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 된 가운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이어 또다시 국회 인준의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에서 냉담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이수 부결사태’ 이후 자당을 향해 격한 반응을 쏟아냈던 여당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소속의원 자율투표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 인준여부에 대해 확답을 내놓고 있지 않다.

물론, 국민의당이 결정해야 될 문제이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개개인의 의사는 존중돼야 하지만 양승태 현 대법원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이수 사태 시즌 2’가 현실화될까 전전긍긍하는 여당으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는 상황. 이에 여당은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늦어질 경우, 자칫 ‘사법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어필하는 분위기다.

▲ 지난 13일 국회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사진제공=뉴시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15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김이수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당의) 우려에 대한 답변 내지는 토론 없이 민주당은 밀어붙이듯 당론으로 표결에 임했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우리편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패권적인 식에 기초해서 ‘적폐연대다’ ‘땡깡부리기다’ 이런 식으로 왜곡된 비난을 하고 있는데 저희의 정당한 문제제기와 결과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지 않는 자세에 대해 사과 없이는 더 이상의 협의가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에 진행자 “만약 사과를 한다고 가정하면 김명수 후보자 OK 하실거냐”고 묻자 “사과를 하든 하지 않든,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서는 저희 의원들이 진지하게 토론해서 사법개혁을 해낼수 있는지 그리고 행정부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지, 이 부분을 갖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민주당과 국민의당이나 타당과 국회 일정을 위해서는 상호협의를 해야 하는데 사과 없이는 협의의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는 당사자들끼리 모여 앉아 협의를 한다는게 의미가 없기 때문에 협의 절차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권 수석부대표는 “적격, 부적격과 관련해서 아직 결정적으로 의사형성이 돼있다고 볼 수는 없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다만, “김명수 후보자에 대해 사법개혁이 이뤄질 수 있길 바라는 기대가 큰 상황속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 (좌로부터)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과 김동철 원내대표, 권은희 원내수석부대표. <사진제공=뉴시스>

같은 당의 김경진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인준을 한다, 안한다 명확하게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닌 상태”라고 전했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은 “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 들어가기전부터 여러 가지 루트로 알아봤더니 개인적으론 여러 가지 훌륭하신 분이다, 성품도 좋고 판결도 공정하게 하신 분이라는 호평이 많이 왔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13기수인가를 전임 대법원장에 비해서 뛰어 넘은 것 아니겠나? 법원 내부에서 후배 기수가 대법원장이 되면 선배기수들은 다 용퇴하는 관행이 지금까지 있어왔다”며 “김명수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현재의 법원장들은 대부분 용퇴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 법원 전체가 초특급 인사태풍에 휘말리게 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분인데 김 후보자 같은 경우는 법원장 경험이 춘천지방법원장, 비교적 크지도 않은 조그만 법원의 법원장을 했던 경험이 전부”라며 “사법 행정 총괄 능력은 법원장을 서너 해쯤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고 그게 형성되는데 갑자기 많은 단계를 뛰어 넘어 올라가면 사법행정 능력이 검증된 건지, 재판 잘하는 능력과 사법행정 능력이 똑같다고 연결해서 볼 수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판사 출신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법원 행정처를 거쳐야만 출세할 수 있고 꽃길을 걸을 수 있는 사법 엘리트주의를 이번에는 반드시 깨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공백인 상황에서 대법원까지 공백이 돼서는 안된다”며 야당을 향해 “국민의 뜻을 받드는 신중한 결정을 해주시길 당부드린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울러 추 대표는 “유전무죄, 유권무죄라는 사법부의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를 코드인사라고 하는 것은 얼토당토 하지 않다”며 “국정원 사찰을 받고도 덤덤한 대법원장, 내부의 개혁 목소리를 찍어 누르는 대법원장을 다시 세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 1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사진제공=뉴시스>

우원식 원내대표는 “오는 25일 임기가 만료되는 양승태 대법원장 퇴임 이후에도 신임 대법원장을 임명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는 정부, 여당이 아닌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국회가 명심해야 한다”며 “현재도 대법원장 교체를 앞두고 대법원 업무의 상당부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전원합의체 심리가 중단된 상태”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명수 후보자 인준이 늦어질 경우, 후임 대법원 인선도 도미노처럼 모두 늦어지는 일까지 벌어질 것”이라며 “김 후보자 인준 지연으로 다른 대법관 후보자 제청까지 늦어진다면 재판 지연은 더욱 심각해지고 판결을 기다리는 수많은 국민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정청래 전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김이수 후보자 인준안 부결 이후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당은 국민의당”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대국민 바보선언”이라고 평가하면서 “부결에 대한 후폭풍이 있을텐데 우리가 했다는 식으로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