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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백지영 노래에 군의문사 유족 ‘오열’한 사연가슴으로 부른 ‘잊지말아요’.. 군에서 아들 잃은 엄마들의 눈물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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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만 국방‧인권전문기자  |  rights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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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0  13:40:05
수정 2018.07.10  16: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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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중순경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연락을 받았습니다. 육군본부의 장성급 책임자께서 ‘군의문사로 자식을 잃은 유족 분들을 육군본부로 초청하여’ 위로하고 싶다는 전갈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엄마’들에게 저녁도 대접하고 끝난 후 문화 콘서트도 함께 관람하자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인연의 시작은 지난 2017년 9월로 이어집니다.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계룡대에 초청해 준 육참총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을 기점으로 군의문사 문제는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1948년 국군 창설 이래 사망했으나 순직 결정을 받지 못한 군인은 2014년 기준으로 약 39,000 여 명에 달합니다. 이를 66년으로 나눠보면 한해 평균 600여명이 이른바 ‘개죽음’으로 처리된 것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그동안 참 많은 분들이 싸워 왔습니다. 대표적인 군의문사 사건중 하나로 꼽히는 ‘허원근 일병의 아버지 허영춘’ 님이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1984년에 아들을 잃고 난 후 군의문사 규명을 외치며 국회 앞에서 가장 많이 노숙을 한 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과거 한나라당 당사 앞 버스 정류장에서 천막을 치지 못하게 저지하는 경찰 때문에 눈보라치는 한겨울에도 오직 비닐 한 장만 덮고 노숙한 날이 얼마나 되는지 셀 수도 없습니다. 그런 싸움 끝에 아버지는 2017년 3월, 아들의 사후 만 33년 만에 국방부로부터 순직 결정을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군의문사로 아들을 잃은 엄마들의 한 맺힌 설움을 담은 연극 <이등병의 엄마>는 우리나라 군대에서 벌어진 온갖 유형의 인권유린 실상을 담았습니다. 십수년 동안 군 병원 냉동고에서 냉동 상태로 방치되어 있는 아들을 그리며, 어느 엄마는 그날 이후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자 본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차가운 냉동고에 방치되어 있는데 엄마가 되어 자기는 따뜻한 방에서 잠을 자는 것이 미안해서 그럴 수가 없었다는 사연을 듣고 함께 눈물을 흘린 적도 있습니다.

또 한 엄마는 군의문사로 아들을 잃은 후 절망과 고통으로 삶의 소소한 행복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가족을 위해 때가 되면 쌀을 씻어 안치고 또 반찬을 만드는 것조차 먼저 간 아들에게 미안하여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날 이후 가장 수치스러웠던 것이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아들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그 어미는 배가 고프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 너무나 수치스러웠다는 엄마. 그래서 결국 입 안에 밥을 밀어 넣으며 짐승처럼 꺼이 꺼이 울었다는 그 엄마의 애절한 하소연을 들으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런 엄마들을 위해 뭐라도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이 엄마들의 아픈 사연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머리띠 묶고 구호 외치며 국방부 철문 앞에서 절규하는 엄마들의 모습이 아닌, ‘정말 우리가 무엇 때문에 억울하다고 하는 것인지’ 세상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조근 조근 말씀드릴 수 있는 그런 방식의 운동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만든 연극이 <이등병의 엄마>였습니다. 지난 1998년 이후 만 20년간 제가 인권 현장에서 만나온 500여명의 군의문사 유족 분들의 사연을 하나 하나 모아 이것으로 연극 대본을 만들어 이 분들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 스토리펀딩에 이런 연극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72일간 총32개의 글을 올렸고 이에 화답하여 무려 2,800여 후원자들이 참여한 연극 <이등병의 엄마>가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공연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습니다. 특히 대통령 부인이신 김정숙 여사께서 같은 엄마의 심정으로 이 연극을 보러 와 주셨고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덕분에 놀라운 제안이 왔습니다. 육, 해, 공군 참모총장 주관으로 우리 군의 본산격인 계룡대에서 <이등병의 엄마> 공연을 해 달라는 초청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연극 <이등병의 엄마>는 영관급 장교 이상 700여 명이 꽉 찬 계룡대 무대에 올랐습니다. 배우로 참여한 어느 엄마는 이날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소회를 전했습니다. 70세가 넘은 몸으로 ‘우리 아이들이 죄를 짓고 군대를 간 것도 아닌데, 왜 국민에게만 의무가 있고 국가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냐’고 외치던 엄마는 끝내 오열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눈물이 터지지 않은 관객은 없었습니다.

