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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여전한 유리천장과 ‘사표 제출 없다’는 서지현 검사[하성태의 와이드뷰] 힘내라보다는 ‘실천’에 돌입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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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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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8  17:35:59
수정 2018.06.18  18: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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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진행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소수정당 소속 서울시장 후보 KBS 초청 TV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뉴시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 녹색당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4위를 기록했다. 간발의 차로 원내정당인 정의당 후보를 꺾은 놀라운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치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박원순 시장이 재임에 성공한 서울시는 최근 ‘성평등 계약제’ 공약을 하반기부터 시행하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월 ‘성희롱, 성폭력 및 2차 피해 예방 대책’을 발표한 바 있는 서울시가 성평등과 관련해 좀 더 적극적인 액션에 나선 것이다. 하반기 시행을 예고한 ‘성평등 계약제’는 서울시가 기업 또는 공공기관과 위탁 계약을 체결할 때 표준계약서 내에 성평등 조처 강화, 성폭력 대응 체게 강화를 강제 조항으로 넣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다. 

서울시의 성희롱 성폭력 사건 관리 강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이 성평등 계약제는 사실 녹색당 신지예 후보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2번째로 우선해 내놓은 공약이다. 이 같은 서울시의 성평등 계약제 도입 소식이 알려지자 신지예 후보는 17일 “페미니즘 정치 이제 시작입니다. 환영합니다”라며 “앞으로 더 성평등한 서울이 되길 기대합니다”라는 소감으로 화답했다. 

앞서 지난 9일 서울 대학로에 여성 2만 여명이 모였다. 경찰의 불법촬영 성차별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대규모 시위였다. 상반기를 강타한 ‘미투 운동’ 이후 사회는 많이 달라졌을까. 사회의 변화라는 것이 언제나 더디고 인내를 요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성폭력에 대한, 더 나아가 성평등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는 있는 걸까. 5개월 전 미투 운동을 처음 촉발시킨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검찰의 ‘3무 수사’ 비판하는 서지현 검사, 그래도 “사표 제출은 없다” 

“5개월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결과적으로는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제대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해가 회복된 것도 없고요. 정상적인 근무는 어려운 상황이고 또 2차 가해자들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고 여전히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는 심신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었다. 공황장애 치료를 받고 있고, 그간 목디스크, 허리디스크도 발병했다고 했다. “사표는 제출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분명히 한 서 검사는 그러나 “달라진 것은 없”다고 단언했다. 서 검사의 폭로 이후 검찰이 꾸린 ‘성추행 진상 조사단’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얘기다. 

서 검사는 “수사단이라는 것은 강제 수사 등을 염두에 둔 것”인 반면 “조사단이라는 것은 고소 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수사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한 상태에서 만든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하며 부실한 검찰의 조사를 ‘3무 수사’라고 못 박았다.  

“처음에는 제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아무런 인사 보복이 없었다는 전제하에 성추행 부분만을 조사하겠다, 이렇게 구성이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수사 능력도 수사 의지도 공정성도 없는 3무 수사가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서 검사는 결국 재판에 넘겨진 안태근 전 검사장 역시 무죄나 무혐의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피해자이자 현직 검사로서 현 상황을 더더욱 심각하게 받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앞서 안 전 검사장은 지난달 18일 첫 공판을 받았고, 오는 25일 두 번째 재판 출석을 앞두고 있다. 그는 성추행과 인사보복 혐의 모두 무죄를 주장 중이다. 그렇다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 검사는 또 다른 미투 피해자들과 여전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대해 어떤 의견을 내놨을까. 

“일단은 성폭력 또 성희롱 2차 가해 등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회에서 좀 열심히 일을 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또 그뿐만 아니라 이런 가부장적인 남성 우월적인 문화 또 취업과 결혼이 어려워진 사회구조 등 성폭력, 여성 혐오 등이 발생하는 그 근본 원인과 사회 구조에 대한 분석과 논의도 있어야 된다고 봅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나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서로 이해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가 10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31주년 6.10민주항쟁 '민주에서 평화로' 기념식에 참석하여 국민의 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여전한 ‘유리천장’ 

신지예 후보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여성들을 짓누르는 두터운 유리천장을 다시금 확인시켜준 계기였다. 지난 15일 KBS가 보도한 “23년째 여성 광역단체장 ‘0명’, 여전히 높은 유리천장” 기사를 보자. 

“이번 선거에서는 서울시장을 포함해 모두 17명의 광역단체장을 뽑았습니다. 결과는 전원 남성 후보자들의 당선, 여성은 아무도 광역단체장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이번만이 아닙니다. 여성 광역단체장은 1995년 제1회 지방선거가 시작된 이후 23년 동안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여성 기초 단체장은 어떨까요? 구청장 등 전국에서 226명을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모두 8명의 여성 후보가 당선됐습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제외하고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총 4,016명의 당선자가 나왔다. 그 중 여성은 모두 1,043명으로 전체 25% 수준이었다. 2010년 치러진 제5회(18.7%)보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21.6%)보다 분명 여성 당선자 비율은 늘었다. 공직선거법 상 광역·기초의원 비례대표 여성 당선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공직선거법 제47조 3항은 “정당이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그 후보자 중 100분의5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되 그 후보자명부의 순위의 매 홀수에는 여성을 추천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이 2~3인 선거구인 광역·기초의원 선거구는 득표율이 높은 정당이 한 석씩 나눠 먹는 구조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1번인 여성 후보가 낙점되는 구조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여성 의원의 수는 늘었지만, 정비례해도 모자랄 여성 단체장은 0명을 기록했다. 유리천장 운운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신음하고, 가해자들은 무죄를 호소한다. 그 와중에 사회의 변화는 더디고 느리게 전개된다. 유리천장 역시 공고해지고 있고, 차별의 언어는 훨씬 심화되고 그 뿌리를 깊게 드리워가는 형국이다. 

우리는 과연 성평등한 세상은 고사하고, 지금보다 덜 나쁜 사회를 막아낼 수 있을까. 나이브할지 모르지만, 결국 답은 우리 안에 있지 않을까. 서지현 검사가 바라는, 우리가 바라는 그런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는 당사자성을 가져야 한다. “강자도 약자도 여성도 남성도” 좀 더 예민해하고, 조금 더 차별에 민감해야 한다. 서 검사의 말마따나, 힘내라보다는 ‘실천’에 돌입할 때다.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사실 힘내라, 용기내라.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그러하듯 각자 최대한의 힘과 용기로 버티고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피해자들이 큰 용기를 내지 않아도 절도나 상해 이런 피해를 당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피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할 수 있고 또 2차 가해에 대한 어떤 두려움도, 고통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강자도 약자도 여성도 남성도 모두 함께 행복한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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