는 것도 약간 어이가 없지만, 갑자기 ‘문재인 저항군’을 언급하며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거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은 더 뜬금없습니다. 

전 위원의 칼럼을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가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변덕스럽고 충동적인 대통령 △트럼프 저항군=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로빈후드 같은 세력 

△문재인 대통령=도덕적이고 개혁적인 대통령 △문재인 저항군=대통령 눈과 귀를 가리고 국가 체제를 바꿔 보겠다는 야심가. 

그러니까 ‘트럼프 저항군’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세력인 반면 ‘문재인 저항군’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채 ‘자신들의 야심을 채우는 세력’이라는 얘기입니다. 전영기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개혁적인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결국 ‘그런 야심가들에게 휘둘린 채 제대로 통치하지 못하는 대통령’일 수도 있다는 것 - 이런 의심이 든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는 것 아니냐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냥 ‘소설은 적당히 쓰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아무리 가정법이지만 뉴욕타임스 익명 기고문을 언급하며 ‘문재인 저항군’을 상상하는 건, 억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모두 문재인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진행하는 정책입니다. 탈원전은 이미 사회적 공론화 과정까지 거쳐서 추진한 정책입니다. 그런데 전영기 위원은 이 정책들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한국의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통치 공간이 맞나”라고 의심합니다. 저는 이런 주장 자체가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 주장인지 의심이 듭니다.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 ‘박근혜 저항군’ 목소리에 얼마나 주목했나 

오늘(10일) 한국경제 1면과 3면에 실린 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인터뷰 보셨나요? 정 위원장은 지난 5일 정책기획위 출범 1년을 맞아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가 없는 것은 청와대의 실수”라며 “청와대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정책 틀을 만들어놓고도 정책을 종합적으로 펴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가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 6일 서울 종로구 재정개혁특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영기 논설위원은 ‘문재인 저항군’ 운운했지만 저는 문재인 정부가 적어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목소리’를 낼 정도의 소통은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정 위원장 인터뷰 내용에 대한 평가는 각자 다를 수 있다는 걸 전제로 드리는 얘기입니다. 

저는 ‘문재인 저항군’을 말하는 전영기 위원에게 박근혜 정부 시절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이 ‘박근혜 저항군’에 얼마나 주목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니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저항군’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했을까도 궁금합니다. 

저는 ‘트럼프 저항군’처럼 ‘박근혜 저항군’의 익명 칼럼이 중앙일보에 실리도록 노력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현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저항군 목소리’는 JTBC와 다른 언론을 주로 향했거든요. 전영기 위원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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