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대정부‧대여 공세의 포커스를 ‘호남’에 맞추는 듯한 모습이다. 최근 호남권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이 삭감되자 이를 명분으로 ‘호남 홀대론’을 강조하고 있는 것. 이를 두고 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에서의 지지율 상승을 꾀하면서 활로를 찾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8일 광주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사진제공=뉴시스>

박지원 전 대표는 8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호남에 SOC예산을 대폭 배정하지 않은 것은 호남차별”이라고 규정하면서 “호남은 도로, 교량, 철도, 항만 시설이 기본적으로 확충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특정 지역은 지자체 예산 요청액의 90~95%를 정부가 반영해줬지만 이번 예산 편성에서 그 비율이 떨어졌다고 불평을 한다. 그러나 우리 호남의 정부예산 요청액은 항상 30~50%로 깎여서 반영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래서 그러한 모습을 이번 문재인정부가 시정해 달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호남에 인사폭탄은 때리지만 예산폭탄은 영남으로 때리고 있다”며 “영남에서는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은 SOC예산 3,053억을 책정해 놓았는데, 귀신이 배정을 해놓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광주 SOC 예산은 작년 예산에 비해 53.7%, 전남도는 15.8%가 감소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년도 예산은 7% 인상 되었는데 농업 예산은 0.04% 인상되었다. 이것은 전남 농민들에게 죽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 인 것”이라며 “해양수산 예산은 사상 최초로 0.6% 감소되었다. 이것도 결국 어부는 물론 항만 관련 종사자 전부에게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이행자 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영남, 호남 예산이 2.5배, 7배까지 차이가 날만큼 호남은 홀대받아왔다”며 “영호남 SOC예산을 공히 똑같이 삭감했다는 것이 바로 호남에겐 역차별이고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사실을 민주당은 정녕 모르고 있단 말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이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본인의 복지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광주, 전남 SOC예산을 무더기 삭감한 것은 광주, 전남의 최소한의 교통복지를 외면한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말끝마다 일자리 운운하면서 호남 SOC예산 삭감으로 중장기적 호남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씨를 말리는 행위를 자행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각을 세웠다. 

박주선 “호남 하방정치를 해라” 당 지도부에 충고

안철수 대표는 이날 광주 송정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대선 때도 광주정신 계승을 외치는 자리에서 호남고속철 2단계 조기완공을 공약했다”며 “3000억을 신청했더니 154억만 주겠다고 한다. 95%를 깎은 것이다. 이 예산으로는 토지보상은커녕 설계착수도 어려울 것이다. 아예 하지 말라는 소리와 무엇이 다른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비난했다.

이렇게 국민의당이 정부의 SOC 예산 삭감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내년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국민의당이 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사실상 존재감이 크지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남 지지율 복원은 지방선거의 성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 지표상 나타난 여당과 문 대통령에 대한 호남지지율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 7일 광주 동구에 위치한 옛 전남도청 농성장 2층 상설전시장을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제공=뉴시스>

원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다. ‘북핵 정국’에서 안보공세에 나서고는 있지만 자유한국당이 ‘전술핵 배치’ 주장 등 연일 강경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김대중 정신’을 내세우는 국민의당이 보수야당 만큼이나 강력하게 문재인 정부의 ‘햇볕정책’에 반기를 들기에는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나타난다. 이에 국민의당은 호남의 지역정서를 건드리는 방향으로 ‘존재감 부각’ 전략을 설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소속인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의 지지를 고맙게 생각하고 호남의 지지이탈을 무섭게 생각해야 한다“며 ”호남 하방정치를 좀 하라고 하고싶다. 호남에 내려가서 겸손하게 말을 듣고, 당을 홍보하고, 당의 방향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 분들이 희망을 갖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당 지도부에 충고했다.

국민의당, 갤럽 여론조사서 호남 지지도 7%에 머물러…민주당은 79%

국민의당이 제기한 ‘호남홀대론’을 두고 민주당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가 SOC예산 삭감에 대해 자극적이고 시대착오적인 호남홀대론으로 지역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대단히 무책임한 행보”라고 비판했다.

양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의 다소 방만했던 SOC예산을 줄여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대비하는 복지 등의 예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며 “마치 다른 지역의 SOC예산은 늘리면서 호남의 SOC예산만 줄인 듯이 말하면서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이제는 사라져야 할 구태적 태도”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의당과 안철수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밀어줬던 호남 민심이 왜 자신들을 떠났는가를 먼저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양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은 호남에 당의 사활을 걸 것이다. 이번 예산 삭감 공격은 전쟁의 서막”이라며 당에 “호남특위를 더 활성화 시킬 것을 제안한다. 국민의당보다 더 먼저 달려가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만나고, 더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김현 대변인은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호남지역’만 지자체 요구 대비 SOC가 축소 반영된 것이 아니라 수도권, 영남 등 모든 지자체가 축소 반영됐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의 방향을 알면서도 호남차별, 호남홀대론을 제기하는 것은 합리적 비판이기 보다는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국가균형 발전정책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정부임을 천명했다”며 “일부에서 제기하는 지역차별론, 홀대론 등 이제는 과거 방식의 지역감정 조장에서 벗어나 건전한 지역발전 정책이 추진되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료, 그래픽=한국갤럽>

한편,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8일 발표한 정당지지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전주대비 3%p 하락한 4%를 기록해 원내 5당 중 꼴찌를 기록했다. 당의 기반인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불과 7%의 지지도를 나타냈다. 반면, 민주당은 해당 지역에서 79%의 압도적인 지지도를 나타낸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여론조사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은 휴대전화 RDD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집전화 RDD 15% 포함)됐다. 총 통화 5473명중 1004명이 응답을 완료해 18%의 응답률을 보여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