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최승호 MBC 사장이 취임하며 MBC의 정상화 발판이 마련됐다. MBC가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데에는 지난해 광장의 촛불이 있었기 때문이다. MBC 구성원들도 촛불의 위대함과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다. 

또 하나를 뽑자면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 이하 방문진)다. 그동안 방문진은 구 여권 추천 이사가 다수를 차지해 MBC를 방치하다시피 했다. 하지만 두 명의 이사가 자진사퇴하고 11월 2일 고영주 전 이사장의 불신임으로 교체되어 최승호 사장 선임까지 왔다. 

최 사장 선임 과정과 방문진의 상황에 대한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안에 있는 방문진 사무실에서 이완기 신임 이사장을 만나 사장 선임 막전막후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이완기 이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이완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영광 기자>

- 지난 14일 박영춘 전 MBC 인력자원 국장을 MBC 감사에 내정함으로써 일단락되었어요. 이사장 맡아 큰일을 처리하시느라 힘드셨을 것 같은데 소회가 궁금해요.

“책임이 무겁죠. 선임하는 과정도 그렇지만 선임 이후에도 MBC 개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지금도 역시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죠. 사실 완벽한 인사라는 건 존재하지 않죠. 여러 인사 원칙은 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서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죠. 그것이 사장 선임과정에서 핵심이었다고 생각해요.” 

- 김장겸 사장 해임과 신임 사장 선임 등을 앞두고 이사장에 취임하신 거잖아요. 부담스럽진 않으셨어요?

“부담이 컸죠. 사람을 자르는 문제와 현시점에서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갈 적임자를 선택해야 하는 게 과제였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죠. 11월 2일이면 MBC 파행이 두 달 가까이 됐어요. 그러나 아무런 대책이 없는 거예요. 근데 MBC의 대다수 구성원과 시민사회, 시청자들로부터 빨리 사장을 교체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잖아요. 그리고 사장을 교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 안 되는 상황이었으니 사장 해임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러나 일각에서는 임기가 남아 있는 사장을 해임하는 건 방송장악이 아니냐고 해요. 저는 사장의 임기는 존중돼야 한다고 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방문진의 역할이 MBC의 공적 책임을 담보해야 하는 거고 경영의 관리·감독을 해야하는 데 이렇게 방송이 파행되는 상황에서 MBC를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는 거죠.” 

“방문진 이사회 속기록 모두 공개…추측성‧왜곡보도 안 나와”

- 고영주 전 이사장이 해온 업무를 보니 어땠어요?

“문제가 상당히 많았죠. MBC가 공영방송사로서 제대로 역할을 못 하는데 이를테면 방송의 공정성 문제, 내적 자유 또는 노동조합과의 관계라든지 구성원들의 인사 정책이나 프로그램 문제 경영진들의 도덕성 문제, 윤리적인 문제가 심각했는데도 불구하고 고 이사장을 비롯한 방문진이 아무런 역할을 못 했던 거죠. 오히려 그 사람들을 비호하는 상황이어서 이건 빨리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런 차원에서 책임이 가장 큰 이사장을 불신임하고 해임을 건의한 것은 불가피했죠.”

- 그동안 야당 추천 이사에서 정권 교체로 여당 추천 이사가 되었잖아요. 바뀐 걸 실감하는 건 무엇인가요?

“전 어디 추천 이사란 용어를 쓰는 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왜냐면 방문진 역할이라는 게 공영방송에 대한 공적 책임을 위한 것이고 방문진은 거기 충실할 뿐이죠. 그러나 방문진 구성 자체가 여야로 갈라진 상황이다 보니 그런 건데 그건 의사판단을 하는 데에 있어서 극복해야 할 문제지 구성이 그렇다고 정당을 대변한다거나 하는 건 결코 아니거든요.

달라졌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방문진이 역할을 제대로 찾았죠. 말하자면 기존의 MBC가 불편부당하고 공정한 방송과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남북관계에서도 평화 공존의 방향으로 대화를 모색하고 윤리경영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못해왔잖아요. 이제 방문진이 새롭게 거듭났으니까 공영방송으로서 MBC의 제대로 된 역할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죠.

두 번째 무엇보다 방문진 이사회가 투명해졌어요. 방문진 이사회는 원래 공개원칙이지만 그동안은 공개를 안 하고 비공개로 방문진 내부에서 무슨 논의를 하는지도 모르게 했단 말이에요. 지금 소수 이사들이 다수였을 때 언론의 왜곡, 명예훼손 등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안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발언한 속기록을 모두 공개합니다. 공개를 해야 발언을 신중하게 하고 조심하게 되어 명예훼손 소지도 줄어들지요. 그리고 국민의 알 권리도 충족돼요. 과거엔 공개를 안 하니까 언론이 추측성 기사를 쓰고 사실을 왜곡했는데 지금은 다 공개하니까 추측성 보도, 왜곡 보도가 안 나와요. 한 가지 더 들자면, 앞으로 더 발전시켜야 할 일이겠지만 이사회가 과거 정치적 논쟁을 많이 했는데 그런 것도 사라질 거예요.” 

