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일본정부를 향한 ‘사과 요구’는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309번째 수요집회가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15일 진행됐다. 

이날 집회는 수요집회를 주최하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27살 생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자리라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무대에 오른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는 “지금으로부터 27년전 11월 16일 정대협이 태어났다”며 “그때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여성들, 시민들은 함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정부에게는 ‘범죄를 인정하라’ ‘진상을 규명하고 모든 자료를 공개하라’ ‘공식 사죄하라’ ‘법적 배상하라’ ‘역사교과서에 기록해 교육하라’ ‘추모비와 사료관을 건립하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이렇게 7가지 요구를 외치면서 이곳 평화로에서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7가지 외침, 요구를 반복하고 있다”며 “가해국인 일본정부가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범죄라는 것도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문서를 공개하고 진상을 규명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이 문제가 국가의 책임에 의해 저질러진 국가의 정책으로 또 조직적으로 체계적으로 집행된 범죄인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무엇보다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간 증거가 없다, 그렇게 일본정부의 책임을 부정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초등학생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잊지 않을께요’ ‘진실된 사과가 진정한 사과’ 등의 문구가 쓰여진 손피켓을 들고 자리를 함께했다. 

무대에 오른 6학년 여학생은 할머니들께 드리는 편지를 통해 “책을 읽고 역사시간에 공부하다보니 할머니들의 마음을 잘 알게됐다”며 “할머니들께서 저같이 어린 나이에 낯선 나라로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으니 정말 무서우셨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는데 마음이 뭉클하고 할머니들께서 계속 힘든 시절을 보내오셨다는게 너무 끔찍했다”고 말했다.

또한, “저도 할머니께서 일본에게서 진정어린 사과를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할머니들의 노력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할머니 옆에는 우리가 있어요”라는 따뜻한 말도 잊지 않았다.

한편, 이날 본격적인 집회에 앞서 지난 11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故 이기정 할머니에 대한 묵념의 시간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