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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PD수첩’ 고소는 복귀 위한 거장의 몸부림?[하성태의 와이드뷰] 여배우들까지 무고죄 고소한 국제적 영화감독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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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태 기자  |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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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4  16:52:14
수정 2018.06.04  1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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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하는 것만도 힘든 결정이었을 텐데, 소송까지 당하게 된 피해 여배우들에게 힘을 주소서!”

황우석 사태를 다룬 영화 <제보자>의 실제 모델이자 현재 <PD수첩>을 진행 중인 한학수 PD는 지난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런 바람을 올렸다.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김기덕 감독이 지난 3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란 제목으로 방송된 <PD수첩>에 출연, 김 감독에게 성폭행 등 성폭력을 당했다고 인터뷰한 여배우들을 무고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졌다. 

물론 제작진도 함께였다. 이날 제작진은 아래와 같이 유감을 표했다. 

“<PD수첩> 제작진은 김기덕 감독에 대해 제기된 의혹에 대하여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하였고, 취재결과 피해사실을 주장하는 당사자들의 진술을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황이 상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방송한 바 있습니다.

취재 당시 자신에 대한 의혹에 대해 제작진의 충분한 반론기회 부여에도 별다른 반론을 하지 않았던 김기덕 감독이 <PD수첩> 제작진을 형사고소한데 대해, 제작진은 유감을 밝힙니다. 차후 수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진실이 드러나리라 기대합니다.”

   
▲ <이미지 출처=MBC 'PD수첩' 캡처>

김기덕은 진짜 억울할까? 

약 3개월 만이다. <PD수첩> 보도 이후 일체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며 잠적했던 김기덕 감독이 입장을 표명한 것이. 지난 3월, ‘미투’ 운동이 본격점으로 점화되던 시기, <PD수첩>의 김기덕 폭로는 충격적인 내용과는 별개로 곪았던 것이 터졌다는 영화계 반응이 대다수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긴 침묵 이후 김 감독은 무고 맞대응으로 본인의 입장을 타전한 것이다. 

김 감독이 고소한 대상 중에는 <PD수첩> 제작진은 물론 지난해 자신을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고소한 여성 배우 A씨와 <PD수첩>에서 인터뷰한 또 다른 여성 배우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김 감독을 <뫼비우스> 촬영 중 성폭행 관련 혐의로 고소했으나 작년 12월 서울중앙지검은 이에 대해 증거불충분 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단, 연기 지도 명목으로 A씨의 뺨을 때린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에 처했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억울함을 호소한 김기덕 감독은 소장을 통해 <PD수첩>이 악의적인 허위 사실에 기반했고, 방송 이후 엄청난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자신은 대중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PD수첩> 내용과 같은 성폭행범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A씨에 대해서도 <PD수첩>에 출연, 김기덕 감독을 ‘성폭행범’, ‘강간범’으로 부르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것 외에 또 다른 성폭력 의혹이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사실을 고소 내용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무고 맞대응은 복귀를 위한 몸부림? 

언제나 같은 패턴이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이른바 ‘미투’에 해당하는 폭로를 겪은 이후 벌이는 행태 말이다.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부인한 후 피해자들을 무고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는 이 궤적이야말로 피해자들을 향한 가장 큰 2차 피해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기덕 감독의 이러한 맞대응은 검찰이 이러한 ‘2차 피해’ 근절을 위해 성폭력수사매뉴얼을 담당 기관에 배포한 직후에 알려졌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위원장 권인숙)는 지난달 28일 대검찰청이 성폭력 피해 고소 사건 수사 중 가해 피의자가 피해자를 무고 혐의로 역고소하더라도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나기 전에는 무고 사건 수사는 착수하지 말라는 개정 내용이 담긴 매뉴얼을 전국 59개 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포했다고 밝혔다.

   
▲ 2017년 8월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김기덕 감독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검찰청은 또 ‘미투’ 운동으로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고발된 사건의 경우 공익성을 고려해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위법성 조각(阻却·성립하지 않음)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적용하라는 지시도 전달했다고 한다. 그동안 성폭력 피해 사건 관련, 가해자로 지목받은 피의자가 피해 사실을 밝힌 상대를 무고로 고소해 오히려 피해자가 위축되는 ‘2차 피해’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됐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경우는 해당 사항이 다를 순 있다. 여배우 A씨가 성폭력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전력 말이다. 소장에 “가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운운한 김 감독은 이미 영화계 안에서 무수했던 본인을 향한 의구심과 비난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PD수첩>은 업계 내부에서 쉬쉬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을 실지 피해자들을 출연시켜 공론화시킨 것에 불과하다. 반론이 있었다면 김 감독이 당시 <PD수첩>의 취재와 인터뷰 요청에 응해야 했던 것이 맞다. 

김 감독은 법보다 무서운 것이 대중들의 인식이란 사실을 아직 깨닫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진 본인의 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PD수첩>은 물론 여배우들까지 무고죄로 고소한 국제적인 영화감독을 대중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 같은 소송전이 향후 빠른 복귀를 위한 몸부림이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은가.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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