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국정원 댓글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과 관련, 국정원 출신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현재의 국정원이 민주당을 위해 그런 일을 해도 굉장히 적법하다고 판단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 <사진=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민주당 적폐청산 TF 간사를 맡고 있는 김 의원은 3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앞서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원 전 원장에 대한 법원 판결과 관련, “전 정부에 대한 보복성 적폐의 일환이라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당의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 댓글이 무슨 대선에 영향을 주었다고”라며 “5년이 지난 사건을 대통령 되고 난 뒤에도 그렇게 집요하게 보복을 하고있는지 참 무서운 정권”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김 의원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국가정보기관장이 장시간에 걸쳐 헌법을 유린하면서 조직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관여한 것이 명백하게 증명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민주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훼손한 대역죄인데 사실 죄질에 비해서 형이 너무 낮은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다”고 평가했다.

김현정 앵커가 “국정원이 민간인 동원해서 여론조작한 부분, 이른바 사이버 외곽팀이라고 불렸던 그 조직”이라며 “여기서도 선거에 개입한 증거가 나오면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추가로 기소할수도 있는 건가”라고 묻자 김 의원은 “이 건에 대해서는 일사부재리의 원칙 때문에 동일 사안으로 추가 기소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고 답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를 유린한 자가 민주주의 법질서의 보호를 받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는데 다만 댓글 사건과 관련해서도 국정원의 불법 정치활동 자금 지원이라든지 녹취록 삭제 경위 등 조사과정에서 새로운 혐의가 밝혀지면 이건 완전히 다른 사건이 된다”며 “추가로 기소해야 된다고 본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면서 “(원세훈) 전 원장이 저지른 패악 중에서 밝혀진 건 글자 그대로 새발의 피”라며 “많은 증거들도 채택이 안됐고 적폐청산 14가지 항목만 봐도 원세훈 자신이 저지른 죄 중에 극히 일부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은 것이다. 앞으로 모두 받으면 아마 오랫동안 감옥에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봤다.

김 의원은 “지금 적폐청산 14가지 항목만 봐도 벌써 4, 5가지가 원 전 원장 재임 시 일어났던 건들이고 전부 하나하나가 사회, 국가를 흔들만한 대형 사건”이라며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내부 적폐들도 얼마든지 있다. 내부에서의 패악에 가까운 인사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고통받고 그런 일도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MB(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수사가 갈거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가게 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이 든다. 불가피하게”라며 “물론 구체적인 행위가 나왔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조사대상을 제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김 앵커가 “아주 명확한 증거없이 전 대통령을 불러서 수사한다, 조사한다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고 언급하자 김 의원은 이에 동의하면서 “국정원에서 적폐청산을 위한 조사를 하다보면 결국 구체적인 증거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정원장이) 불법적이고도 조직적으로 정치에 개입했는데, 더군다나 모든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대선에 개입했는데 대통령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원세훈은 이 전 대통령의 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총애의 총애를 받으면서 4년이나 재직했는데”라며 “이런 양반이 어떤 형태든 대통령의 지시 없이 공개적 부서장 회의에서 정치적 발언을 하고 선거개입 발언을 하고 그런 보고서를 올렸는데 만약 대통령 지시없이 했다면 4년은 커녕 1년도 근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론 아닌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