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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서해성] 아옌데의 깨진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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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성 작가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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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11  18:43:21
수정 2017.09.11  22:5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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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오늘이 9/11(September 11 attacks, 2001) 그날뿐인 줄 알겠지만 동시에 오늘은 미국이 칠레 아옌데Salvador Allende 정권을 무너뜨린 날이다. 9/11은 제3세계에 대한 미국의 군사개입을 상징하는 날이자 21세기가 거대한 테러로 시작되었음을 일깨워주는 날이다.

1973년 9월11일 미국은 피노체트Augusto Pinochet(1973~1990 통치) 장군을 내세워 칠레의 합법정부를 쿠데타로 붕괴시켰다. 네슬레는 분유를 구매하고 싶다는 아옌데 정부의 요구를 진작부터 거절했다. 다른 외국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칠레 사회를 궁핍으로 몰아넣기 위한 조처들이었다. 외세의 사주를 받은 자본가들은 물가인상을 조장했다.

쿠데타가 일어나자 대통령 아옌데는 권총과 칼라시니코프 AK-47을 들고 직접 전투에 나섰다가, 이윽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진보음악 Nueva Canción을 이끌어 온 가수 빅토르 하라Víctor Jara는 산티아고 스타디움에 구금되었다가 곧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집단 처형되었다.(9월16일) 에스타디오 나시오날 Estadio Nacional 경기장은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가 7만 대중 앞에서 시를 읽던 곳이다. 암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네루다는 심장마비로 죽었다.(9월23일) 민중들은 군부의 금지망을 뚫고 네루다의 장례를 공개적으로 치렀다. 훗날 피노체트는 박정희의 죽음에 조기를 올렸다는 설(월간조선 1993년 3월 호)이 있다.

   

아옌데의 안경은 오른쪽이 날아가고 왼쪽만 사망 현장에 남아 있었다. 깨진 한쪽 안경은 마지막으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짙은 검댕 자국들과 먼지 묻은 아옌데의 시선에는 그 순간이 생생하게 남아 있다. 40년 넘게 내리는 산티아고의 비로도 그 흔적을 지우지는 못하고 있다.

아옌데의 마지막을 목격한 사람은 대통령궁 의사 Patricio Guijón 박사였다. 그날 오후 7시 30분에 작성된 경찰 법의학연구소 부검결과는 두 번 연속 속사로 발사된 소총에 의해 아옌데가 사망했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피노체트 측의 보고서는 타살 가능성을 배제했다. 탄도 분석은 수행하지 않았다.

이튿날인 9월 12일 산티아고에서 120km 떨어진 남태평양 해안도시 Viña Del Mar까지 헬리콥터로 이송된 아옌데의 시신은 그곳 Cementerio Santa Inés에 묻혔다. 참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아옌데는 민주화 이후인 1990년 El Cementerio General de Santiago의 국가 영웅묘역으로 이장되었다. 이장행렬은 피노체트 체제 아래서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추모를 겸한 엄숙한 의전 아래 진행되었다. 이장될 때 부검은 없었다.

저명한 법의학자 Luis Ravanal은 2008년과 2011년 살바도르 아옌데의 사망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는 1990년 발굴로 역사적이고 법의학적인 조사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손상되었을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탄환이 뚫고 나온 지점에 남아 있을 두개골 뼈가 유해 발굴과 운반과정에서 훼손되었을 것을 우려했다. 루이스는 2008년에 총상 흔적이 자살과 일치하지 않으며 총알이 두 가지 무기에서 발사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한 아옌데의 턱 밑에서 발사된 발사체가 두부를 관통한 뒤 머리 뒤쪽에 생긴 사출구가 AK-47이나 AKMS의 특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1973년 부검 보고서를 참고로 한 주장이었다.

2011년 4월 Medical Legal Service of Chile는 Allende의 사망 원인에 대해 재조사를 책임지고 있는 Mario Carroza 판사에게 보고서를 제출했다. 부검을 위해 아예데의 관은 다시 열려야 했다. 보고서는 원래의 부검결과(1973)와 새로 진행한 (탄환 궤도와 그에 따른 충격과 관련된) 포렌식 조사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고 했다. 마리오 판사는 1973년 당시 현장을 재구성하려고 시도했고, 쿠바의 카스트로가 아옌데에게 준 AK-47 소총 또한 찾기 위해 애썼다.

   

법의학자 Luis Ravanal이 쓴 책 제목은 <ALLENDE. YO NO ME RENDIR> ‘아옌데.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이고, 부제는 ‘La investigación histórica y forense que descarta el suicidio 자살을 배제한 역사적이고 법의학적인 연구’다.

9/11에 세상을 떠난 아옌데의 죽음은 제3세계, 나아가 문명사회의 의문사로 남고 말았다. 다만, 그의 가족은 그가 파시스트와 맞서 싸우다 자결한 것을 영광스럽게 믿고자 한다. 그리고 아직 아옌데의 안경 한쪽은 깨진 채로 남아서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다.

* Victor Jara가 부르는 ‘Manifiesto’ 배경 영상 첫 장면에 대통령궁인 모네다궁Palacio de La Moneda을 공격하는 피노체트의 전투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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