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 그날>

19321219 07:27. 북위 36°52′ N, 동경 136°67′ E. 서울까지 868.1km.
일본 이시카와현 육군 제9사단 작업장(현 陸上自衛隊演習場, 石川県 石川郡 內 川村字 三小牛地) 서북쪽 골짜기 동쪽 높이 7m 벼랑斷崖 앞. 25살(1908년 생). 

07:15. 가나자와金澤 위수구금소 영창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뒤 이튿날 06:30 헌병 3명과 군법회의 간수 2명의 감시 아래 영창을 출발하여 작업장 도착. 형장 경계병력은 보병 제7연대 1개 소대.

07:40. 사망 확인 

10:30. 사형장 남쪽 3km 가나자와시 노다野田산 시영공동묘지 북측 통행로에 2m 깊이로 미리 파놓은 사각 구덩이에 시신을 밀어넣고 평장으로 매장. 시신을 화장했다고 발표. 

19460306. 일본 옥에서 나온 박열, 이강훈, 서상한의 주도로 유해 발굴. 목관과 구두, 처형 당시 형틀 발견. 

19460515 09:00 부산항. 맥아더 사령부 소속 군함에서 유해 하선. 
‘동지, 그대가 그토록 바라던 해방된 조선 땅이오.’(대한순국열사유골봉환회 서상한) 
‘나요, 백범이오. 이제야 돌아오셨구려.’(김구)

19460615. 순국선열합동추도식(부산공설운동장)으로 가는 추모행렬 맨앞에 조화를 든 검은 치마에 흰 블라우스를 입은 여자 중학생 두 명, 바로 뒤에 십자 모양 처형 형틀을 든 흰 바지에 검은 교복을 입고 교모를 쓴 남자 중학생 두 명. 길 양켠에 길게 도열해 있는 국민학생들. 비에 젖은 만장 십여 개. 당일 폭우. 우산 쓴 사람은 한 명도 없었음. 

19460429 13:00. 윤봉길의사의거기념식(서울운동장). 

19460616. 해방자호(임시특별열차)에 실린 삼의사 윤봉길, 이봉창, 백정기의 유해 서울역 도착, 태고사(조계사)에 안치, 빈소 설치. 

19460707. 광복 이후 첫 국민장 엄수, 효창공원 묘역에 안장. 

▲ * 19460426. 김구, 충남 예산 덕산 시량리 방문, 사진 촬영. 왼쪽부터 김구, 윤황, 김원상, 배용순, 윤종.

1932년 12월 19일 07:27 처형 당한 사람은 윤봉길이었다. 백범 김구는 의거 14주년이 되는 광복 이듬해 4월26일 윤봉길 생가를 방문했다. 자신이 기획한  명령을 수행하다가 생을 바친 수하 동지의 집이었다. 윤동지의 부모가 살아있었고, 아내 배용순, 동지의 아들 윤종이 그를 맞았다. 
그날, 김구는 어떤 심정으로 예산으로 향했을까. 
‘제가 윤동지를 홍커우공원으로 보낸 김구입니다.’ 혹은 ‘윤동지의 유해가 환국하고 있습니다.’ 또는 ’사흘 뒤에 서울에서 의거기념식이 있습니다.’ 
그날, 무슨 말을 해야 했을까. 서울에서 예산으로 내려가는 동안 김구의 가슴은 윤봉길이 홍커우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의 마음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다른 몸이면서 한 몸이었을 두 사람, 윤봉길과 김구. 
그날, 김구의 심정으로 헤아리면서 12월19일 어름을, 또 4월29일 즈음을 맞고 보내야 하리라. 이것이 역사에게로 다가가는 산 자의 숨결일 게다. 

▲ 사진은 1932년 윤봉길 의사가 한인애국단에 입단하는 모습(독립기념관 소장). <사진제공=국가기록원/뉴시스>

참고로, 5년 전 12월19일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선거에서 이긴 후보는 일제 관동군 장교의 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