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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진심은 사설인가 ‘최보식 칼럼’인가[기자수첩] ‘기무사 친위 쿠데타’ 문건이 과장됐다는 최보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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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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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8.03  08:29:48
수정 2018.08.03  08:4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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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뉴시스>

“지금 와서 이런 문건이 ‘내란 음모’나 ‘쿠데타 미수’의 엄청난 증거물처럼 됐다. 이런 경우를 기자의 언어로는 ‘과포됐다’'고 말한다. 별거 아닌 걸 정말 큰일 날 뻔했다는 식으로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에 특별수사단을 구성하고 청와대로 모든 문건을 제출하라고 지시해야 할 정도로 긴급한 현안이었을까. 그 뒤 청와대에 전군 지휘관을 모아놓고 ‘계엄 문건은 불법적 일탈 행위이고 문건 검토 그 자체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한마디로 심판한 대통령에게서 ‘제왕(帝王)’의 모습을 봤다.” 

오늘자(3일) 조선일보 30면에 실린 ‘최보식 칼럼’ 가운데 일부입니다. 대다수 언론이 ‘기무사 개혁안’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고 있는 와중에 ‘유독 튀는’ 칼럼이 조선일보에 실렸습니다. 

재밌는 건, 오늘자(3일) 사설에선 “이제는 제대로 된 군 보안·방첩 부대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조선일보가 ‘최보식 칼럼’에선 “한민구 전 장관과 조현천 전 사령관은 자신들이 관련된 행위가 ‘쿠데타 미수’로 몰리고 군(軍) 전체가 매도되는데도 침묵해왔다”고 질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설과 ‘최보식 칼럼’의 논조가 엇박자가 나고 있습니다. 어느 것이 조선일보의 진심일까요?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기무사 문건이 ‘국가 혼란 상황에 대비한’ 것이라는 최보식 선임기자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자신의 취재’를 바탕으로 이 칼럼을 썼습니다. ‘기무사 문건’에 대한 최보식 기자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어쨌든 탄핵 심판은 ‘인용’ 결정이 났다. 촛불 군중이 정부를 뒤집을 ‘혁명’의 이유가 사라졌다. 세상은 잠깐 소란했을 뿐 폭동 사태는 없었다. 국가 혼란 상황에 대비한 기무사 문건은 소용이 없었다. 기무사령관은 전역하면서 ‘나중에 소요 사태가 발생하면 이 문건을 참고할 수 있으니 보관해두라’고 했다고 한다. 그 문건에 불법적이고 다른 의도가 있었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파기했거나 들고 나왔을 것이다.” 

‘국가 혼란 상황에 대비한 기무사 문건’ - ‘기무사 문건’에 대한 최보식 기자의 관점은 이 표현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습니다. 국가 혼란상황에 대한 검토를 왜 기무사가 했느냐는 기본적인 질문도 하지 않은 채 최보식 선임기자는 ‘문건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식’의 주장을 일관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보식 기자는 어제(2일) 국군기무사 의혹 특별수사단이 기무사의 ‘계엄 시행 준비’에 관한 내용이 담긴 파일의 존재를 확인한 걸, 체크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관련 내용이 어제와 오늘 주요 방송과 신문에 일제히 실렸지만 최 기자는 여전히 ‘국가 혼란 상황에 대비한 기무사 문건’이라고 용감하게(?) 단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자(3일) 한겨레에 실린 관련 보도를 잠깐 인용합니다. 이 보도를 보고도 ‘국가 혼란 상황에 대비한 기무사 문건’이라는 자신의 주장이 그대로 유효한지 한번 자문해 보기 바랍니다. 오늘자 조선일보 8면에도 ‘짧게’ 실린 내용입니다. 

