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수행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62%, 부정평가 1위 항목은 민생문제 해결 부족.’ 

27일 한국갤럽이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여론조사 설문 결과다. 긍정 평가율은 지난주 대비 5%p나 하락했다. 반면 부정 평가는 지난주에 비해 3%p 상승한 28%였고, 9%가 의견을 유보했다(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이와 관련 한국갤럽은 “6·13 지방선거 이후 문 대통령 직무 부정 평가 이유에서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계속 4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이슈가 더해져 부정 평가가 장기화·심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직무 긍정률 62%는 취임 이후 최저치이지만 여전히 역대 대통령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평했다. 

▲ <이미지 출처=한국갤럽>

앞서 26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 역시 6주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리얼미터의 7월 4주차 주중 집계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0.9%p 하락한 62.0%였다. 부정평가는 1.4%p 올라 32.8%였고, 모름 또는 무응답은 0.5%p 감소한 5.2%였다. 

리얼미터는 이 같은 하락세에 대해 “경제·민생 악화 불안감과 최저임금 논란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문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간의 진실공방으로 비화하며 논란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 <이미지 출처=리얼미터>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최저임금 논란과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문에 따른 논란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기나긴 허니문 기간이 끝났다는 극단적 평가와 함께 역대 대통령들의 같은 기간 지지율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라는 해석도 유의미하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비교해 정의당의 꾸준한 상승세는 분명 곱씹어볼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와중에, 문 대통령이 지난 26일 이색적인 시민과의 만남’을 가졌다. 일견 '민생문제 해결 부족'이란 지지율 하락 요인을 상쇄하기 위한 민생행보로 보이기도 했다. 청와대는 27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초대된 분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경제 현안과 관련된 의견을 밝히는 자리’로 알고 참석했고 행사 직전에야 대통령이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이른바 ‘호프 번개’였다.  

공약 이행한 문 대통령의 서민 소통

‘청년구직자 배준 씨와 이찬희 씨, 안현주 씨,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태희 씨,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종환 씨, 아파트에서 일하는 김종섭 씨, 서점을 운영하는 은종복 씨, 박용만 대한상의회장, 도시락업체를 운영하는 변양희 씨, 중소기업 사장인 정광천 씨.’  

청와대가 소개한 이날의 참석자들의 면면이다. 박용만 회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서민, 자영업자, 청년층, 중소기업 운영자들이라 할 수 있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3월 당시 대통령 후보이던 ‘이니’ 문 대통령과 빨래방에서 만나 삼겹살 데이트를 했던 군무원 준비생 ‘주니’ 배준 씨도 함께 했”다고 전했다. “퇴근길에 불쑥 시민들과 맥주 한 잔 나누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뜻이 이제야 실행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훈훈한 분위기를 전한 청와대의 뉘앙스와 달리 이날 참석한 개별 시민들의 목소리는 꽤나 매세웠다.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과 사업을 구분해주셨으면 좋겠다. 대부분이 생계형 자영업자이다. 근로시간 단축, 시간외 수당, 주휴수당 등 정책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다. 최저임금 같은 경우에 좀 성장해서 주면 되는데, 속으로 정말 최저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될 수 있으면 가족끼리 하려고 한다. 종업원 안 쓰고... 그러다보니 일자리 창출도 국민들이 봤을 때는 안 되는 거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다.”

23년간 음식점을 운영했다는 이종환씨의 의견이었다. 자영업자의 고충이 담긴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이밖에 편의점 점주라는 이태희 씨는 “4대보험을 100만원씩 매달 넣고 있는데, 일자리안정자금 신청을 하니 20~30만원이 나오더라. 그거 받으려면 4대보험 100만원 정도를 매달 내야한다”며 사업주의 부담을 토로했고, 취업준비생 이찬희 역시 “토익, 오픽 등 취업을 위한 시험과 자격증 취득 비용이 한 달에 25만원 정도 든다”고 호소했다.

또 도시락 업체 사장이라는 변양희씨는 “열심히 해봐야 학교 근처라 상가비가 많이 나간다”며 “아르바이트비 주고나면 제가 가져가는 돈이 없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 발표한 이후로 저녁에 배달이 없다. 퇴근을 빨리하고 야근을 안 하니 도시락 배달이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여성의 이야기도 있었다. 언어치료사로 일하다 경력단절로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는 안현주 씨는 “쌍둥이 낳고 일을 그만둔지 4년인데, 조부모님이 도움을 주시지 않으면 여성은 일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파트타임을 구해도, 보모에게 최저임금에 맞춰서 돈을 드려야 하고, 아이 참 기르기 어렵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기르는 제도들이 확정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참석자들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 등이 참석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회 입법’ 강조한 문 대통령, ‘쇼통’ 비판 피하려면

“자영업자 어려움을 도와주는 여러 제도와 대책들이, 카드 수수료라든지 가맹점 수수료 문제라든지, 상가 임대료 문제,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도 일자리안정자금뿐 아니라 고용시장에서 밀려나는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쭉 연결되면 그나마 개혁을 감당하기 쉬울 텐데, 정부가 주도해서 할 수 있는 과제들은 속도 있게 할 수 있지만 국회 입법을 펼쳐야 하는 과제들은 시간차가 나 늦어진다. 

그래서 자영업 문제, 고용 밀려나는 분도 생기고, 그렇게 해서 자영업에 대한 사회안전망 모색하고, 여러 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무겁게 생각한다. 그런 부분 적극적으로 보완해 나갈 거고, 국회에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이런 내용의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문제점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만, 역시나 “국회 입법”의 어려움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참석자들도, 문 대통령도 공감하는 것처럼 관건은 ‘실천 방안’인 셈이다. 

사실 문 대통령이 이 ‘깜짝 미팅’에 참석하던 시각엔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추모제가 열리고 있었다. 기무사 문건 논란 역시 일파만파 거세진 것은 물론이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과거 약속했던 깜짝 호프 미팅을 강행했다. 27일 “쇼통” 운운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둘째 치더라도, 이러한 자리를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꼭 이날이었어야 하느냐’는 지적 말이다. 

무조건적인 ‘쇼통’ 운운은 식상하다. 문 대통령의 소통 의지를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지지율 하락에 따른 급작스런 언론플레이란 비판도 적절치 않다. 주목할 점은, 문 대통령이 만난 이들 대다수가 대통령의 말마따나 “경력단절, 취준생, 자영업자 등” 주로 서민 층에 국한됐다는 사실은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러한 만남이 이미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지목된 그 ‘민생문제 해결 부족’가 결부될 수밖에 없다. 그저 ‘보여주기’식 소통으로 그칠 것인가, 문 대통령의 특유의 진정성과 함께 실천적인 돌파력을 선보일 것이냐는 전적으로 문 대통령의 향후 행보에 달렸다. 보수야당과 국회의 발목잡기를 포함해서도 그러하다. 

얼마나 선명하게 “정부가 주도할 수 있는 과제”들을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최근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협치 역시 그러한 실천 방안의 소산으로 풀이된다. 그 협치를 포함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그러한 실천을 차근차근 이뤄나가길 바라마지 않는다. 그래야만 전직 박근혜 대통령이 몸소 실천했던 ‘쇼통’ 운운하는 ‘지적질’이 싹 사라질 수 있지 않겠는가.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 국방개혁2.0 보고대회에 참석하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