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와 관련한 여론공작을 벌인 정황이 드러났다는 내용의 언론보도와 관련, 당사자인 정대협이 ‘분노에 찬’ 성명을 발표했다.

▲ (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정대협은 11일 성명을 내고 “여론몰이와 추악한 정치공작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저버리고 국민을 호도하며 시민사회에 재갈을 물린 박근혜 정권의 과오와 적폐가 또 한번 드러난 것”이라며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일 것이기에 우리의 절망과 분노는 끝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이날 <노컷뉴스>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월 4일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이행 및 대책(안)’이라는 이름의 문건에 “대다수 국민이 위안부 문제 뒤에 있는 정대협 등 비판세력들의 실체를 잘 모르는데, 국민들이 그 실체를 낱낱이 알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돼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노컷뉴스>는 “지난해 1월 24일에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도 정대협 등 위안부 할머니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를 겨냥한 대목이 나온다”며 그 내용을 보도했다.

이 문건에는 “정대협 등이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1.30 예정)를 추진한다는데, 일단 로우키(Low-Key) 기조를 유지하면서 위안부 할머니 대상 설득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참여단체의 실체가 언론에 자연스럽게 노출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는 것.

또한, “박근혜 정부가 해외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낙상 사고를 여론공작의 수단으로 활용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 지난해 4월 낙상사고 치료를 위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송된 하상숙 할머니.<사진제공=뉴시스>

지난 8월 세상을 떠난 故 하상숙 할머니는 중국에서 거주하던 지난해 2월 계단에서 넘어지면서 갈비뼈가 폐를 찌르는 중상을 입었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4월 1일 보도자료를 내고 하상숙 할머니 진료를 위해 현지에 국내 전문 의료진을 파견한다고 밝혔다.

해당 보도자료에서 여성가족부는 “하 할머니께 병원비 3000만원을 이미 지원해 드렸지만 여전히 할머니 측의 치료비 부담이 과중하고 국내 이송치료를 희망하는 만큼 가급적 국내로 모셔 최상의 의료지원을 펼친다는 계획”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하 할머니는 결국 귀국해 치료를 받았고 당시 강은희 여가부 장관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병상을 찾았다.

이와 관련, <노컷뉴스>는 “정부의 대응에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 4월 1일에 작성된 '비서실장 지시사항' 문건에서 나온다”며 “해당 문건에는 ‘최근 사고로 중태에 빠져 있는 중국 거주 위안부 할머니에게 정부가 전문 의료진을 파견하고 건강상태를 확인한 후 국내이송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인데, 이러한 정부의 노력을 홍보할 필요’라고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내용과 관련, 정대협은 “지난 27년 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온 정대협이 박근혜 정권의 정치공작으로 입게 된 상처와 고통, 그리고 누구보다 실망과 좌절이 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둘러싼 모든 진실과 진상을 낱낱이,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문건 작성 시기의 책임자인 이병기·이원종 전 비서실장을 직권남용으로 고발할 것이며 추가적인 진상이 드러나는 대로 민형사적 대응을 검토할 것임을 밝힌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예상하고 있던 것과 실제로 드러난 것을 알게 된 것이 이렇게 내 심장에 차이가 있구나...당해본 사람들은 알거야”라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