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일선 학교에 19대 대선, 탈원전, 5‧18광주민주화운동 등 특정 주제에 대한 수업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 따르면, 교문위 소속인 나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 대상인 전국 16개 교육청(충북도 교육청 제외)을 통해 일선 초‧중‧고에 올해 1~10월 실시한 사드배치, 탈핵‧탈원전, 노동절, 5‧18광주민주화운동, 6‧15남북공동선언, 19대 대선과 관련된 수업사례, 교재와 지도안 등을 18까지 교육지원청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 외에는 제출 대상이 아니라고도 못 박았다.

▲ <자료제공=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공>

이에 전교조는 논평을 내고 “나경원 의원이 국감용 자료 목록에 ‘사드배치’, ‘탈핵·탈원전’, ‘5.1 노동절’, ‘5.18’, ‘6.15 남북공동선언’, ‘19대 대선 혹은 공직선거법’을 특정하여 열거한 것은 나 의원 자신의 편향된 이념과 가치관을 그대로 드러내줄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나 의원은 자신의 이념적 잣대를 기준으로 전교조 교사들이 불순한 특정 이념을 일방적으로 주입, 학생들이 이에 세뇌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러한 이념 주입식 교육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정부에 의해 강요되었던 것이지 민주화 이후의 학교에서는 가능하지 않으므로, 오늘날 국정감사 주제로 설정한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나 의원은 친일·독재에 편향된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에 찬성했던 인물인 만큼, 소위 ‘교육 자료의 편향성’에 대해 논할 자격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불순한 ‘교육 사찰’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중립성을 훼손하는 묵과할 수 없는 정치행위”라고 비판하며, 교육부와 교육청에 자료 제출을 학교에 강요하지 말고 일부 의원들의 교육에 대한 정치적 간섭에 당당히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나 의원 측은 이는 단순히 계기교육 실태를 파악해보기 위한 것으로,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문화재청 국정감사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온라인상에서도 나 의원 측의 특정주제 자료제출 요구에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근행 MBC 피디는 페이스북을 통해 “일제하 교육칙어 검열하듯 하는 이 행태. 정말 한심하다”고 질타했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일종의 사상검열이다”, “정치인이 정치인 신분과 자격으로 자료 요구해놓고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고?”, “수업검열. 교사 수업권 침해. 교사 사상검증 시도”, “그런 교육 했으면 어쩌려구?”, “정치인이 국회의 권력을 이용해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침해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되는 일이다. 교묘하게 민주주의 교육을 방해하는 행위로 교사들은 해당 자료제출을 거부해야 한다”, “70년대 유신시대냐. 교육검열하게”, “다 정치관련 물음인데. 누굴 까막눈으로 아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