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오전 피의자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며 모든 책임을 실무자에게 떠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오전 9시22분께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 전 대통령은 다음날인 15일 오전 6시25분께 귀가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조사 내내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인정하는 부분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사실관계가 명백히 드러난 혐의의 경우에는 “지시하지 않았고, 보고받지 않았다”라거나, “설령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일어난 일일 것”이라며 측근들에게 책임을 넘겼다.

<뉴시스>는 “법조계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진술 태도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관련해 민주평화당 최경환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MB는 다스는 ‘내 것이 아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도 ‘모른다’, 뇌물 혐의도 ‘모른다’ 등 이 세 가지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수십 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며 “21시간이 넘는 검찰 조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오직 하나, MB에 대한 추가 수사 및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라고 언급했다.

최 대변인은 “그동안 MB는 청와대 문건을 유출하고, 검찰 수사를 대비해 측근들과 대책 회의를 하고 관련 문서들을 파기했다는 의혹도 언론에 의해서 밝혀졌다”면서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사람은 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좌고우면하지 말고 당장 MB를 구속 수사해서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전우용 역사학자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지금, 한때 대통령이었던 자가 자기 책임을 ‘실무자’들에게 몽땅 떠넘기는 한심한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명박 일당 최악의 사기는, 비루함과 졸렬함, 파렴치를 ‘이념’이라고 속인 것”이라며 “이 더러운 ‘이념’과 싸우는 데에 아직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비극”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