   
▲ 군에서 아들을 잃은 엄마들이 계룡대 무대에서 연극 <이등병의 엄마> 공연을 하고 있다. 이날 자리에는 영관급 장교 이상 700여 명이 참석했다.

어쩌면 군 고위층 입장에서 보기에 이 연극은 ‘매우 불편할’ 것입니다. 총 100분의 공연 시간 내내 우리 군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를 피해자인 엄마들 시선에서 원망하고 하소연하는 것이니 그럴 수밖에요. 그래서 저 역시 공연 내내 각 군의 참모총장 모습을 주시했습니다. 혹여나 불편하여 중간에 공연장을 나가버리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공연이 끝났을 때 일입니다. 정말이지 잊혀 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었습니다.

군 유족과 약속 지킨 육참총장.. 고맙습니다

공연이 끝난 직후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저는 순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연극을 보다가 중간에 나가 버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래도 끝까지 관람해줘서 고맙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반전이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기립박수를 치는 게 아닌가요? 무대 인사를 하는 군의문사 유족들을 향해 대한민국 최고 계급인 ‘별 넷’ 육군 대장이 기립박수를 치다니. 그것도 군의 고질적인 인권 유린과 경시 행위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연극을 본 후에 말입니다.

감동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앉아서 박수를 치던 장교들이 육군참모총장의 기립 박수를 보고 따라서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몇 분에 걸쳐 기립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700여명의 육, 해, 공군 장교와 장성들이 모두 일어나 쳐주는 박수 소리가 극장 안에 가득 찼던 것입니다. 그날의 현장을 지켜본 저로서는 전율을 느낄 만큼 충격적인 감동이었고 기적이었습니다. “정말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다과회. 그 자리에서 김용우 총장은 그간 있었던 여러 불미스러운 사례에 대해 군의문사 유족들에게 깊은 유감을 표했습니다. 자신의 임기중에는 군의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이런 자리를 자주 만들어 군의문사 유족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약속도 했습니다.

   
▲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이 계룡대를 방문한 군의문사 유족들에게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그것이 지난 6월 중순경 육군본부로부터 제가 받게된 전화 한통의 시작이었습니다. 김용우 육참총장께서 그때 약속을 지키고자 군의문사 유족 분들을 뵙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는 7월 5일에 계룡대로 엄마들이 와 주실 수 있는지 묻는 전화였습니다. 이 사실을 군의문사 피해 유족 단체인 <군사상 유가족협의회> 김순복 회장님에게 전하니 당연히 고마워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방문하게 된 그날. 모두 13분의 군의문사 유족 ‘엄마’들은 계룡대를 방문했습니다. 그날 유족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부분은 군 헌병대 수사 부서 방문이었습니다. 군에서 사망사건 등 사고가 발생하면 어떤 조치를 하며 거짓말 탐지기와 최면 수사 등 첨단 기법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 매우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만찬 자리. 오랜만에 다시 만난 연극 <이등병의 엄마> 출연 유족 분들과 김용우 총장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육본에 다시 초청해준 마음에 유족분들은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순직 결정을 받아 많은 이들이 국립묘지에 안장되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이들을 위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유족들의 말씀에 김용우 총장은 “이처럼 진작에 뵈어야 했는데, 과거에는 멱살부터 잡힐까 싶어 유족 분들을 멀리하다 보니 이해가 많이 늦었다”며 “언제든 이곳에 오시고 싶으면 오시라”는 덕담도 전했습니다. 말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는다는 것이 이런 것이겠지요.

