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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언론’으로 커밍아웃 한 조선일보[기자수첩] 조선일보가 ‘기무사 문건’을 물타기 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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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 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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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1  09:57:59
수정 2018.07.11  10: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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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이 헌재의 결정에 일부 반발했지만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일 일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고 헌재 결정에 분노한 쪽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문건에서 언급한 대로 정부 종합청사, 국회, 대법원, 한국은행, 국정원 등이 점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 그 상황에서 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도 손 놓고 있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군의 입장에선 국가 전복·마비 상황이 실제 벌어질 경우에 대비한 비상 계획과 법적 절차 등을 검토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수 있다. 다행히 그런 극단적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고 당연히 그 문건은 실행될 이유가 없었다.” 

오늘자(11일) 조선일보 사설 <탄핵 찬반 세력 국가 전복 상황 때 軍은 어떻게 해야 하나>에서 일부를 추렸습니다. 

“헌재 결정에 분노한 쪽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문건에서 언급한 대로 정부 종합청사, 국회, 대법원, 한국은행, 국정원 등이 점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이라는 가정이 재밌습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촛불집회를 그렇게 바라봤나 봅니다. 아! 주어가 없군요. ‘헌재 결정에 분노한 쪽’이라고 했으니 폭동의 주체는 ‘촛불집회’가 될 수도 있고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기무사의 비상계획(?) 검토가 적절했다는 조선일보 

어찌 됐든 조선일보는 당시 상황에 대비해 군의 ‘비상계획과 검토’는 별문제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역시 조선일보다운(?) 논조의 사설입니다. 저는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다시 한번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보수는, 자유한국당 혁신은, 조선일보에 대한 개혁 없이 정말 힘들다는 것을 새삼 절감하게 됐습니다. 

우선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실제로는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이 헌재의 결정에 일부 반발했지만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헌재 앞에서 경찰과 기자들에 대해 무차별 폭력을 행사하고, 수십 명의 경찰과 언론인들이 부상을 당했는데 조선일보는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민주노총 등이 집회를 할 때 강경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찰을 향해 ‘나약한 공권력’을 운운했던 조선일보 아닌가요? 미국 등 선진국에서 경찰에게 조금이라도 위해(?)를 가하면 총알 세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던 조선일보 아닌가요? 

그런 조선일보가 ‘태극기 부대’의 경찰폭행 행위에 대해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단합니다. 당시 헌재 앞에서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폭력시위로 사망자까지 발생하고 일부는 구속까지 됐는데 조선일보는 ‘이런 상황’이 별 거 아닌 것으로 보는 모양입니다. 당시 제가 아는 후배도 취재 도중 ‘태극기 부대’에 의해 폭행까지 당했는데 조선일보는 이게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폭력 사태’는 아닌 거라고 하네요. 이 ‘독특한 정신세계’의 근원이 어디일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인용을 결정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도로에서 탄핵 인용에 반대하는 친박 집회에서 버스위로 올라간 시민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지붕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세계가 높이 평가한 평화적인 촛불시위…이걸 보며 폭동을 생각한 군은 제정신일까

재밌는 건,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폭력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조선일보가 기무사의 ‘친위쿠데타’ 문건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무사 문건을 방어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러다 보니 조선일보 스스로 스텝이 꼬입니다. 

수십 명의 경찰과 언론인들이 헌재 앞에서 부상을 당한 것을 두고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단한 조선일보. 그랬던 조선일보가 “헌재 결정에 분노한 쪽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문건에서 언급한 대로 정부 종합청사, 국회, 대법원, 한국은행, 국정원 등이 점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면”을 전제로 기무사 ‘친위쿠데타 문건’을 정당화합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당시 폭력사태는 경찰과 언론인이 ‘태극기 부대’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것 외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당시 현장 취재를 안 했나 봅니다. 세계가 높이 평가한 평화적인 촛불시위였습니다. 수많은 외신이 그런 평가를 내렸습니다. 오늘(11일) 조선일보 사설을 쓴 논설위원은 당시 외신보도 한번 찾아보기 바랍니다. 촛불집회를 보며 폭동을 생각한 박근혜 정부의 군이 과연 정상적인지 말이죠. 

저도 취재 차원에서 때론 시민의 자격으로 몇 번 광화문에 갔지만, 조선일보가 우려한 ‘폭동을 일으키고 문건에서 언급한 대로 정부 종합청사, 국회, 대법원, 한국은행, 국정원 등이 점거되는 사태’는 단 한 번도 떠올린 적이 없습니다. 그만큼 평화로운 촛불시위였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군과 기무사는 폭동을 떠올렸습니다. 그런 군과 기무사 행위를 조선일보는 옹호합니다. ‘이런 집단’이 과연 정상적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 지난해 3월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도로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에 환호하는 시민들이 피켓을 들고 기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대체 조선일보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 

오늘자(11일)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지적했지만 “세계가 경탄해 마지않은 평화시위가 폭동으로 변질될 것으로 예상하고 계엄령 발동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행위입니다. 이런 “기무사의 행태는 문민통제의 원칙을 따르는 민주주의 체제의 군대 모습”도 분명 아닙니다. 

조금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이른바 ‘통합진보당 사태’ 당시 조선일보가 적용했던 논리를 이번 기무사 문건에 똑같이 대입하면 기무사는 해체해야 합니다. 아니 사실 비교조차 될 수 없는 완벽한 범죄행위입니다. 경향신문 지적처럼 “시민의 군대를 자임하면서 뒤로는 군사독재 시절의 군대나 할 법한 일을 자행”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반헌법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게 무슨 문제인가’라는 식으로 기무사를 옹호하고 나섭니다. 자칭 1등 신문인 언론이 반헌법 행위를 두둔하는 이 상황 – 오늘자 조선일보 사설은 조선일보가 보수가 아니라 ‘극우언론’임을 스스로 입증한 기록이 될 겁니다. 

또 하나. 저는 오늘자(11일) 조선일보 사설은 정말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무사가 세월호 유족 등 민간인도 불법적으로 사찰한 내용은 사설에서 슬쩍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기무사 문건은 탄핵 반대 세력에 의한 과격 폭력 시위도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이라고 물타기를 시도합니다. ‘태극기 부대’의 경찰·기자폭행 행위를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진단한 조선일보가 “기무사 문건은 탄핵 반대 세력에 의한 과격 폭력 시위도 염두에 두고 작성된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기무사 문건의 정당성을 항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도 정도껏 해야 스텝이 꼬이지 않는 법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조선일보 사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대체 조선일보는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걸까요? 스스로 ‘극우언론’이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 싶었던 걸까요? 만약 그런 의도였다면 목표 달성은 성공한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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