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호남권 SOC(사회간접자본) 예산 삭감을 명분으로 제기한 ‘호남홀대론’과 관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 홀대가 아니고 호남 환대”라며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다만, 국민의당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 27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 전남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한 추미애 대표.<사진제공=뉴시스>

추미애 대표는 27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전남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석해 “호남예산 홀대라고 그러는데, 들어보셨다시피 다른 지역은 팍팍 깎이는데 호남은 가급적 지키려 애썼다”며 “호남 홀대가 아니고 호남 환대”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영남·호남 할 것 없이 전국적으로 SOC 예산이 줄었다는 점은 모두 잘 이해할 것”이라며 “그러나 추진 계획과 이월액을 감안해 내년도 사업을 수행하는데 지장 없는 수준으로 예산이 편성되었다는 점을 강조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SOC 사업은 단기적으로 끝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연 차별 소요예산에 차이가 있고 일부 사업은 내년에 설계비 정도만 진행 될 예정이라 편성 예산이 상대적으로 적게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이미 광주 도시철도, 광주-완도 간 고속도로, 남해안 철도 등 주요 현안 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 계획을 준비 해 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 혹시라도 부족한 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면밀히 살펴보겠다”며 호남민심을 달랬다.

이에 앞서 국민의당은 문재인 정부의 호남지역 SOC 예산 삭감을 비난하며 ‘호남홀대론’을 제기한 바 있다.

일례로 안철수 대표는 지난 7일 광주 송정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때도 광주정신 계승을 외치는 자리에서 호남고속철 2단계 조기완공을 공약했다”며 “3000억을 신청했더니 154억만 주겠다고 한다. 95%를 깎은 것이다. 이 예산으로는 토지보상은커녕 설계착수도 어려울 것이다. 아예 하지 말라는 소리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난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다음날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문 대통령은 호남에 인사폭탄은 때리지만 예산폭탄은 영남으로 때리고 있다”며 “영남에서는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은 SOC예산 3,053억을 책정해 놓았는데, 귀신이 배정을 해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광주 SOC 예산은 작년 예산에 비해 53.7%, 전남도는 15.8%가 감소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추 대표는 “민주당은 호남을 뿌리로 여기며 예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호남 발전은 얼어붙은 민생 속에서 차별 없는 상생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민주당의 기조와도 연결 된다”고 밝혔다.

또한, “작년에는 제1야당 대표로 호남 비전위원회를 만들어서 2017년도 예산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겼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각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수천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주셨다”며 “호남을 향한 민주당의 진심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드렸듯이 올해에도 여전히 그 약속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오늘 예산정책협의회도 광주, 전남의 현안사업들에 대해 청취하고 당이 함께 검토해서 내년도 예산에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자리”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 광주-대구 내륙고속철도 건설을 비롯한 광주 현안사업, 호남고속철 2단계 사업, 광주-완도 간 고속도로 건설 등 전남도가 역점을 두고 있는 주요사업 그리고 광주시와 전남도의 국고지원 요청 사업 등의 현안이 있는 것으로 잘 알고 있다”며 “당도 광주, 전남의 지역발전과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주요현안과 주요사업들을 꼼꼼히 챙겨 보겠다”고 말했다.

▲ 지난 8일 광주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이날 추 대표와 우 원내대표의 모두발언에는 ‘국민의당’도 ‘안철수’도 등장하지 않았다. 호남민심 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도 국민의당에 대한 공세를 펼치지 않은 것.

이를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 이후 조성된 국민의당과의 ‘해빙 무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을 감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타난다. 

한편, 이날 발언 초반에 추 대표는 “호남 민심은 며느리에 대해서 굉장히 포시랍게, 따뜻하게 대해준다”며 “‘열일’하는 며느리 구박 안하는데 요새 달라졌나요? 안달라졌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호남 며느리’임을 강조한 셈. 대구 출신인 추 대표의 남편은 전북 정읍 출신의 서성환 변호사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에게도 광주는 정치적 고향과 같은 곳이다. 지난 1981년 광주학살 진상규명을 요구하다 구속 수감되어 3년 감옥살이를 했다”며 “그 이후부터 정치인 우원식의 꿈은 광주정신을 이어 받아 민주주의와 인권이 만발하며, 힘없고 서러운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광주와의 인연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