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후, 한 ‘군 의문사’ 장병의 엄마가 청와대 앞 기자회견 중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고 있다. Ⓒ go발뉴스

새끼 잃은 어미의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체감온도 37도. ‘무심히’도 뜨거웠던 16일 오후 청와대 앞. 군에서 아들을 잃은 어미들이 목 놓아 울부짖었다. “아들아~ 보고싶다”고.

‘내 아들이 죽은 이유라도 알려 달라’며 한겨울 굳게 닫힌 국방부 철문을 부여잡고 호소했던 어미들은 이번에는 청와대를 향해 ‘군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담담히 기자회견에 나섰던 한 어미가 갑자기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의 절규는 순식간에 이날 모인 50여명의 어미들로 번져나갔고 37도의 날씨보다 더 뜨거운 눈물이 청와대 길목을 적셨다.

▲ 군사상 유가족협의회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정에 유가족 단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을 청와대에 요구하고 있다. Ⓒ go발뉴스

군사상 유가족협의회 김순복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9월 14일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군 사망사고 유족 단체가 확인한 결과, 유족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채 청와대 독자 안으로 비상임위원 5명 선정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1948년 군 창설 이래 군복무 중 사망했으나 순직처리 되지 못한 군인은 2014년 기준 약 39,000명에 이른다. 다음달 14일에 출범하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1948년 11월부터 발생한 군 의문사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이 같은 성과는 군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군 의문사 관련 국가 차원의 조사 기구를 만들기 위해 연극 <이등병의 엄마>에 직접 배우로 참여해 군 의문사 문제를 알렸고, 관련법 제정을 위해 국회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다.

마침내 지난 2월 28일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관련 특별법이 통과됐다. ‘이젠 걱정이 없겠구나’ 안심했던 유족들은 “뜻밖의 상황을 접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김순복 회장은 “(내 가족이 왜 죽었는지)직접 진실을 밝힐 수 없다면 적어도 군 유족이 신뢰할 수 있는 인사가 위원회의 결정권자가 될 수 있도록 의견을 반영해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정에 유가족 단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 유족이 동의할 수 있는 조사 기구를 즉각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군 의문사 유족들은 “우리 가족들의 염원으로 만들어진 법률이다. 우리 아들들의 사망에 대한 진상을 공정하게 규명해야 할 위원회에 우리 가족들의 뜻이 반영된 위원들로 구성되어야 한다”며, 거듭 “유가족을 배제하고 선출한 비상임위원 선출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오는 9월 14일 출범하는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는 대통령 직속기구로, 국방부·법무부·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문화체육관광부·국가보훈처·검찰·경찰 등 관련 기관 담당자와 민간 조사관들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