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2월2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국정홍보처 제공, 뉴시스>

이명박 정권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전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해 “문체부 내부에 지원 배제 명단이나 특혜 문건은 없었다. 당연히 만든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25일 보도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문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문화예술계를 겨냥한 그런 리스트는 없었다”며 “요새 세상(정권)이 바뀌니까 그러겠구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배제하거나 지원을 한다는 게 누구를 콕 집어 족집게처럼 되는 일이 아니다”며 “당시 지원 현황 같은 것을 보면 금방 나올 일이다. 우리는 그런 차별을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의 인터뷰는 21일 통화로 이뤄졌다. 

유 전 장관은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에 발탁돼 2011년 1월까지 3년여 동안 장관직을 수행했다. 

앞서 국정원 개혁위원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한 2009년 2월부터 2013년까지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연예계 인사 82명의 리스트를 작성해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등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한 사실을 밝혔다. 

또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친정부 성향의 연예인들을 인위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화이트리스트’도 만든 정황을 파악했다. 

연극무대로 복귀하면서 유 전 장관은 2013년 12월2일자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좌파 정권 10년에서 다른 기조로 바꾸는 역할도 (이명박 정부가)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최보식 선임기자의 “문체부 장관에 취임해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기관장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스스로 물러나는 게 순리’라고 말해 논란이 됐지요?”라는 질문에 유 전 장관은 “정책도 새로 짜고 집행해야 하는데 그 사람들이 앉아있으니 잘 안 굴러갔다”며 “기자들이 질문하기에 ‘나라면 그 자리에 안 있을 거다. 그 사람들은 자존심이 세 붙잡아도 안 있을 거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의 “문화예술 영역에서는 여전히 좌파가 힘이 세지요?”라는 질문에 유 전 장관은 “대다수는 정치적인 것과 무관하고, 좌파는 목소리가 클 뿐”이라며 “물론 예술 자체가 진보적 성향이 있지만 특정 집단이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작품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공산당이 예술을 그렇게 도구로 쓰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유인촌, 역시 연기자라 연기를 잘 하는 듯”이라며 “MB 연예인 블랙리스트 딱 잡아떼며 뻘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정권이 바뀌었으니 그러려니 한다나?”라며 “82명 피해 연예인이 두 눈 시퍼렇게 살아있거늘. 제발 최소한의 양심은 갖고 삽시다”라고 비판했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유인촌이 나를 웃겼다”며 “그럼 왜 그가 문체부 장관일 때 문화예술인들이 ‘유인촌 장관 퇴진운동’을 벌였을까?”라고 반문했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뻔뻔하고 파렴치”하다면서 “이명박의 앞잡이로 문화예술인 탄압의 선봉장 역할을 했으면 석고대죄라도 해야 정상인데 나몰라라?”라고 질타했다. 이어 “검찰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등에 유인촌 관련 여부도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는 “장관 때 욕설에 막말에 반말한 거 생각난다. 웅 기다려”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2008년 국정감사 당시 사진기자들에게 “사진 찍지마, 아 씨, 성질 뻗쳐서 정말 XX 찍지마”라고 욕설을 한 일화로 유명하다. 

당시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장관, 차관, 공공기관 낙하산 대기자들은 이명박 휘하이자 졸개들,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 사기극의 가해자”라고 폭언을 하자 유 전 장관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했다. 

그는 고흥길 문방위원장에게 “위원장님 너무합니다”라고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막아달라고 요구했고 이 과정을 담기 위해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자 촬영을 제지하며 욕설을 했다.

▲ 2008년 10월24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정감사장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거친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출처=YTN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