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류여해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언급하고 홍준표 대표가 “너무 오버하면 기사 안 써준다”며 제지하는 상황에 대해 17일 여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류 최고위원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된 것이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전 국민 앞에서 저와 함께 무제한 공개 토론할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홍 대표는 “대통령이 토론해주겠나?”라고 반문했다.

류 최고위원은 굴하지 않고 “문 대통령이 임명 부동의라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고 신속하게 새로운 헌재 소장 후보를 국회에 추천하지 않는다면 헌법과 법률 위배가 명백하다”며 “다시 이야기하지만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탄핵을 언급했다. 그는 “헌법 위의 대통령, 절대 하지 마시길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홍 대표는 “기사 안 써준다”며 “너무 오버 액션 하지 말라”고 제지했다. 류 최고위원은 웃으며 “안 해줄까요? 좀 써줘야 되는데..”라고 응수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박근혜 전 대통령은 1700만여명 시민들의 촛불과 234명 국회의원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됐다. 파면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의 최고위원이 새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하고 대표가 “기사 안 써준다”는 이유로 막아선 것이다.

류 최고위원은 건국대 법학과에서 학사를, 이화여대 법과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독일 예나 대학에서 형사법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회사무처 법제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내다 수원대 법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 <사진출처=YTN 화면캡처>

이에 대해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유한국당에서 황당한 주장을 넘어 묵과할 수 없는 막말을 내놓았다”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는 ‘막말 잔치’와 ‘아무말 잔치’의 경연장인가?”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자유한국당은 정치 언어에 금도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며 “탄핵이라는 단어가 자기 주머니속의 공깃돌 만지듯이 아무 때나 꺼내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헌법재판관 전원이 헌재소장과 재판관의 조속한 임명을 요청한 것에 대해 박 수석부대표는 “당연하다”며 “청와대도 이미 밝힌바 있듯이 공석중인 헌법재판관 1인의 추천을 조속히 서둘러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박 수석부대표는 “문제는 국회에서 선출돼 자격을 갖춘 김이수 헌법재판관이 지난 3월 헌재 스스로 권한대행으로 선출했다는 점을 고려해서 대통령이 소장으로 지명했는데 야당이 국회 추천 몫을 지명했다는 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또 대통령이 차기 소장으로 자기 사람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둥, 나아가 사상이 의심스럽다는 둥 오로지 정략적 접근과 발목잡기로 부결시키면서 이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헌법재판소법에는 대통령이 추천한 헌법재판관만을 소장으로 지명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임기 중인 헌법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지명한 경우 그 임기가 새로 시작하는지 기존 임기로 끝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법 문제를 지적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이런 상태에서 누구를 추천하더라도 야당은 또 발목잡기를 할 것”이라며 “그러면 아예 소장을 새로 지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우선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해 국회 인준을 받은 후 다시 소장으로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지, 재판관을 지명하면서 동시에 소장으로 지명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법 문제를 짚었다.  

박 수석부대표는 “간단한 상황이 아니다”며 “해결하려면 법을 명확하게 개정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지난 6월7일 인사청문회 당시에도 논란이 있었지만 그후 국회가 손을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수석부대표는 “야당에 제안한다”며 “지금 국회에는 관련된 법안이 18건이나 제출돼 있다, 조속히 논의에 착수해 논란의 소지를 국회가 없애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국회 본연의 임무인 법안 처리에는 소홀하면서 대통령에 딴죽을 걸고 헌재 내부의 권한대행 추천에 대해서까지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할 일은 해놓고 남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정중히 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말했다. 

▲ 헌법재판소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국감장에서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