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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면에 ‘계엄사 보도검열’은 없다[기자수첩] 67페이지 ‘기무사 문건’을 한 단락으로 요약한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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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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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24  17:00:36
수정 2018.07.24  17: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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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한 67쪽짜리 대비 계획 세부 자료에는 폭력 시위로 치안이 마비되거나 정부 기능이 마비됐을 때에만 계엄을 선포하도록 조건을 명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세부 자료를 보면, 기무사는 문건에 ‘계엄 선포 결심 조건’을 첨부했다. 탄핵 소추안 결정(기각 또는 인용) 이후 ‘과격 폭력 시위’와 ‘폭동 발생’ ‘무기 탈취’ ‘(북한) 국지 도발 및 특작부대 침투’ 등 상황이 발생하면 계엄 선포를 건의한다는 것이다. 또 ‘비상계엄 선포문’ 주체를 '대통령(권한대행)'으로 표시했다. 탄핵 소추안 기각과 인용 상황 모두를 가정한 것이다.” 

‘계엄사 보도검열’도 별 문제없다는 건가 

오늘자(24일) 조선일보 6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군 당국이 어제(23일)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 문건’과 관련한 내용을 다뤘습니다.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대비계획 세부자료, 즉 2급 비밀로 분류됐던 67페이지 분량의 세부자료입니다. 67페이지 분량의 방대한 자료를 ‘한 단락’으로 요약했습니다. 

‘한 단락’으로 요약이 가능한 내용도 아니지만 ‘조선일보 요약’이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조선일보는 기무사 문건이 ‘큰 문제’ 없는 것처럼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어디까지나 조선일보 판단이니 그 결정은 존중하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논외로 하더라도 기무사 문건에 언급된 ‘보도검열’을 기사에서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을 보면 언론사 입장에서 묵과할 수 없는 내용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바로 ‘보도검열단’ 운영 계획과 ‘인터넷유언비어대응반’입니다. 그 내용이 너무나 구체적인 데다 ‘반민주주의’ ‘언론자유 침해’ 요소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내용을 대략 살펴볼까요? 

문건에는 만약 계엄이 선포될 경우 인터넷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폐지하고, 방송통신위원회에 민관군 합동으로 ‘인터넷유언비어대응반’을 설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 언론사별로 보도검열단을 보내 신문 가판 등을 사전 검열할 계획이 담겼습니다. 

방송반·신문반·통신반 등 9개 반으로 구성되는 보도검열단에는 계엄사 48명, 문화체육관광부 61명, 방송통신위원회 16명, 합동수사본부 6명 등 134명이 참여토록 했습니다. 매체별 검열 시간과 검열 장소도 적시됐고, 계엄사령부 보도지침을 위반한 매체에 대해 보도 매체 등록을 취소한다는 구체적인 언론 통제 방안까지 명시됐습니다. 

   
   
▲ 지난해 3월 기무사가 작성한 67쪽의 계엄 선포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 <자료=국방부>

중앙·동아일보도 비중 있게 보도한 ‘기무사 문건’ … 조선일보는 사실상 무시 

이 뿐인가요? 기무사 문건에는 특정 언론사 이름을 거론하며 구체적인 검열 시행 방안까지 명시됐습니다. 보도검열 지침 위반 매체에 1차는 경고조치, 2차의 경우 현장취재 금지 및 출국 조치(외신) 그리고 3차 때는 형사처벌 하도록 명시했습니다. 

이 정도 내용이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사실상 모든 언론이 이번 사안을 집중보도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역사를 80년 신군부 이전 즉 유신 시대로 되돌리는 계획을 기무사가 구체적으로 검토했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어제와 오늘 많은 언론이 관련 내용을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오늘자(24일) 중앙일보는 보도검열에 초점을 맞추진 않았지만 1면에 ‘기무사 문건’ 기사를 실었고, 동아일보도 사회면(6면)에서 비중 있게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기무사 문건에서 보도검열 매체로 구체적으로 적시까지 됐는데도 여전히 관련 보도에 소극적입니다. 기무사가 ‘보도검열’을 구체적으로 기획한 것이 문제가 없다는 걸까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보도검열 외에도 오늘자(24일) 조선일보 지면에는 ‘이상한 대목’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 기사를 1면 사이드에 배치하면서, 사진기사를 청룡기 고교야구 대회 우승팀 선수들이 샴페인을 터뜨리는 장면을 실었습니다. 의도성이 있는 지 여부는 알지 못합니다만 1면 사진배치를 두고 상당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언급해야 할 듯 합니다. 

   
▲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별세한 다음날인 2018년 7월24일자 조선일보 1면 지면배치

생각은 다를지라도 최소한의 품격과 예의는 지킵시다

그리고 또 하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의 사돈인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 형사사건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향신문이 보도한 내용입니다. 법원행정처가 전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조선일보 관련 민사사건을 일괄 조사한 문건도 검찰이 확인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의혹’에 소극적인 태도를 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안도 ‘외면하거나 침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사안이 이 정도로 불거졌다면 관련 내용에 대해 조선일보 스스로 해명해야 하는 게 책임 있는 언론의 자세라고 봅니다. 

조선일보가 진보정치인에 들이댔던 잣대를 그대로 조선일보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무례하기 짝’이 없고 ‘화가 나는’ 조선일보 1면을 보며 던지는 질문입니다. 생각은 다를지라도 최소한의 품격과 예의는 지켰으면 합니다. 

   
▲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경향신문 기사 캡처>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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