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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시/ 서해성] 170g짜리 통일-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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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성 작가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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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5  09:06:30
수정 2018.02.05  10:2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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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선학국제빙상장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아리랑에 노래에 맞춰 한반도기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70g짜리 통일>
-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위하여

나는 2.7g의 통일을 본 적이 있다. 
그해 봄, 
두꺼운 한 세계를 여는 열쇠는 한낱 2.7g의 무게면 충분하다는 걸 알았다. 
1991년 4월이었다. 
나는 지름 40mm의 통일을 보았다. 
한 세상을 온전히 울리는데 필요한 크기란 고작 40mm에 지나지 않았다.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코리아팀.
그들이 손바닥에 올려놓고 있는 건 
2.7g이 나가는 40mm 탁구공 하나뿐이었다. 
그건 분단 46년의 무게였고 통일의 무게였다. 

이 겨울, 나는 다시 기다린다. 
이번에는 직경 7.62cm, 
두께 2.54cm, 
무게 170g의 통일을. 
180km로 날아가는 아이스하키 퍽의 속도로 이룩할 
통일을. 
나는, 
이 사소한 통일에서 거룩한 통일을 본다. 
모든 위대한 것은 사소한 것으로 시작해서 완성된다는 걸 알기에. 
통일은 자라나는 것일 때가 진짜 통일이다. 
빙판을 나르는 아이스하키 퍽은 그 170g짜리 씨앗이다. 
평창은 씨앗이다. 

얼어붙은 대지를 퍼내 
높고 고른 평창을 만들던 태고의 지혜로
그 대지에 170g짜리 씨앗을 뿌린다. 
날아라, 평창. 
나는 내가 아는 다른 이름들까지 더해
170g에 모든 숨결을 불어넣는다. 
평창은 평화다.

<왜 우는가>
-평창을 기다리면서

   
▲ 북한 이분희 선수(왼쪽)와, 현정화 선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나는 평창을 기다린다. 
그날까지는 울지 않으련다. 

1991년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일본 지바) 남북단일팀(코리아팀 현정화 홍차옥 리분희 유순복)이 여자단체 결승전(니혼 컨벤션센터, 4월29일)에서 어렵게 중국을 물리쳤다. 경기가 끝나고 현정화는 울었다. 어떤 우승을 하고도 경기장에서 눈물을 보인 적이 없던 그였다. 현정화가 말했다. 
“그 감정이 뭔지 모르겠어요. 가슴이 밑에서부터 뜨거운 게 올라오는데...그 대회 때는 너무 많이 울었어요.”

일본 지바 대회에 나온 중국팀은 캘커타(1975)부터 도르트문트(1989)까지 세계선수권을 8연패한 미증유의 최강자였다. 1973년 사라예보 대회는 한국여자팀(이에리사, 정현숙, 박미라)이 우승했다. 
결승전 첫 경기에서 당대 최고 덩야핑을 국제대회에 처음 나온 스물한 살 유순복이 기세 좋게 꺾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는 현정화가 가오준을 제압했다. 세 번째 복식 경기는 현정화 이분희 조가 나섰지만 중국에 눌렸다. 네 번째 경기에서 현정화가 덩야핑에게 테이블을 내주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경기에서 유순복이 가오준을 오른손 백핸드로 거침없이 밀어냈다. 마침내 가오준이 서브한 공이 다섯 번 랠리 끝에 유순복 쪽 테이블 끝선 밖으로 벗어났다. 탁구에서 최고 지존 위치를 누리고 있던 거대한 대륙이 3시간 40분 만에 코리아 단일팀에게 무릎 꿇었다. 유순복이 주전으로 나선 건 이분희가 간염에 걸린 탓이었다. 

현정화는 또 말했다. 
“정치적인 이벤트를 할 바에야 차라리 단일팀 같은 거 하지 말고 각자 국가를 인정하고 사는 게 낫다는 마음이 굳어졌다.”
현정화가 말하고 있는 진짜 뜻은 단일팀은 한 번의 쇼가 아니라 지속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1991년 그날처럼 다시 평창으로 울어 얼어붙은 한반도를 녹이는 일이 한 번일 필요는 없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아이스하키 여자단일팀이다. 남북 우리는 더 자주 단일팀으로 뭉쳐가야 한다. 눈사람은 눈 한 뭉치로 시작한다. 

세상이 얼어붙는 이 밤, 나는 평창을 기다린다. 
오직, 다시 울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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