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SNS 등에서 네티즌들의 공감을 사며 인기를 모은 강연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가 일부 교회와 교인들의 항의로 성소수자 강연을 비공개 처리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손아람 작가 등 강연에 참여한 다른 출연자들이 연대의 표시로 자신들의 강연 영상 또한 내려달라고 요구하자, 세바시 제작진은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 활동가 강동희 씨 강연 영상 재공개를 결정했다.

세바시 측은 27일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강동희 씨의 <성소수자도 우리사회의 분명한 구성원입니다> 강연을 원래대로 공개한다”고 전하며 “세바시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모든 차별과 폭력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강연은 <주식회사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 기획하고 제작했으며, 세바시 소유의 동영상 채널을 통해서만 공개한 것임”을 밝히면서 “세바시는 다른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대신하고 있지 않다”고 분명히 했다.

강동희 씨의 강연 내용에 대해서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소수자, 약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폭력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하며 “이 내용을 두고 세바시와 모든 세바시 강연자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체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포함한 강력한 대처를 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바시 구범준 대표도 SNS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그는 “이 일로 CBS가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세바시를 응원하고 믿어줬던 분들에게 잠시 동안이지만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편, 성소수자 강연 동영상이 비공개 처리됐을 때 가장 먼저 문제 제기에 나선 손아람 작가는 강동희 씨 강연 관련 세바시 제작진과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세바시 녹화 당일, 강동희씨 출연 결정이 어떻게 가능했냐는 질문에 제작진은 어깨를 으쓱하며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했지요’라 대답했다”고 전하면서 “강동희 씨 영상이 내려갔을 때는 ‘제작진 전부 사직하더라도 그 영상은 복구시켜놓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들은 영상을 복구시켰다”고 설명했다.

손 작가는 제작진의 이 같은 조치는 “단독 행동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독립된 법인이지만 세바시의 주요 지분은 여전히 기독교 자본이 소유하고 있다. 사람들은 항의의 말을 냈을 뿐이지만, 제작진은 직업을 걸고 경이로운 결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손 작가는 “제작진에 해임과 감봉 등 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며 “강동희 씨가 보호받았고, 강동희 씨의 영상이 보호받았듯이 세바시 제작진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진에 신변상의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CBS에 대한 연대 보이콧이 뒤따라야 한다”며 “보상의 문제가 아니다. 이 일은 앞으로 발생할 유사 사건에서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투덜댄 뒤 금방 잊지만, 자본은 절대로 잊는 법 없이 조용히 기다렸다가 복수한다’는 교훈을 남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