그런데 진짜 감동은 따로 있었습니다. 육참총장 주관의 만찬이 끝난 후 ‘엄마’들은 바로 옆 계룡대 문화 공연장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국민은행 후원으로 육군 주최의 <나라사랑 콘서트>가 이날 있었는데 유족들도 초청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계룡대에 근무하는 장병과 그 가족들 대상의 내부 문화공연인데, 김용우 총장이 유족들도 함께 공연을 보자며 제안하여 이뤄진 것입니다.

콘서트에는 많은 가수가 출연했습니다. ‘엄마’들 입장에서는 생소한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룹 <마마무>니 <길구봉구>, 손태진 등 유명 가수들이 출연한다는데, 엄마들이 아는 가수는 그 중 가수 백지영 밖에 없다며 웃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보게된 공연. 솔직히 별 감흥은 없었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 취향의 노래이다 보니 나이가 상당한 유족들 입장에서는 그럴 밖에요. 게다가 공연 시간이 점점 늘어지면서 각지에서 오신 유족들은 돌아갈 차 시간 걱정으로 그저 공연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분위기 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엄마들이 공연 말미, 폭풍같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엄마는 꺼이 꺼이 소리를 내며 오열했습니다. 대부분의 유족들은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기 바빴습니다. 바로 마지막으로 출연한 가수 백지영 씨의 노래 때문이었습니다.

   
▲ 故 윤영준 이병의 안장식 날, 엄마는 아들의 사진을 품 안으로 돌려 안았다. 유해 안장이 진행되는 동안 엄마는 아들의 얼굴을 품에 안고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가수 백지영의 눈물.. 군의문사 유족 눈물이 되다

가장 큰 환호 속에 등장한 가수 백지영 씨는 역시 ‘최고의 인기가수’ 다웠습니다. 그간 히트된 자신의 인기곡을 부르며 관객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나갔습니다. 그렇게 한곡 한곡이 끝나고 어느덧 4번째 곡을 마친 후였습니다. 백지영 씨가 마지막 곡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면서 잠시 울컥해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노래를 부르려고 그러나 싶어’ 사람들이 잠시 잠잠해졌습니다.

백지영 씨는 이 행사에 초대를 받으면서 주최측으로부터 ‘한 곡의 특별한 노래를’ 주문받았다고 했습니다. ‘오늘 행사에 아주 특별한 분들이 참석한다’며 ‘그 분들을 위한’ 노래를 준비해달라는 요청이었다고 합니다. 군 복무중 아들을 잃은 군인과 그 부모님을 위한 곡, 바로 ‘잊지 말아요’였습니다.

백지영 씨는 ‘자식을 잃은 아픔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거다. 무슨 말로 그 분들에게 위로를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노래가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큰 가수 상을 수도 없이 받아본 가수로서, 그리고 수 많은 공연 경험을 가진 가수 백지영 씨가 끝내 자신의 노래를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수차례 눈물을 흘리며 노래하지 못하는 백지영 씨의 모습을 보며 저는 또 다른 전율을 느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백지영 씨의 진심이 아니라면, 그런 공감이 아니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또 다른 감동적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백지영 씨의 진심에 아들을 잃은 엄마들도 울고, 저도 울고, 관객들도 함께 울었습니다. 노래 말미에 레이저로 씌여진 무대 글귀, ‘잊지 않겠습니다’는 그 감동의 절정이었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이고 세심한 배려에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들은 다시 한 번 육본과 가수 백지영 씨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습니다.

그날의 그 감동을 전하고 싶어서 이 글을 썼습니다. 가수 백지영 씨가 부른 그날 ‘잊지 말아요’ 영상을 여러분들과 다시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육군본부 홍보실에 요청하여 받은 그날의 공연 편집본입니다.

끝으로 가수 백지영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님의 위로가 고통속에 살아가는 수많은 군 유족 분들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김용우 육군참모총장님과 이날의 행사를 제안해 주신 나승용 육군 정훈공보실장님 등 실무자 모든 분들에게 군인권운동가로서 고마움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군의문사 유족 분들에게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더 좋은 대한민국 군대를 위하여!

고상만 국방‧인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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