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이 감돌고 있다’는 표현은 이럴 때 사용하는 듯 하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각각 인준 통과와 인준 부결을 위한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캐스팅 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받는 국민의당 의원들의 표심은 아직도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20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사진제공=뉴시스>

20일 진행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협조를 야당에 요청하는 당 지도부의 ‘절절한 호소’가 이어졌다.

추미애 대표는 “(김 후보자에 대한) 모든 검증은 끝났고 그 어떠한 흠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바이다”며 “국회는 국민의 염원인 사법개혁과 사법부 독립을 이룰 적임자인지를 우선적으로 판단해 주시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야당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간곡히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다시 한 번 야당에 호소한다”며 “헌재소장과 대법원장 동시 공석사태는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며 이로 인한 사법부의 혼란은 예단하기 어렵다. 그 어떤 이유로도, 국민이 피해를 보는 사법수장 공백상태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야당 의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우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아는 분 한분 한분을 직접 찾아 뵙고 이야기를 하면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국회의원이기도 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예정됐던 미국 출장 일정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주(고용노동부), 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 등 국무위원으로 차출된 의원들도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표결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우택 “본인상 빼고는 전원 참석해 부결시켜 달라”

반면, 자유한국당은 ‘부결’에 당력을 집중할 태세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본인상(喪)을 빼고서는 전원이 참석해서 이것(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다른 당 의원들에도 상임위를 통해, 또 친소관계를 통해 설득해주실 것을 강력히 호소 드리면서 내일 투표에 꼭 임해주셔서 내일 결과가 부결로 나올 수 있도록 꼭 도와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20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정우택 원내대표.<사진제공=뉴시스>

‘원외인사’인 홍준표 대표도 “한, 두명의 개인적인 학연이나 지연으로 찬성하는 의원들이 있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학연이나 개인적인 의견으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지난번에 헌재소장(후보자 임명동의안) 투표날 5명이 불참한 것을 보도를 통해봤다”며 “지난번에는 5명이 안했는데도 부결됐는데 이번에는 전원 참석할 수 있도록 의원 여러분들이 비상한 각오로 투표에 임해주시기 바라고 우리가 결집된 모습으로 당론투표를 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공식적으로 ‘부결’을 당론 채택했다.

자유한국당이 이렇게 단단히 표 단속에 나서는 것은 민주당이 그만큼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평가다.

지난 11일 ‘김이수 부결사태’의 아픔이 남아있는 민주당으로서는 김명수 후보자까지 인준에 실패할 경우, 향후 정국 주도권을 쥐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개혁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과제 관련 입법에 있어서 당분간 야당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우원식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거센 책임론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이 주장하는 문재인 정부 ‘인사 참사론’에 힘이 실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단순한 인준절차를 넘어 ‘정국주도권 향방’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표결이기에 40석의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표심은 더욱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당론으로 찬반 여부를 정하지 않고 ‘자율투표’ 원칙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개표함을 열어볼 때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가 이날 국민의당 의원 40명을 대상으로 전화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의원 중 11명이 ‘찬성’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는 1명이었다. 일견 찬성의견이 우세해보이지만 문제는 20명의 의원들이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 한 표가 인준여부를 가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총력을 다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20일 더불어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장을 지나가는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사진제공=뉴시스>

한편, 김종대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당을 향해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를 낙마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우리가 20대 국회의 결정권을 쥐고있다고 기고만장하다가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자 후보자는 훌륭한 인물인데 대통령 때문 운운하며 정략적 행태를 스스로 폭로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민들은 국민의당의 ‘새정치’가 새가 되어 날아가버린 것 아닌가라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며 “지금도 지도부는 의원들의 자율 운운하고 의원들은 다수가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고 하는데 국민의당이 지향하는 바가 도대체 무엇인가 자문하고 국민들에게 분명히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을 향해 “정략적 이유로 김명수 대법원장의 인준을 거부함으로써 사법부를 수장 공백상태로 만들고 사법개혁을 가로막는 삼권분립 부정행위에 대해 국민들은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내일 본회의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반드시 인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