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구십이 넘었습니다.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힘을 주시면 저는 이백 살이 넘어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저는 91세인데 활동하기 딱 좋은 나이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참석, 위와 같이 감동어린 소감을 전했다. 국가 기념일로 지정된 후 처음으로 맞는 기념식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 천안에 위치한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렸다.   

정부가 처음 기념일로 지정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故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생존자 중 최초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1991년 8월 14일을 뜻한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은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전국의 생존자들이 용기를 얻어 피해 사실을 증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 간의 역사 문제에 그치지 않고 전시 여성 성폭력의 문제, 인류 보편적 여성 인권의 문제”라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가 아물 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이용수 할머니는 “국민 여러분, 힘을 주시고 도와주시길 바랍니다”라며 “먼저 가신 할머니들이 저 하늘에서 지켜볼 것입니다. 할머니들에게 전해 주겠습니다. 정부에서 무관심한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고 꼭 전해 주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기림의 날은 광복절 하루 전이라 그 의미를 더한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기념식에 참석한 것 역시 아직은 첫 번째라 생소할 수 있는 이 기념일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일환이라 풀이된다. 그 기념일을 알리기 위해 나선 이가 또 있다. 바로 가수이자 배우 설리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 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 입장하며 김경애 할머니와 인사하자 할머니가 대통령 얼굴을 만져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설리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의 파장 

160,992개. 

지난 14일 설리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기림의 날 홍보 포스터에 달린 좋아요 개수다. 설리가 게시한 이 포스터는 소녀상 사진과 함께 천안 국립 망향 동산에서 열리는 정부 공식행사 내용이 담겨 있다. 

헌데, 설리 인스타그램 댓글창은 이 게시물을 올라 간 이후 국내외 인스타그램 사용자들 간의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일부 일본인 사용자들이 이러한 기림의 날 제정에 반발하고 한국 네티즌이 반박에 나서면서 논란이 커졌다. 또 일부 한국 사용자들은 “설리 덕분에 기림의 날을 알았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아마도 제 기억에는 연예인 SNS에 처음으로 좋아요를 누른 듯 합니다. 설리양이 위안부 기림의 날을 알렸네요. 순간 소름이 돋았고 감사하고 감동입니다. 복귀한지 얼마 안돼서 공연준비에 매진하고 있고 따뜻한 행사들 몇 개 진행하고 있고 독도나 위안부문제는 몇 가지 계획만 세우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자극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너무 감동적이고 후배지만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서경덕교수와는 자주 통화하며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일단 말은 아끼고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늘이 제 생일인데 그날이 위안부 기림의 날이니 운명적으로 저는 그러한가... 봅니다.”

▲ <사진=설리 인스타그램 캡처>

소위 인스타그램 셀럽으로 통하는 설리의 이러한 기림의 날 홍보는 분명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기림의 날의 존재를 몰랐던 소셜 미디어 사용자나 젊은 층에 좋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김장훈의 글처럼, 여성 연예인들이 위안부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정치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설리가 같은 여성으로서 한국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목소리에 동참했다면, ‘욱일기 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동참하는 이들도 있었다. 광복 73주년을 맞아 온라인에서 '욱일기 반대 캠페인'을 진행하는 디자이너 송원학 씨가 그 시작이었다.      

욱일기 반대 캠페인의 의미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너무나 쉽게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욱일기는 전쟁범죄를 일으킨 나라를 상징하는 깃발입니다. 욱일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일본의 전범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지 15년째를 맞은 송 씨는 1년에 한 번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들,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주제로 캠페인을 벌이는 '리멤버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그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제로 욱일기가 전범의 상징임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게 됐다고 한다. 

송 씨는 10대 청소년들이 욱일기를 패션 아이템 정도로 여기는 점, 국내 연예인은 물론 외국 스포츠 스타들이 욱일기를 거부감없이 사용한다는 점 등을 불편하게 여겨왔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롯된 이번 캠페인은 송 씨가 촬영한 포스터를 이용, 인스타그램 인증샷 놀이와 같이 자신의 사진을 욱일기 반대 포스터에 합성하면 된다. 

이는 과거 미 법원의 동성애 합헌 판결 당시 소셜 미디어상에서 퍼졌던 무지개 프로필 사진 캠페인과 같은 방식이다. 송 씨는 이 캠페인이 광복절에 국한되지 않고, 폭력의 상징인 욱일기를 전 세계인들이 사용하지 않는 날까지 계속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73주년 광복절은 아마도 기림의 날 1주년으로 인해 그 의미가 더 깊다고 할 수 있다. 비록 지난 정부가 체결했던 굴욕적인 위안부 합의가 매끄럽게 해결되고 있지 못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위안부 문제 해결을 향한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기림의 날 제정도, 설리의 기림의 날 홍보도, 욱일기 반대 캠페인 역시 그러한 피해자들의 아픔과 과거 일본군이 저지른 폭력을 더 널리 알리는 일환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점점 세상을 등지고 계신 피해자들이 74주년 광복절에는 조금 더 다른 긍정적인 상황을 맞기 바라는. 

▲ 디자이너 송원학씨가 SNS통해 진행하는 ‘욱일기 반대 캠페인’ 포스터

▲ 디자이너 송원학씨가 SNS통해 진행하는 ‘욱일기 반대 캠페인’ 포스터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