▲ 최승호 신임 MBC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신사옥에서 열린 사장과 노조의 공동선언문 낭독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그동안 소수 이사라서 힘들었을 거 같은데.

“힘들었죠. 소수다 보니 주장을 해도 전혀 먹혀들지 않아요. 과거엔 억지 주장 같은 게 많았어요. 예를 들어 주장하는데 그 주장의 근거가 뭐냐고 물으면 ‘그냥 내 생각이 그렇다’고 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요. 주장에 대한 논거가 없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지요. 그러면 대화가 안 되고, 결국 표결로 결정해요. 다수의 횡포지요.” 

- 지배구조에 대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 데 이사장님 생각은 어떤가요?

“저는 지배구조도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라고 봅니다. 아직 우리 사회가 거기까지 발전을 못 했고 우리 사회 풍토나 환경이 거기까지 진전을 못 했기 때문에 제도로 모든 걸 풀려고 하는데, 사실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는 정부에서 다 임명해요. 그런데도 방송장악이라는 논란이 없고 소모적인 정파적 논쟁도 없잖아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가 충족되어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지금 지배구조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풍토와 토론문화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제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죠. 현재 지배구조 개선은, 방문진이나 KBS 이사회가 너무 정파적으로 정당의 진영논리에 의해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정당의 입김을 배제하는 형태로 바뀌면 좋겠어요.” 

- 이용마법 안은 어떤가요?

“이용마법이 제가 말한 정치적 개입을 가급적 축소시키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제도고 옳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걸 입법화하는 데에 있어서 여러 가지 어려운 부분은 고민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예컨대 시민 사회라든지 학계에서의 대표성의 문제, 권한과 책임의 문제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가 과제라고 봐야죠.”

▲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MBC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이용마(가운데) 기자가 11일 오전 서울 상암MBC에서 열린 복직 환영행사에서 소회를 밝히고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MBC 신임 사장에 누가 선임되느냐에 관심이 많았는데 해직 언론인인 최승호 PD를 선택했어요. 선임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제 개인적인 판단으로 사실 이번에 정책 설명회에 나온 세 명의 후보는 그야말로 사장으로서 자질이나 능력, 경륜 측면에서 봤을 때 다 손색이 없어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어요. 최종적으로 최승호 사장이 선정 됐는데 아마도 이 시점과 이 시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된 것 아닌가 해요.

능력 문제를 떠나서 예컨대 MBC 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그걸 추진할 수 있는 추진능력에서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책설명회의 방식과 과정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흔히 청와대나 정당의 압력은 없었느냐고 물어보시는 데, 적어도 제가 아는 한에서는 하나도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누가 누구를 민다거나 누구를 싫어한다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저는 그게 청와대나 정당에서 나온 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후보자들에게서도 나온 얘기가 아니라고 봐요. 호사가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추측해서 말한 것일 뿐 결코 사실은 아니라고 보고 있어요.” 

- 이른바 ‘문빠’들의 최 사장 비토 정서가 있는 건 아세요?

“인터넷에 그런 문구가 올라온 건 알죠. 그러나 저는 그게 문 대통령 지지자들 전부의 생각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다만 최승호 사장이 과거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문제를 취재해서 방송했잖아요. 그것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이 타격을 받은 건 사실이죠. 그러나 그건 진실이기 때문에 저널리스트로서 밝혀야 할 일이고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일이죠.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권 초기니 문재인 정부가 잘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원해 줘야 하는데 너무 비판만 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이 있을 거예요. 그렇다 하더라도 비판할 건 비판해야 그 정부가 더 튼튼해지고 건강해진다고 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최 사장이 적임이란 판단이 돼요. 사실 과거 권력으로부터 내려온 사장들이 그렇게 비판을 안 했기 때문에 MB정권은 부패한 정권이 되었고 박근혜 정권은 나라를 망하게 하는 정권이 됐잖아요. MB정권과 박근혜 정권이 저렇게 된 데에는 전임 사장들의 책임이 큽니다.” 

- 사장 선임 과정에서 사장 후보 정책 설명회와 후보 면접을 인터넷으로 중계하는 게 신선했는데.

