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해 41일째 단식 중이던 설조 스님이 건강 악화로 30일 오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사진출처='설조스님을 살립시다' 페이스북 페이지>

설조 스님이 결국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지난 6월 20일 시작된 단식은 폭염 속에 41일째 이어졌고 주치의 검진 결과 상태가 위중,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병원 이송을 결정했다.

30일 오후 2시 45분께 시민연대는 “설조 스님께서 88세의 고령임에도 무더위에 금강석과 같은 의지로 40일이 넘게 단식했지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있어 스님을 병원으로 모시기로 결의했다”고 알렸다.

이들은 “의사의 진단에 따라 단식을 멈추도록 스님들과 관계자들이 설득 중”이라고 전하며, “설조 스님은 혈당 등 각종지수가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긴급 현황을 공유했다.

설조 스님은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시민연대는 “생명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불교 교리에 따라” 이날 오후 3시30분경 설조 스님을 주치의가 있는 녹색병원으로 이송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설조 스님을 진료한 이보라 인의협 사무국장은 “체중이 15% 이상 줄었고, 혈압이 떨어지고 부정맥 빈도가 높아졌다”면서 “단식이 이어지면 생명이 매우 위험한 상태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병원 이송 전 설조 스님은 대변인을 통해 “그동안 큰 스님들이 침묵하고 최고지도자들이 감당해야 할 역할을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고위 스님들이 사기협잡집단의 수괴가 아니라 청정 승가의 지도자가 돼야 한다”며 “선량한 다수 스님이 일어나 종단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조 스님은 또 국민과 대통령을 향해 “그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전하고는 “불교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 정부의 역할이 있다면 기계적 중립이 아닌 주관적 입장에서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현 종단 분규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설정 스님은 '조속한 시일 내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모색해 진퇴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설정 총무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시일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지난 27일, 한겨레 조현 종교전문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설정 스님의 용퇴와 설조 스님의 단식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기자는 “설정 스님이 용퇴할 경우 종단은 60일 이내에서 차기 총무원장 선거를 치러야한다”며, 또 “적폐청산연대는 설정 스님의 용퇴 뒤 기득권세력의 종권 연장을 막기 위해 전국승려대회를 통한 종회 해산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승려대회는 종단 해체를 결정지을 수 있는 최고의결기구로, 오는 8월 21일 24년 만에 열리게 된다. ‘종회 해산’은 원로의원들 3분의2가 찬성하고 종정이 재가하면 가능하다.

조 기자는 “그러나 종단 원로들이 개혁 의견을 반영해 개혁을 단행해줄 것이란 희망을 갖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며 “적폐청산연대는 총무원장 직선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원로들일수록 선거가 가져온 폐해를 강조하며 선거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은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의 아픔을 실질적인 종단 개혁으로 열매 맺을 수 있도록 불자 대중들이 열린 공론을 통해 지혜를 도출해내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을지 ‘천년 불교’의 내공이 더욱 절실한 때가 오고 있는 셈”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