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바레인 출국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귀빈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해 재임시절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관여 사건과 국정원의 정치관여에 직접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군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댓글 공작 지시 의혹과 관련 12일 “군과 정보기관의 조직이 무차별적‧불공정하게 다뤄지는 것은 우리 안보를 더욱 위태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바레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외교, 안보에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6개월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적 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정치보복’을 언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짧은 시간 발전하는 동안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에 부정적인 것을 고치기 위해 긍정적인 측면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며 “부정적인 측면은 개혁해 나가되 긍정적인 측면은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은 발언 중 크게 기침을 두번 하기도 했다. 새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이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일부 기자들이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과의 사이버사 활동 지시·보고 여부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이 전 대통령은 “상식에 벗어나는 질문하지 말라, 상식에 안 맞는다”고 쏘아붙였다. 

이명박 “군·정보기관 불공정하게 다뤄 안보위기”…이동관 “도끼 드는 것은 안보 위태롭게 해”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보충해 말하겠다”며 “이 전 대통령을 같이 모시고 일했던 사람들의 상황에 대한 인식”이라고 밝혔다. 

적폐청산에 대해 이 전 수석은 “잘못된 것이 있다면 메스로 환부·종양을 도려내면 되지 전체 손발을 자르겠다고 도끼를 드는 것은 국가 안보 전체에 위태로움을 가져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댓글 작업은 북한의 심리전이 날로 강화되는 주요 전장에서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사이버사 인력) 증원 허가를 한 것”이라며 “문제 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수석은 “어떤 정부가 댓글 달라고 지시를 하겠나,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가 그렇게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며 “시시콜콜 그런(댓글공작) 지시하고 보고받은 일 없다, 분명히 말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바레인 출국에 대해 이 전 수석은 “한국의 성장 비결을 가르쳐달라고 외국 정부에서 정식으로 초청해 가는 것인데 출국금지 시키라는 요청은 안타깝다”며 “대한민국의 품격과 국격을 지키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정청래 “MB발언 해석 ‘내가 지은 죄 처벌하면 정치보복, 날 괴롭히지마’”

이같은 입장 발표에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차라리 살고 싶다, 살려달라고 솔직히 얘기를 하라”며 “웬 변명과 투정이 이리도 심한가”라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MB가 ‘감정풀이나 정치적 보복이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국민은 ‘의심’이 아니라 ‘합심’하여 적폐청산을 지지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민 의원은 “‘한 국가를 건설하고 번영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파괴하고 쇠퇴시키는 것은 쉽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이명박근혜 10년에 대한 가장 정확한 자화상으로 들린다”면서 “국격은 떨어지고, 부패는 살찌우고, 국민은 핍박받았던 10년이 아닌가?”라고 반격했다.

이어 민 의원은 “바레인에서 지체하지 말고 돌아오라”며 “국민들 특공대 조직해서 중동 모래바람 맞게 하지 말고”라고 촉구했다.

정청래 전 민주당 의원은 “MB 주장의 핵심은 불의불법을 덮자는 것”이라며 “다 내 책임이다는 말을 못하는 비겁쟁이”이라고 비판했다. 

정 전 의원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이다”며 “범죄는 단죄돼야 하고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자신의 집권시절 자행된 각종범죄에 책임지는 자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의 ‘공항 성명’에 대해 “나 지금 엄청 불안하고 떨고 있다. 나 지금 나가서 할 수만 있다면 돌아오고 싶지 않다. 그래도 내가 전 대통령인데 내 허물을 묻지 마라. 내가 지은 죄를 처벌하면 그건 정치보복이다. 날 괴롭히지마”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