“선임 과정이 투명했기 때문에 뒤에 큰 잡음은 없었어요. 다만, 어떻게 투명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많았죠. 처음에는 MBC 방송 채널을 활용해서 생중계하는 것이 어떠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두 가지 측면에서 채택을 안 했죠. 하나는 그 자체가 편성에 개입하게 되는 경우가 될 수 있고, 그다음에는 공공의 자산인 전파의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iMBC 채널이었어요.

또 하나. 방송은 한번 방송하면 끝이잖아요. 그러나 iMBC 채널은 계속 콘텐츠가 거기 남아 있어서 예컨대 정책설명회가 끝나고도 후보들의 정책설명회를 여러 번 볼 수 있죠. 그러면 후보들에 대해 아주 세밀한 검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

정책설명회를 시행한 자리에서 즉각 참관자들의 질의응답을 하는 건 어떠냐는 고민도 있었죠. 그러나 그건 시간상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어요. 그러려면 토론자를 선정해야 하고 토론 방식 등을 꼼꼼하게 만들어 줘야 한단 말이죠.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질의응답 시에 돌출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어서 그런 방식은 취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정책설명회 이후 며칠 동안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들의 질의서를 받아 이사들이 대신 질문하도록 함으로써 무리 없이 설명회를 끝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반응은 어땠나요?

“대체로 참신하고 좋았다는 반응이죠. 다만 한 가지, 짧은 기간이었기 때문에 많이 홍보가 안 됐어요, 질의하는 사람이 더 많이 참여했어야 했는데 많이 참여하지 못한 게 아쉬운 부분이죠. 

“안철수, 최승호 선임과정 비판…상황인식 너무 안이하고 무책임”

- 이번 방문진의 MBC 사장 선임에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MBC 사장과 관련해 잘못한 일이 적발되고 사람을 바꾸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그다음 사람도 정권 영향력 하에 있는 사람을 임명하면 안 되지 않나”라면서 “그건 적폐청산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사장 선임 과정에 문제제기를 했는데.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지금 MBC는 시시각각 무너져 가고 방송 파행이 계속되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인데, 지금부터 여야 간 법과 제도를 논의해서 어느 세월에 MBC를 정상화 시킬 수 있다는 말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하고 무책임하다는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방문진법이 생긴 지 30년이 됐잖아요. 그동안 방문진이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에 일정 부분 기여했어요. 그러나 MB정권이나 박근혜 정권 들어서면서 너무 방송장악에 대한 욕망이 컸던 정권이기 때문에 방문진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정권의 나팔수 같은 사람들로만 구성해서 방송을 장악한 것인데, 지금 현재의 방문진으로서도 사람만 제대로 구성되면 좋은 사장을 뽑아서 방송장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 우리 사회 풍토가 거기에 미치지 못해요. 그런 측면에서 제도개선을 해야 된다는 것에는 동의하죠.” 

▲ 2017년 5월2일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마포구 상암MBC 경영센터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3차 방송토론회에 참석하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조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야당 추천 이사는 나와요?

“11월 13일 김장겸 사장을 해임한 것에 대해서 무효라고 규정하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했어요. 그런데 그 후 신임 사장을 선임했잖아요. 그래서 사장 선임의 과정까지는 안 나왔어요. 근데 현재로서는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어 안 나올 명분은 없어요. 감사 선임 때도 나왔고 앞으로 나오실 거라고 봅니다.” 

- 이들과 앞으로 어떻게 관계 설정해 나가실 생각이신가요?

“네 분인데 스스로 보수주의자로 자처하면서 자기들 생각과 저희 생각이 다르다고 얘기하지만 그들의 생각이나 주장을 보면 보수가 아니에요. 아주 극우 신자유주의와 극단적인 반공사상으로 70~80년대의 고루한 사고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이죠. 시대에 안 맞고 상식적이지 않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건전한 이성과 상식에 입각해서 대화하면 달라질 거예요. 우선 당장 달라진 건, 과거 이분들이 회의공개를 꺼렸어요. 그러나 이번에 사장 선임 과정에서 전부 공개하는 것을 보고 이제는 공개하자고 주장해요. 태도가 바뀐 거죠. 한번 해보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튼 바뀐 거고, 그들의 주장도 바뀌었죠.”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그동안 MBC에 많이 실망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MBC를 외면해 왔는데, 방문진이 새롭게 출발했고 MBC도 새 사장을 선임해 새롭게 출발했으니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MBC를 과거처럼 사랑해주시고 관심을 가져 주셔서 MBC가 진정한 의미의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비판과 질책도 해주시되 사랑과 관심을 가져 주시면 하는 바람이고 방문진은 그걸 위해서 앞으로 최선을 다할 겁니다. MBC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시청자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