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가수 이효리씨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씨의 TV광고 <이미지 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영화 ‘공작’의 실제 모델인 박채서씨는 ‘이효리‧조명애 광고’와 관련 조명애씨와 남한 남자의 결혼이 거의 성사단계까지 들어갔는데 국가정보원의 방해로 무산됐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박채서씨는 23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서 “결혼이 무산된 후 조명애씨가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채서씨는 윤종빈 감독의 영화 ‘공작’에서 황정민씨가 연기한 북파공작원 ‘흑금성’의 실제 모델이다. 2005년 가수 이효리씨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씨는 남북합작으로 진행된 휴대전화 TV광고에 출연했는데 영화 ‘공작’에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 초기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한 방법으로 남남북녀 결혼작전, 남북합작 광고제작사업이 추진됐다고 한다. 박채서씨가 주선해 북경에서 특사회담이 이뤄졌다. 

당시 박채서씨의 지인이 조명애씨를 보고 ‘참하다, 며느리 삼고 싶다’고 농담 삼아 얘기했는데 이를 듣고 박채서씨가 즉석에서 중매를 제안했다는 것.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도 오케이해서 상견례와 데이트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박채서씨는 “조명애씨가 당시 남쪽으로 시집가라고 하니까 당황했다가 ‘나 하나 남쪽으로 시집가서 우리 가족이 잘 산다면 가겠다, 걱정하지 마라’며 선을 봤다”며 “양가 상견례도 하고 데이트도 해보니 남쪽 남자가 너무 멋있는 것이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씨는 “시아버지 될 사람도 너무 잘해주고 시어머니 될 사람도 그냥 안아주고 하니까 조명애씨가 홀딱 빠져버린 것”이라며 “당시 조명애씨는 평양의 신데렐라가 됐다, 바깥에만 나갔다 하면 모든 것을 가지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에게도 허가받은 것이니까 조명애씨는 남측에서 사준 명품 신발, 모든 액세서리를 다 차고 평양을 활보했다”고 말했다. 

▲ 2005년 가수 이효리씨와 북한 무용수 조명애씨의 TV광고 <이미지 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그러나 국정원의 방해공작으로 결혼은 무산됐다는 것. 신랑 될 사람과 신랑 어머니를 불러내서 회유 내지 협박을 했다고 박채서씨는 주장했다. 

박씨는 “조명애씨는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리니 충격을 엄청 받았던 것 같다”며 “결혼 무산 후 후속 작전으로 광고를 찍기 위해 나왔는데 도저히 찍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상했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남북관계를 푸는 이벤트 사업으로 광고를 시작한 건데 조명애씨가 얼굴 트러블이 엄청 심하고 밥도 안 먹었다”며 “나중에 서울에 있는 시아버지 될 뻔했던 사람을 불러다가 안심시키고 해서 간신히 촬영장에 데려올 수 있었다”고 했다. 

박채서씨는 “광고 촬영을 하는데도 계속 울더라, 끝나고 갈 때도 헤어지는데 그렇게 울더라”며 “우리도 울었다, 거기 있는 사람들 다 울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후 상황에 대해선 박채서씨는 “시집을 못 간 것 같다”며 “본인도 시집갈 의향이 없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방해한 이유에 대해 박채서씨는 “꾸준히 줄기차게 방해해왔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하는 일이 못마땅했을 것이고 내가 그 앞에 나서서 여러 가지 하는 것이 또 못마땅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더 크게 말하면 비약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남북관계가 잘 되는 걸 바라지 않는 세력들도 아마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