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25일 법원행정처가 ‘이판사판야단법석’이라는 판사들의 카페 폐쇄를 유도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언급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결과 보고서와 별지에 대해 해설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2014년 판사들이 자체적으로 카페를 만들었는데 2015년 회원이 40명에서 380명으로 크게 늘자 법원행정처가 주목하면서 대응에 나섰다는 것. 

보고서 별지에 따르면 당시 ‘이판사판야단법석’ 카페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항소심 관련 “징역 3년 법정구속, 속이 시~원한다!!”, “간만에 속이 확 풀리는 소식이네요”, “김○○ 부장님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등의 글이 올라왔다. 

‘김○○ 부장’은 원세훈 전 원장 1심 선거법 무죄에 대해 ‘지록위마 판결’이라고 비판해 중징계를 받은 김동진 부장판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 <사진출처=대법원추가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별지 캡처>

2014년 11월 13일 대법원이 ‘쌍용자동차가 노동자 2600여 명을 해고한 건 정당하다’며 회사의 상고를 받아들여 파기환송한 판결에 대한 의견도 올라왔다. 

“노동 3권이 이리도 허망한 문구에 불과하다니”, “법이란 게 원래 차가운 걸까요” 등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의견이 게시됐다. 

▲ <사진출처=대법원추가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별지 캡처>

이에 당시 법원행정처는 카페 폐쇄 유도 등 대처 방안을 모색한다. 보고서 별지에는 “이정렬 부장판사 사태 등을 강조하며 직접 카페 활동 자제 관련 게시글을 올려 카페 폐쇄 분위기를 확산한다”고 돼 있다. 

이 전 부장판사는 “‘회원으로 가장해 카페 내 활동 중단에 대한 글을 게시한다, 관련 로그인 가능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확보된 상태’라면서 운영자의 자진 카페 폐쇄를 유도한다”고 설명했다. 

또 “(운영자 판사에 대해) 소속 법원장이나 믿을 만한 선배 여성법관들을 통해 적절한 방법으로 우려를 전달한다고 돼 있다”고 말했다. 

“운영자 판사의 평소 성격상 폐쇄 조치를 쉽게 수긍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오히려 반발심 유발로 상황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고 유연하게 접근한다”고 구체적 성향을 밝히며 신중한 맞춤형 대응을 주문했다.  

▲ <사진출처=대법원추가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별지 캡처>

또 이 전 부장판사는 “카페 활동 관련 법관윤리강령에 위반되는 게 아니냐 해서 징계를 검토했던 모양”이라며 “여러 강령들을 쭉 검토하는데 그중 ‘권고의견 5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권고의견 제5호는 우리법연구회를 타깃으로 마련된 의견이다’라는 문구가 나온다”며 “특정 연구회를 타깃으로 강령, 법을 만들어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어준씨는 “제재를 하려는데 규정이 없으니까 규정을 아예 만들어낸 것이군요”라고 대꾸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마지막 결론, 가능한 조치로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5호, 7호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최후의 설득 및 엄포용 카드로 활용’”이라며 “이렇게 협박하겠다고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출처=대법원추가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별지 캡처>

판사 사찰과 관련 이 전 부장판사는 “송모 판사를 예로 들면 “속칭 ‘낄 때, 안낄 때’ 판단이 밝아, 자신에게 불이익이 오지 않을 이슈에 대해 서는 강한 어조로 비판, 그 반대의 경우에는 침묵한다”, “동기인 유○○ 판사는 현장의 필드 플레이어 성격이 강하다면, 송 판사는 배후 기획, 정리, 분석, 전략수립 등에 더 밝음” 등의 분석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 <사진출처=대법원추가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별지 캡처>

이 전 부장판사는 “사측에서 노동조합 분쇄할 때 노조 핵심간부들을 분석한 그런 형태”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김어준씨는 “굉장히 모욕적인 표현이다, 적나라하다”고 비판했다. 

또 추가조사위 보고서에 대해 “구해서 읽어보라, 진짜 재미있다, 특히 별지가 재미있다”며 “굉장히 적나라한 문구들이 많이 있다”고 힐난했다.

그는 “간첩 분석하듯이 분석해놨다”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니까 이런 글을 쓰는데 어떻게 상대해야 하고 이런 식으로 해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