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제주 4.3사건에 대해 4일 “4월말 평화협상이 있었다”며 “대규모 학살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무장대 지도자 김달삼과 토벌대 책임자 김익렬 연대장의 협상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교수는 “그 협상에 따라 무장대가 무장을 해제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었다”며 “거기서 끝냈어야 했다”고 되짚었다. 

1948년 4.3사건이 발발한지 25일 만인 4월28일 무장대 총책 김달삼과 김익렬 국방경비대 9연대장은 제주 서귀포시 구억리에서 ‘평화협상’을 맺었다. 

72시간 내 전투 완전 중지, 점차적인 무장대 무장 해제 등 3개항에 합의했으나 5월1일 우익청년단체의 ‘오라리 방화사건’이 터지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한홍구 교수는 “기백명 수준의 사상자로 마무리됐을 사건이 3만여명의 학살로 벌어진 것은 경찰과 미군정이 틀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오라리 방화사건’이라고 인근 시골이었는데 무장대가 약속을 어기고 방화를 저질렀다고 했다”며 “그런데 그 방화를 실제로 저지른 것은 경찰과 우익청년단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짚었다. 한 교수는 “미군정이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그는 “유명한 일화인데 조병옥 당시 미군정 경무부장이 제주도에 내려와 평화협정을 이끌었던 김익렬 연대장에게 ‘저 사람이 공산주의자다’라고 모함을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한 교수는 “너무나 명백하게 평화적으로 해결돼서는 안된다는 (미군정의) 입장이 명백하게 드러났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당초 김익렬 연대장이 평화협정에 나선 것은 독단적으로 할 수 없다, 미군정의 방침이었다”며 “그런데 그사이 방침이 변해 평화협정 대신 강경진압 방향으로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전개 과정에 대해 한 교수는 “후임으로 강경진압파가 와서 강경진압을 하니까 일이 꼬이게 됐다”며 “좌익 강경파쪽에서 새로 온 연대장을 암살했다”고 밝혔다. 

관련 설민석 역사 강사는 3일 KBS 역사특강 ‘제주 4.3 70주년-당신이 몰랐던 제주 이야기’편에서 ‘오라리 방화사건’에 대해 “황당한 것은 하늘에서 미국 군용기가 항공 촬영을 하고 있었다”며 영상을 보여줬다. 

설민석 강사는 “5월 1일 우익청년들이 그 마을에 불을 지른다, 4.28 평화협상 약속을 깨는 행위”라며 “황당한 것은 미군의 항공 촬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익들의 방화사건을 미군정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인가, 방화 배후에 미군정이 있었다는 얘기인가”라며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 강사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최초에 평화적으로 마무리하려 했던 미군정의 입장이 대토벌쪽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라며 “미군은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김익렬 연대장을 해임한다”고 말했다. 

이후 “박진경 연대장이 후임으로 왔는데 ‘폭동사건을 진압하기 위해서는 제주도민 30만명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방하다’는 말을 한다”며 ‘결국 부하들에게 암살당한다’고 7년 넘게 3만여명이 학살되는 비극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짚었다.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