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들의 노동을 ‘성장’, ‘청춘의 과도기’ 쯤으로 생각 말아 달라. 우리도 이루고 싶은 꿈과 삶이 있다”
“우리의 노동력의 대가가 이렇게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없으면 자본과 국가는 더 클 수도 없고 유지되지도 못 한다”

▲ ⓒ'go발뉴스'

123주년을 맞는 노동절인 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 서점 앞에 150여명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였다. 최저임금 1만원과 열악한 노동현실을 알리기 위해 결성된 ‘알바연대’의 노동절 행사 ‘알바 데이’다.

이들은 저마다 손에 ‘재벌만 대박 알바는 쪽박’, ‘알바만 하다 결혼도 못해보고 죽을 것 같아요’, ‘시간은 금이다. 하지만 알바들의 1시간은 4,860원이다’, ‘빅맥세트 하나도 못 사먹는 4,860원 알바’ 등의 피켓을 들었다. 편의점 점원, 카페 점원, 삼각 김밥 복장을 한 이들도 눈에 띄었다.

“씹다가 단물 빠지니 버리는 1회용품”
“피 토해도 ‘대체인력 없다’ 노동 강요”

이날 행사에서는 ‘알바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직접 겪었던 생생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커피전문점 오전 알바를 한 달간 하다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는 하루씨(가명)는 “정말 억울하고 분해도 털어놓을 곳 하나 없었다. 씹다가 단 물 다 빠지니 버리는 1회용품이 된 기분 이었다”며 “내가 원하는 건 얼마 없다. 적당한 노동시간, 먹고 살만큼의 생활임금,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 이 정도만 원했다”고 호소했다.

백화점에서 일했었다는 김씨는 “교대 인원도 없어 오픈부터 폐점까지 12시간씩 매장에 서서 일했다. 마감 때 되면 정신이 혼미해 진다. 일이 너무 힘들어 몸살이 난 적 있는데 아침에 피를 토했다”며 “그래도 사장은 대체인력이 없다고 나오라고 하더라. 지금도 백화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감정노동자가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나누고 싶어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집회현장 옆으로 퀵서비스노동자, 서비스노동자 등 민주노총의 거리 행진 행렬이 지나갔다. 알바연대 회원들은 이들을 향해 인사하며 서로 손 인사를 주고 받았다. ‘어린 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어른 노동자’들의 눈빛은 반가움보다는 애처로움이 묻어나는 듯 했다.

알바연대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해 권문석 대변인은 ‘go발뉴스’에 “최저임금은 특수한 법이지만 법만 놓고 보면 보편적으로 적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영향을 받는 사람이 1750만명이다. 이런 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이나 알바나 최저임금법을 적용받는데 정규직 노동자는 그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은 사회적으로 결정되는 임금이기에 이 자체가 가진 파급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사회 긴 노동 시간 등 이런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단초가 최저임금이고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이 올라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밝혔다.

알바연대는 거리 행진에 앞서 국민의 자유를 옹호하는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된 영국의 ‘마그나카르타’를 본 따 만든 ‘알바나카르타’를 발표했다. 알바나카르타에는 △근로기준법 보호△최저시급 1만원△장시간 노동하지 않을 권리 △인격체로서 존중 받을 강력한 법적 처벌 △대기업과 가맹점과의 이익배분구조 개선으로 영세점주를 위한 대책 등이 담겨있다.

이들은 ‘최저임금 1만원’ 현수막을 직접 현장에서 함께 만들고 거리행진에 나섰다. 스피커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출발한 선두는 사회자의 진행으로 신나는 노래와 함께 알바들이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현장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다양한 알바를 경험한 청년들이 함께 했다. 샌드위치 복장을 하고 있던 A씨은 ‘go발뉴스’에 “아는 지인을 따라서 나와 봤다. 용돈벌이형 알바만 해 왔는데 생계형 알바들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 최저임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 기회가 되었다”고 말했고, B씨는 “촬영보조 알바를 했다. 카메라 들고 군중 속을 뛰어 다니며 일했는데 마지막 날 임금을 떼였다. 최저임금 문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일인 것 같다”고 밝혔다.

부산에서 올라온 알바연대 한 회원은 “고기부페에서 서빙 알바를 했었다. 오늘 행사가 굉장히 재밌다. 신나고 문화제 같은 느낌이다”며 “다들 알바 하다 화나면 그만 두고 여기 회원을 하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동부 대체 뭘 하고 있냐”
종각~명동입구 행진, 각종 퍼포먼스 벌여

이날 거리 행진은 종각에서 명동입구까지 진행됐다. 이들은 서울고용노동청과 명동예술극장,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맞은편에서 퍼포먼스를 가졌다. 흥겨운 노래와 함께 거리 행진을 벌인 이들은, 명동의 수많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며 축제 같은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이들의 퍼포먼스를 사진에 담는 등 관심을 보였다.

노동청 앞 퍼포먼스에 앞서, 3년 동안 일한 가게에 퇴직금을 요구했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거부당한 지수씨(가명)는 “도대체 노동부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며 “알바도 노동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권리를 당당히 누릴 수 있도록 의무를 다 하라”며 규탄했다.

▲ 고용노동청 유리문에 노동부 장관에게 전하는 진정서를 붙였다 ⓒ'go발뉴스'

알바연대는 지수씨의 발언이 끝나자 미리 나누어 준 진정서를 노동청 유리문 앞에 붙였다. 노란 ‘경고장’과 함께 붙은 진정서에는 ‘자꾸 미루지 말고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세요’, ‘같은 노동자인데 본연의 성실한 업무 좀 합시다’, ‘권리침해 방관금지!’, ‘나의 사생활을 돌려주세요’ 등의 내용이 적혔다.

이어 이들은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우리도 쉬고 싶다’며 누운 채 휴식을 취하는 퍼포먼스를 보였고,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맞은 편에서 ‘나쁜 재벌 롯데 규탄’ 집회를 가졌다.

▲ 명동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알바연대 ⓒ'go발뉴스'

집회에는 일본 청년운동가 미야키 아키코씨와 편의점주 협의회 관계자가 참석해 연대 발언을 했다. 아키코씨는 “일본의 청년들도 여러분과 똑같은 상황이다. 청년의 절반 정도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고 청년의 가장 높은 사인은 자살이다”며 “유니클로 등 일본 노동자들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힘든 노동에 강요 당하고 있다. 여러분의 이 활동이 일본의 젊은이들에게도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맹점주협의회 민인숙씨는 알바하는 모든 분께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민씨는 “최저임금 드리지 못해 솔직히 너무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너무 답답하다”며 “우리도 알바들한테 임금 주고 싶은데 실질적으로 그렇게 못하는 많은 점주들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날 행사에는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국민대 대학생사람연대, 서울시립대 인문사회과학동아리 연애편지, 진보신당연대회의 청소년위원회, 진보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청년녹생당,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등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