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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의 기업 옥죄기? 아직도 ‘이런 기사’가 나오는 한국언론[기자수첩] 일부 언론의 노골적인 ‘대기업 편들기’…포털도 ‘편파기사’ 메인노출 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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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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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14  08:29:58
수정 2018.05.14  08: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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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주요 권력기관이 전방위적으로 대기업 옥죄기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녹록지 않은 재계의 속앓이가 심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업도 못해먹겠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는 정도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경영 활동에 매진해야 할 재계가 동시다발적인 사정의 칼날로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지난 1년간 재계를 대표하는 10대 그룹 대부분이 권력기관의 압수수색 대상에 올랐다.” 

아이뉴스24가 어제(13일) 보도한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권력기관 칼끝에 떠는 재계 … “기업도 못해먹겠다” 푸념만>이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정부가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칼끝을 재계에 겨누고 있다” “검찰ㆍ경찰과 함께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4대 권력기관에 더해 경제 검찰로 일컫는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재계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재계가 잔뜩 움츠리고 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아이뉴스24 기사 캡처>

기업에 대한 수사… ‘이유’는 빠지고 ‘수사 받고 있는 상황’만 전하는 이상한 기사 

그런데 이 기사, 정말 이상합니다. 이른바 검찰ㆍ경찰·국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에 대한 수사·조사를 하는 ‘상황’만 나열하고 있을 뿐, 왜 조사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놓고선 ‘기업도 못해먹겠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고, ‘재계가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고 보도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심심찮게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행유예’ 보도에서도 확인됐지만 한국 언론은 아직도 ‘대기업 편드는’ 기사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삼성은 올해 들어 두 번째 압수수색을 당했다. 올해 2월 검찰은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 관련해서 삼성전자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다스 관련 문건 외에 ‘노조 와해 전략’ 문건 6000여건을 확인하고 추가 압수수색의 빌미를 확보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4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건물 지하 문서창고에 보관된 문서와 컴퓨터 데이터 자료 등을 가져갔다.” (5월13일 아이뉴스24 보도) 

“SK그룹 계열사인 SK건설은 지난 연말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당시 확보한 자료를 근거로 올해 2월 회삿돈을 빼돌려 주한미군기지공사 발주업무 담당자에게 수억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로 SK건설 임원을 기소했다.” (5월13일 아이뉴스24 보도) 

“이달 10일에는 검찰이 LG그룹 사주 일가의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과 관련해 지주회사인 ㈜LG 재무팀을 압수수색했다. 지난해 ㈜LG가 사주 일가의 LG상사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100억 원대의 양도세를 탈루했다는 국세청 고발 내용을 토대로 검찰이 수사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5월13일 아이뉴스24 보도) 

이런 상황을 나열한 다음, 아이뉴스24는 재계 관계자 말을 인용하며 기사를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지난 1년 사이에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10대 그룹 대부분이 권력기관의 수사대상에 오르거나 압수수색을 당했다. 가뜩이나 재계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어려운데, 엎친데 덮친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편파성’ 이전에 ‘불성실한 기사’ … 이런 기사를 메인에 노출하는 포털

이 기사는 14일 오전 7시 기준으로 36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을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노골적인 대기업 편들기’에 항의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해당 기사는 어제(13일) 포털 메인에도 노출됐는데 ‘이런 편파적인 기사’를 메인에 노출시키는 의도를 따지는 댓글도 있습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생각입니다. 아이뉴스24 기사는 ‘편파성’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 ‘대단히 불성실한 기사’입니다. 적어도 이 기사가 최소한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해당 기업이 받고 있는 의혹이 부당하다는 ‘반박자료나 근거’가 확보됐어야 합니다. 그도 아니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의 문제점이나 불공정성을 지적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뉴스24 기사에는 ‘근거’가 없습니다. 누군지도 모를 재계 관계자의 ‘하소연’만 있습니다. 그럼에도 <권력기관 칼끝에 떠는 재계 … “기업도 못해먹겠다” 푸념만>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합니다.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더 어이없는 건, 이런 기사를 포털이 버젓이 메인에 노출했다는 겁니다. 이유가 뭘까요? 최소한의 공정성이 결여된 기사를 메인에 노출시켜도 되는 걸까요? ‘함량미달’ 기사를 양산하는 언론도 문제지만 ‘이런 기사’를 메인에 배치하는 포털은 더 문제라고 봅니다.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 문건, 아무 문제 없나
SK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은 그냥 넘어가야 하나
LG사주 일가의 양도세 탈루 의혹도 못본 척? 

사실 아이뉴스24 기사를 예로 들긴 했지만, 최근 비슷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주로 ‘군소매체’들이 대기업 입장을 주로 반영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해당 기사들이 포털 메인에 노출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비슷한 보도’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면서 결국 아이뉴스24의 기사가 포털 메인에 노출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재밌는 건, 이들 매체들이 보도한 기사가 내용이나 구성면에서 정말 비슷하다는 겁니다. 일부 기사 제목만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긴장감 커지는 재계…5대 그룹 등 전방위 압박에 숨죽여> (비즈트리뷴, 5월11일)
<LG 마저…檢 ‘칼끝’에 몸사리는 재계> (시사포커스, 5월10일) 
<4대 그룹, 문재인 정부 1년…‘사정당국 칼날’에 떨고 있다> (미래경제, 5월10일)
<5대 그룹중 4곳이 검찰 수사..이례적 압박에 재계 긴장> (뉴스1, 5월9일) 
<[이슈추적] 삼성 '융단폭격', 불안에 떠는 재계> (인사이트코리아, 5월9일) 

그래서 ‘우리’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매체에 질문을 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에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 삼성의 ‘노조 와해 전략’ 문건에서 확인된 노조파괴 시도가 괜찮다는 것인지. ‘심성 관리’라는 명분하에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노조탈퇴를 돈으로 회유했다는 의혹도 최근 제기됐는데 이것도 별문제 없다는 것인지를 말이죠. 

   
▲ <사진=뉴시스>

또 회삿돈을 빼돌려 주한미군기지공사 발주업무 담당자에게 수억원대 뇌물을 건넨 SK건설의 혐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인지도 물어야 합니다. 100억 원대의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의혹을 받고 있는 LG총수 일가와 관련해서도 검찰 수사가 불필요하다고 보는 것인지. 갑질 파문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해서도 그냥 모른 척 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인지.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밀수·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도 기업 옥죄기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인지 등등. 

검경은 물론 국세청이나 공정위의 대기업에 대한 수사나 조사가 문제가 있다면 이를 비판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위법과 탈법·세금탈루·갑질 의혹 등이 가진 문제점은 외면하면서 ‘밑도 끝도 없이’ 재계를 위축하고 있다는 식의 노골적인 기업 편들기 기사는 이제 그만 나와야 합니다. 이미 많은 독자들이 ‘그런 기사’가 누구를 대상으로 쓴 기사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포털도 이젠 이런 ‘편파적인 기사’의 메인 노출은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포털 뉴스배치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런 기사는 포털에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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