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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김부장을 죽였다[서평]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 김영선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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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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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8  08:39:36
수정 2018.08.08  08:4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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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이라고요? 한국도 선진국인데, 그렇게 많이 일한다니요.”

세계적 경제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한 말입니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6월 27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주최로 열린 ‘양극화, 빈곤의 덫 해법을 찾아서’ 특별대담에서 한국의 장시간 노동에 이처럼 ‘경악스런’(필자의 주관적 판단) 반응을 보였습니다. 

크루그먼 교수의 이 같은 반응은 7월 1일부터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시키기로 했다는 말을 들은 이후의 반응이었습니다. 크루그먼 교수가 실제 한국 노동현장을 경험한다면 장담하건대 과로사라는 단어를 떠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네 노동환경’은 그만큼 ‘세계적으로’ 열악합니다. 

   
▲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 다시, ‘저녁 없는 삶’에 대한 문제 제기> (김영선 (지은이) | 한빛비즈 | 2018-07-16)

크루그먼 교수가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를 읽는다면 …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김영선/한빛비즈)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도 크루그먼 교수의 ‘놀라운 반응’이었습니다. ‘한국도 선진국인데 …’라는 발언에서, 세계적인 석학이라도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건 매우 어렵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만약 크루그먼 교수가 2018년 한국의 노동 현실이 어떤지 알고 싶다면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라는 책을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합니다. 

사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에 속한다는 건 ‘새로운 뉴스’가 아닙니다. 2016년 기준으로 연평균 노동시간이 2,069시간. OECD 국가 가운데 세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긴 시간입니다. OECD 전체 평균과 비교해도 306시간이나 많습니다. OECD 평균보다 무려 1년에 한 달 정도 더 일하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런 긴 노동시간’이 디지털 모바일 기술과 접목되면서 노동환경을 더욱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로사회에서 발생한 문제점과 노동환경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디지털 모바일 기술과 결합한 ‘노동악화’는 노동자를 최악의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저자 김영선은 디지털 환경변화 등을 언급하며 이제 과로의 성질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고 지적합니다. 

“이전의 노동시간은 작업장에 제한된 형태였지만, 지금은 작업장 안팎을 가리지 않고 연장된다. 따라서 과로 또한 다른 문법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크게 성과 평가와 기술적 요인이 작용한다 … 성과 평가의 핵심은 노동시간을 자발적으로 연장하고, 알아서 짜내는 방식으로 노동의 강도를 강화하는 데 있다. 성과 평가는 노동자가 작업장을 벗어나도 시시각각 매겨진다.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고 해도 실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 모바일 기술의 발전은 노동의 형태와 시간을 공장이나 사무실에 제한됐던 장소 구속에서 탈공간화하는 쪽으로 바꾸고 있다 … 노동자는 작업장을 벗어나도 업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항시 대기’라는 강박이 일상을 침해한다 … 2015년 직장인들의 공감 신조어 1위는 ‘카톡 감옥’ ‘전자 발찌’ ‘새벽 불림’이었다.” (책 54∼55페이지) 

그러니까 성과를 측정하는 각종 장치들, 새로운 기술들이 기존의 과로노동과 결합되면서 ‘과로 위험’을 더 높이고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과로위험’은 높아지고 있지만 노동의 탈공간화로 과로사를 규명하는 일은 예전에 비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전국집배노동조합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최승묵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결의대회를 통해 과로사 근절, 토요택배 완전폐지, 정규인력증원 등을 촉구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노동의 탈공간화가 과로위험과 결합될 때 ‘김부장은 죽는다’ 

기업은 모바일 기술과 결합해 탈공간화된 노동을 새로운 트렌드인 양 홍보하지만 ‘노동의 탈공간화’가 과로위험과 결부되는 상황은 노동자에게 최악의 경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그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사실 과로노동·과로사 대한 경각심이 예전에 비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과로사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은 굳건합니다. 즉 과로사가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자는 “과로사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발견되는 일상화된 위험”이라고 지적합니다. △과로사의 발생 빈도는 결코 적지 않으며 △우리 모두 과로사의 행렬 한복판에 서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겁니다. 

특히 저자는 “과로사에 대한 해석이 자기 관리 담론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현실”이 과로사의 정치화를 막는 위험한 담론이라고 경고합니다. 과로사 해석이 자기 관리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과로사는 △심신이 허약한 사람의 문제로 보거나 △평소 건강 관리를 못했거나 원래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발생하는 문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또한 자기 관리 담론을 바탕으로 해석한 과로사는 대처 방안 또한 철저히 개인적인 차원에 머무른다는 게 저자의 우려입니다. ‘무리하지 말아야지’ ‘건강 관리 잘해야지’라는 대처 방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오늘도 과로하는 당신 … ‘자기관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이런 담론이 형성된 데에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일에는 소홀히 한 채 기업의 ‘신기술’과 이에 따른 ‘노동환경의 트렌드’를 새로운 것인 양 홍보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과로사가 발생했을 때 이를 구조적인 차원에서 접근한 언론보도를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서 과로사 문제가 여전히 “진단과 대안 모두 ‘자기관리’ 담론 또는 ‘감내 프레임’에 갇혀 있다”면서 “과로사를 특정 집단의 흔하지 않은 일이라고 보는 예외주의적 시선이나 문제의 원인을 개인화하는 자기관리 담론은 과로사가 착취적 생산관계에 따른 산물이라는 사실을 은폐한다”고 지적합니다. 

“과로사가 개인적인 죽음으로 유통·소비되는 사회적 담론을 역전시키는 상징 투쟁이 필요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상징 투쟁에는 언론의 역할이 필수적인데 기업의 영향력을 상당히 많이 받고 있는 상당수 언론이 이 문제를 제대로 주목할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오늘도 자기관리 담론에 둘러싸인 채 ‘야근하는 여러분’ 아니 야근하는 김부장님. 이제 스스로 야근하는 굴레를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봄이 어떠신지요. 과로사는 다른 세계,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닙니다. 

   
▲ 제128주년 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난 4월30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청년학생문화제 기획단 단원들이 근로시간 단축 촉구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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