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아주경제 TV 영상 캡처>

“저의 정치 문법으로 보면, 안철수 전 대표가 참 철이 없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달 30일 JTBC <썰전>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최근 논란이 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영상에 대해 내놓은 해석이다. 앞서 안 전 후보는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싱크탱크 ‘미래’ 사무실 건물에서 아주경제 기자를 만나자 비상계단으로 황급히 자리를 떠나는 영상이 공개돼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이 방송에서 이 의원은 “설령 잘못된 판단으로 도망치려했어도 바로 돌아와서 상황을 정리 했어야했다”고 말했다. 이후 안 전 후보의 고발 대응에 대해서도 “정치적 상황판단이 미숙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혹평했다. 그런 반응은 또 있었다. 같은 날 공개된 <한겨레> 유투브 콘텐츠 ‘더정치’에 출연한 정치부 30년 경력의 성한용 기자도 “굉장히 특이하다”며 이렇게 평했다. 

“정치인이 기자 카메라에 찍히지 않기 위해 거의 뛰다시피 가는 경우는 처음 봤다. 정치인은 국민 앞에 자기를 노출시키는, 연예인과 비슷한 직업인데 왜 저렇게 카메라를 피했을까 저는 지금도 해석이 안 된다. 안철수 대표를 만나면 꼭 물어볼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인 안철수의 답은 무엇이었을까. 안 전 후보는 1일 <조선일보>의 <“잇단 선거실패, 입 열 개라도 할 말 없지만 다당제 구도 확립, 새정치 실패는 아니다”>란 제목의 인터뷰 기사에서 ‘줄행랑’ 영상에 대한 입장과 향후 행보에 대해 털어 놨다. 아주 흥미로운 인터뷰다.  

“쫓아와서 영상까지 찍을 줄은 몰랐다”

“한두 달쯤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 빈 사무실에서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자가 나타나 질문을 했다. 현실 정치를 떠난 사람이라 할 말이 없었을 따름이다. 쫓아와서 영상까지 찍을 줄은 몰랐다. 아직도 내가 경험이 부족한 것 같다.”

안 전 후보가 그날 그 사무실에 있었던 이유는 “독일어 공부”였다. 싱크탱크 ‘미래’는 5년 전 출범, 안 전 후보의 조직과 정책을 담당했던 싱크탱크다. 앞서 영상을 공개한 <아주경제>는 “안 전 후보가 최근 정치권 인사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미래 사무실에 간 것"이라고 밝혔다. 안 전 후보는 영상에 포착된 21일 박주원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만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영상이 공개된 직후 김철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절대 도망간 것이 아니고 전당대회 개입 논란에 휩싸이지 않기 위해 계속 언론 접촉을 피하는 와중에 기자가 물어봤기 때문에 역시 피하려 한 것 뿐”이라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안 전 후보의 최측근인 바른미래당 이태규 사무총장의 해명은 비슷한 듯 조금 달랐다. 

“그걸 따로 제가, 저도 안 대표 일정을 제가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서 싱크탱크 미래는 어쨌든지 해산을 결정했지 않습니까? 그래서 법적으로 청산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제가 알고 있고, 그 사무실이 이제 다른 임대자가 나타나야 되는데, 아직 그게 안 나타나서 그때까지, 그리고 안 대표가 출국 전까지 가끔 와서 아마 지인들을 만난 것으로 제가 그렇게 이해를 합니다. 

그래서 박주원 전 최고위원도 아마 여러 이제 안 대표한테 만나자고, 이렇게 사람들이 연락오고, 이런 경우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만난 것이지, 특별한 어떤 의미를 부여를 하는, 지인을 만난 것 그 이상의 어떤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담거나 이럴 정도는 아니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달 24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와의 인터뷰) 

하필 싱크탱크 사무실에서 “독일어 공부”를 했다는 안 전 후보는 박주선 전 최고위원과 만났다는 사실은 쏙 빼놨다. 대신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는 사실만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또 “당시 사무실에서 2일 전당대회 관련 논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고 질문했고, 이에 대해 안 전 후보는 이렇게 답했다.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유럽과 한국을 오가고 있었다. 당내 상황에 전혀 관심이 없다. 엉터리 소문이다. 당원들이 슬기롭게 판단할 것이다.”

▲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조선일보 해당 기사 캡처>

그리고, 이준석의 일침 

“‘드루킹’이 여론 조작에 썼다는 매크로 프로그램은 이전부터 내가 누구보다 잘 알지만 일절 불법적인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존 정치권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이런 일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결국 진실이 낱낱이 밝혀질 것이다. 다만 과거 여론 조작의 피해는 그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다.”

1일 독일로 출국, 1년 간 체류하면서 “건강한 미래 구상”을 하겠다는 안 전 후보. 그는 드루킹 사건을 “여당 사조직의 여론 조작”이라 강하게 비판했던 것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답했다. “누구보다 잘 안다”는 이유로 드루킹 사건과 관련 김경수 경남지사와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던 안 전 후보의 답은 의외로 싱거웠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전당대회를 앞둔 바른미래당 내에서 ‘안심’ 논란은 지속 중이다. 안 전 후보에 대한 일각의 비판도 여전하다. 이준석 당 대표 후보가 대표적이다. 그는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 전 대표가 국내에 머무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당대회 마치면 독일에 간다고 하는데 왜 시간을 끌까. 예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패배 후 2주 만에 영국으로 갔다. 갈 마음이 있다면 진작 갔을 것이다. 지금까지 가지 않고 전당대회까지 기다린다는 건 다른 생각이 있다는 뜻 아닐까.”

의미심장한, 우회적인 비판이라 할 만 하다. 앞서 이철희 의원 역시 “안(安)심을 대변하는 사람이 최고위원 선거 컷오프에 떨어진 것 때문에 비상이 걸린 것 같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사무실에서 독일어 공부” 중에 기자를 만났다는 안 전 후보의 해명을 믿고 안 믿고는, 인터뷰를 접한 이들의 개별 판단에 맞길 사안이다. 허나, 지난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연이어 3등에 머무르며 낙선한 정치인 안철수의 해외 체류는 그 시작부터 잡음으로 얼룩지게 됐다. 그 사실 하나는 안 전 후보도, 그 누구도 부인할 순 없을 것 같다. 

▲ 9·2 전당대회를 앞둔 바른미래당 당대표 후보자들(하태경, 손학규, 권은희, 정운천, 김영환, 이준석)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당대표 선출 합동 토론회를 앞두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