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일부 학교들이 사교육업체들에 입시 관련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업체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입시 자료들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미디어오늘>은, 김형태 서울시의회 교육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관내 인문계 고등학교 ‘사교육업체 진학 관련 정보 제공 내역’에 따르면, 강남•목동 지역 14개 고등학교에서 사교육업체의 요청에 진학 자료를 유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학교가 지난달 한 사교육업체에 제공한 자료는 2013학년도 주요 대학 진학 결과였으며 ‘주요 대학 진학 인원수’, ‘서울·연세·고려대 진학 인원’, ‘서울·연세·고려대 의치한(의대·치대·한의대) 진학 결과’ 등이 포함됐다.

제공 방법은 전화통화였으며, 업무 담당자의 실수에 의해서였다고 자료에 나와 있다. 이 중 일부 학교는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진학결과가 왜곡되거나 좋지 않다는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불가피하게 제공했다”거나 “학교 홍보를 목적으로 해당 자료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의 ‘사교육업체 진학 관련 정보 제공 내역’ 공문에 응하지 않은 고등학교도 많아 실제로 사교육업체에 학생들의 대학 진학 정보를 유출한 학교는 더 많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한 이번 교육청 조사는 올해에 진학 정보를 제공한 학교로 한정돼 있어 지난해까지 사교육업체에 자료를 제공한 학교는 제외됐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4일 서울시 내 전체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사교육업체에 학생의 명문대 등 합격률이나 진학률과 같은 진학 정보를 제공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지도공문을 보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사교육업체가 지난달에 각 학교에 전화해서 명문대 진학 현황을 조사했다”며 “대부분 전화를 받은 진학 담당 교사들이 별생각 없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교 담당자들이 근처 다른 학교에서 특정 대학에 몇 명 간다는 말을 들으면 마치 자기 학교에서 자료를 안 줄 경우 순위가 누락되는 등 불이익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며 “정보 공개에 대해선 학교장 자율 권한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사설업체에 진학 정보를 줬다고 해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일 김형태 교육의원의 요청으로 각 학교에 사설기관에 대한 대학진학 현황 제출 내역을 조사했다. 지난 18일에는 요청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학교에 재주의를 촉구하는 지도공문을 보냈다.

사교육업체의 부정확한 입시 자료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 교육위원회 김형태 의원은 24일 ‘go발뉴스’에 “사교육업체의 입시 자료는 학교, 홈페이지, 학부모 등으로부터 수집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교육업체의 입시 정보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정확성이 없는 자료로 인해 학생•학부모의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한 사교육업체의 입시 자료 제공이 공익적 목적이겠는가”라며 “학교는 사교육업체에 협조하고 있고, 교육청은 방관하고 있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입시 자료 제공은 교육정보연구회 등 국가 교육 기관이 해야 할 일”이라며 “공익적인 기관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현재 사교육업체로 전달되는 진학 정보는 정확성이 떨어지고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의 성격도 문제가 된다”며 “사설 학원에서 이런 자료를 가공해 자사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공익적 목적에 반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문은 서울시 내 전체 고등학교로만 한정하고 초·중학교는 제외됐다.
 
이 관계자는 사교육업체가 학교 알리미에 공시된 학업성취도 결과를 자사 컨설팅에 이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사설업체든 개인이든 공개 자료를 분석할 때 공익적 목적에 맞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바랄 뿐이지 행정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교육청의 입장과 다른 해석일 경우 언론 등을 통해 반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사교육업체는 ‘go발뉴스’에 “신빙성 없는 자료로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학교에서 공식 논의를 통해 발표되는 자료를 토대했다. 임의적 수정은 없었다”며 “아울러 학부모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재수생 포함 등의 표기를 하면서 학부모들에게 혼란스러울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없애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공익적 목적이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자료 조사 배경은 언론사에서 조사 혹은 분석을 요청한 건에 대해서만 조사한 것이었다”며 “의뢰받은 대로만 한 것이다. 공익적 목적 여부는 언론사에 물어볼 부분이다”고 답했다.

아울러 “일선 학교에 먼저 공문을 요청할 수도 없고, 일괄적으로 보낼 수도 없다”며 “진학부장 선생님들이 교감선생님 등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요청한 학교에만 보냈다. 공문 발송을 먼저 요청한 서울 28개 학교, 지방 2개 학교에만 보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