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좌)과 박근혜 전 대통령(우)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6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65)이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정부 지원 배제 조치,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에 관여했다는 법정 증언이 7일 나왔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0)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2015년 1월9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호출을 받고 김종 전 문체부 2차관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다고 인정했다. 

검찰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영화 제작하는 사람이 문제다, 잘못된 영화를 보고 젊은이들이 잘못된 생각을 한다, 정치 편향적인 영화에 지원하면 안 된다, 관리를 잘 하라’고 말했느냐”고 물었고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수긍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메모한 김 전 장관의 수첩도 공개했다. 수첩에는 ‘건전콘텐츠’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 검찰의 ‘박 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적은 것이냐’는 질문에 김 전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은 이틀 후인 1월1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김상률 당시 교육문화수석을 만난 것도 시인했다. 검찰의 ‘(수첩에) 대통령이 건전콘텐츠를 철저하게 (관리)하라고 지시한 (김상률 전 수석의) 전달사항을 그대로 기재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앞서 블랙리스트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부장 황병헌)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연루된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지휘함으로써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진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판시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보수주의를 표방해 당선됐고 보수주의를 지지하는 국민들을 그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문화·예술계 지원사업과 관련해 ‘좌파에 대한 지원축소와 우파에 대한 지원확대’를 표방한 것 자체가 헌법이나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우리나라 헌법은 문화국가를 원리로 표방하고 있다,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실정법 위반만 아니면 그것을 이유로 차별하라고 돼 있지 않다”며 모순점이 극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블랙리스트 1심 재판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관련자에게 특검의 구형에서 크게 감형된 선고를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 조윤선 전 장관에게는 국회 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 석방시켰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는 징역 1년6개월,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에게는 각각 징역 1년6개월, 김소영 전 문체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