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 모자보건, 영양지원사업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심의, 의결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인해 남북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정부는 이번지원은 현금이 아닌 현물 지원사업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용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 21일 열린 제 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사진제공=뉴시스>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21일 조명균 통일부 장관 주재로 제 286차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이하 교추협)를 열고 유엔아동기금(UNICEF)과 세계식량계획(WFP)의 북한 모자보건, 영양지원사업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안)을 심의, 의결했다.

교추협은 이날 북한 주민이 인도적 상황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분리해 지속, 추진한다는 기본입장에 따라 이들 국제기구의 대북지원 사업에 대한 800만달러 공여방침을 의결했다. 다만, 실제 지원 시기와 규모는 남북관계 상황 등 전반적인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WFP와 UNICEF는 각각 금년 5월과 7월, 우리 정부에 공여를 요청한 바 있다. 통일부는 “이번 지원으로 북한 아동의 질병예방, 영양실조 아동의 치료, 임산부의 영양 강화 등을 통해 북한 취약계층의 인도적 상황이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 정부가 인도적 대북지원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안보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귀를 의심케 하는 계획이자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전 대변인은 “북한에 대한 퍼주기 정책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오늘날 우리의 운명을 한 치 앞도 알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든 사실에 대한 뼈저린 반성조차 아직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돈이나 북한 핵개발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아이와 여성, 취약계층에 대해 (지원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 의원은 “미국도 UNICEF를 통해 이번 9월 100만 달러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기구는 ‘접근 없는 지원은 없다’(No Access, No Assistance)는 엄격한 투명성 기준에 따라 평양에 상주 사무소를 두고 정기적으로 지원 시설을 무작위로 방문하는 등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지원은 현금이 아닌 현물 지원, 아동‧임산부용 의약품, 영양식 등의 품목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전용 가능성이 없다”며 “향후 국제기구의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지원 물자가 지원 대상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사업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 20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평화올림픽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서 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사진제공=뉴시스>

한편,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오후(현지시각)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열린 ‘평화올림픽을 위한 메트로폴리탄 평창의 밤’ 행사에 참석, 연설을 통해 “대한민국과 평창은 어렵지만 가치있는 도전에 나서려고 한다. 그것은 북한이 참여하는 평화올림픽을 성사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 긴장이 고조돼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평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 남북이 함께한다면 세계에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IOC와 함께 인내심을 갖고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