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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을 들었던 ‘당신’,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서평] ‘우리가 촛불이다’(장윤선·창비)가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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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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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8  15:09:39
수정 2018.06.08  15: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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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촛불이다’는 촛불혁명을 기록한 책입니다. 2016년 10월부터 23차례 진행한 촛불집회를 생중계하면서 취재했던 노트를 바탕으로 책 한 권의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촛불이다’의 주인공은 바로 ‘우리’입니다. 책을 펼치면 당시 광장에서 함께 촛불을 들었던 많은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등장합니다. 

저자인 장윤선 앵커(tbs 이슈파이터)는 모르겠지만, 촛불집회 당시 동아일보 사옥 부근에서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하고 있는 저자를 잠깐 본 적이 있습니다. 고군분투. 그 단어가 생각이 나더군요. 당시 저는 미디어오늘 편집국장을 맡고 있었는데 장윤선 ‘기자’의 그 열정이 부러웠습니다. 돌이켜보면 국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촛불집회를 직접 취재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당직에서 자유로운 주말, ‘시민’의 자격으로 광화문을 갔던 기억이 많았습니다. 

   
▲ <우리가 촛불이다 - 광장에서 함께한 1700만의 목소리 / 장윤선(저자) | 창비 | 2018-05-18>

광장에서 함께한 1700만 명의 시민들…‘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여러분이 한 번의 촛불이라도 들어본 1700만 명 시민 가운데 한 분이라면, 이 책은 그냥 술술 읽힙니다. 미사여구는 제쳐두고 당시 상황을 정직하게 기록하는데 중점을 뒀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앞에 있었던 시민이라면 이 책을 읽으며 ‘아 그때 그랬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일지도 모릅니다. 광화문 부근이나 미 대사관 앞에서 촛불을 들었던 분이라면 그때의 기억을 지금 다시 돌이켜볼 수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부근에 있었던 시민이라면, 아마 탄핵 선고를 전후해 느꼈던 긴장감을 다시 느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촛불이다’는 일상에 묻혀 잠시나마 ‘촛불’을 잊고 살았던 우리에게 그때의 기억을 다시 소환시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촛불이다’는 어쩌면 ‘우리가 다 아는 얘기’일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SNS를 통해 서로 공유하고, 미디어를 통해 우리 모두가 지켜보고 확인했던 내용을 텍스트로 다시 기록하는 것-필요한 작업이지만 영상이 대세가 된 시대에 의미없는 작업일 수도 있다구요.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촛불’은 과거의 역사로 존재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일상이면서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잊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우리가 촛불이다’가 말하려는 핵심은 후반부에 있습니다. 모두가 아는 ‘촛불혁명’이지만 그것을 아는 것과 그 이후 과연 우리 삶은 나아지고 있는가, 우리 사회 적폐들은 제대로 청산되고 있는가를 인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촛불을 들었던 당시 1700만 시민들이 외쳤던 적폐청산 대상들이 모두 법의 심판을 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일정 정도 성과를 거두면서 ‘바뀐 세상’이 온 듯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기득권 세력들은 반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저자가 다시 촛불을 얘기하고 그때의 기억을 소환시키는 이유입니다. 

“20주간 이어진 촛불집회 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온 구호가 있다면 그것은 ‘재벌도 공범이다’였다. 정경유착은 적폐 중 적폐다 … 재벌과 권력 그 사이에서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과 검찰, 그리고 법원의 일부 판사들은 현직일 때는 물론 퇴직 이후에도 재벌의 로비스트로 친위부대 역할을 했다. 전관예우로 자신의 직을 팔아 재벌을 비호하고 오노 일가의 잘못된 행태에 눈감고 세상을 썩게 만들었다. 탐욕이 빚어낸 거대한 허상, 결국 이것은 검사도 판사도 변호사도 그리고 기자도 모두 직업윤리에 충실하지 못한 집단이 되도록 만들었다 … 재벌은 스스로 개혁하지 않기 때문이다 … 현재의 재벌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로는 한국의 노동 현실도 바꿀 수 없다고 본다. 그래서 촛불정부가 시민을 대신해 재벌개혁을 완수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촛불집회 내내 그토록 외쳤던 ‘재벌도 공범이다’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촛불이다’ 7부에 있는 ‘우리가 꿈꾸는 나라’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 대목을 지금 상황과 연관시켜보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재판거래 의혹이 제기된, 대법원으로 상징되는 사법부는 여전히 개혁의 무풍지대로 남아 있습니다. 시민들과 일선 판사들의 개혁 요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내고 있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체제’에서 잘나갔던 고위 법관들이 여전히 촛불혁명 이후에도 별다른 심판을 받지 않고 자신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지난 2016년 11월 12일 서울 세종로,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100만이 넘는 참가자가 촛불을 밝히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재벌·언론·사법부 등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저항’ 중이다 

촛불혁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던 일부 보수신문과 종편들은 또 어떤가요. 정권교체 이전에도 ‘촛불시민’에 대한 온갖 비난을 공개적으로 표출해왔던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히 ‘반개혁·기득권 유지’ 주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움직임에 끝까지 저항하는 기사와 사설·칼럼을 매일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들 언론입니다. ‘촛불혁명’ 이후에도 그들은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재벌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이재용 삼선전자 부회장은 2018년 2월5일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353일만에 풀려났습니다.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죽은 권력 박근혜에게 잘못을 떠밀고 국내 최대 재벌권력 이재용 부회장은 피해자로 둔갑시켜 석방해줬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여전히 한국의 재벌들은 과거 행태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습니다. 체질개선에도 더딥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한 사회적 룰을 짜는 데도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과거 ‘노조탄압’ ‘갑질’을 어떻게 조용히 무마시킬 것인가 – 여기에만 관심이 있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한국의 재벌은 촛불혁명 이후에도 여전히 바뀌지 않았습니다. 

사실 ‘촛불혁명’은 많은 이들의 평범한 일상을 바꿨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은 자신의 요구와 주장을 당당하게 말하기 시작했고,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하고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여성들은 ‘미투 운동’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도록 했습니다. 온갖 갑질을 당하고도 제대로 항의도 못한 채 숨죽이고 있던 이 땅의 을들이 조직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폭제가 된 것도 촛불혁명입니다. 촛불은 이 땅의 평범한 서민들을 삶을 이렇게 많이 바꿨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득권 세력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재벌·언론·사법부 등 한국의 기득권 세력은 여전히 ‘저항’ 중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지금 눈치를 보면서 ‘촛불혁명’의 기운이 조금씩 잦아들기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들의 반격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그때를 말이죠.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열린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사법피해자 공동고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사법농단 수사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촛불이다’는 단순히 과거 촛불혁명을 기록한 책이 아닙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왜 촛불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 한국의 기득권 세력이 현재에도 얼마나 치열히 저항하고 있는지, 청산해야 할 이른바 ‘적폐’가 얼마나 산적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깨어있는 시민들’이 여전히 마음의 촛불을 들고 있어야 하는 이유도 함께 말이죠. 

촛불을 들었던 ‘당신’,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요. ‘우리가 촛불이다’가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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