“이번에 ‘계엄 시행 준비’에 관한 내용이 확인됨에 따라 당시 기무사가 실제 계엄 시행을 전제로 문건을 작성한 정황이 더욱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특수단이 파일을 확인한 상황을 보면 기무사는 극비리에 계엄 시행 관련 파일들을 작성했다가 서둘러 은폐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무사의 계엄 검토 문건 2건이 담겨 있던 유에스비(USB·이동식 저장장치)에 파일 수백개가 저장됐다가 삭제된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복구해 ‘시행 준비’ 관련 내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수단은 ‘계엄 시행 준비’에 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아직 밝히지 않았다. 

기무사가 지난해 초 계엄 문건을 작성하기 위해 인사 명령과 예산을 따로 마련하고 별도의 장소에서 ‘미래방첩업무 발전 방안’이란 티에프(TF)를 비밀리 운영했다는 것이나 계엄 문건 보고서의 제목이 애초 ‘현 시국 관련 대비 계획’에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으로 바뀌었다는 대목도 당시 기무사의 의도에 의구심을 더하게 한다. 향후 특수단의 수사는 이들 의혹을 파헤치는 데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8월3일 한겨레 5면) 

최보식 “명예를 중시하는 무인이라면 아닌 것은 아니라고 해야” 

사실 최보식 선임기자 칼럼에서 압권은 한민구 전 국방장관과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압박(?)하는 데 있습니다. 최 기자는 ‘기무사 문건 공개’를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있는 ‘사건’으로 규정한 뒤 왜 두 사람이 가만히 있냐고 질타합니다. “자신들이 관련된 행위가 ‘쿠데타 미수’로 몰리고 군(軍) 전체가 매도되는데도 침묵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한때 책임 있는 위치에 있었고 더욱이 명예를 중시하는 무인(武人)이라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곤경에 처했을 때 가장 잘 드러난다고 했다. 특히 고위직의 보수 인사들에게는 진퇴와 자기희생, 숙명의 미학이 없다. 이들은 자기 한 몸의 억울함만 늘어놓아선 안 된다. 개인적으로 손해를 더 보더라도 이들에게는 정권의 의도에 맞서야 할 책임이 있다. 현 정권이 이렇게 질주하게 된 것은 책임 있는 개인들이 발언해야 할 때 입을 다물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국가 혼란 상황에 대비해 문건을 만들었을 뿐 ‘친위쿠데타’ 기도는 말도 안 된다는 얘기를 왜 제대로 하지 못하느냐는 얘기입니다. 계엄과 관련해 권한도 없는 기무사가 왜 이런 문건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의문은 없습니다. 정말이지 기무사 문건과 관련해 추가 자료가 계속 공개되는 상황에서 ‘이런 칼럼’을 버젓이 실을 수 있는 조선일보의 ‘용기’ -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보식 선임기자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오늘자(3일) 조선일보 사설에 실린 다음과 같은 부분은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정말 궁금합니다. 물론 조선일보 사설을 다른 신문들 사설과 비교해 보면 ‘군내 정치 금지’ 쪽에 방점이 찍혀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기무사 개혁’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부하지는 못했습니다. 최보식 선임기자처럼 “별거 아닌 걸 정말 큰일 날 뻔했다는 식으로 과대 포장하고 있다”는 일방적인 주장을 하지 못했다는 얘기입니다. 

“정보를 무기로 자체 권력을 키우려는 것은 정치적 행태다. 군사정권이 끝난 후에도 기무사의 이런 정치적 습성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군내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른바 기무사 계엄 문건에 대해서도 ‘국가 비상사태 대비 검토를 왜 기무사가 했느냐’는 여론이 적지 않다. 개혁위 권고안대로 기무사의 대통령 독대부터 중지돼야 하고, 기밀 보안이나 간첩 색출과 관계없는 장교 동향 뒷조사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2018년 8월3일 조선일보 사설) 

사실 ‘최보식 칼럼’과 관련해선 최보식 기자가 아니라 조선일보에게 질문을 하는 게 온당할 듯 합니다. 이런 칼럼을 실은 건,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조선일보의 진심은 어느 쪽에 가까운가요? ‘최보식 칼럼’입니까, 사설입니까?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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