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구형받고 구속돼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66) 전 국정원장이 30일 파기환송심에서 정치 개입과 선거개입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는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과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게는 각각 2년6월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원 전 원장 등은 2012년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을 동원해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돕는 등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 활동을 한 혐의로 2013년 6월 기소됐다. 

원 전 원장측은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 직후 “재판부의 판결에 수긍할 수 없고 대법원 판결을 받아보겠다”며 재상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원 전 원장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고 “상고심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선고 공판을 예의주시했던 각계 인사들과 시민들은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자 “사필귀정, 인과응보”라며 SNS 등을 통해 의견을 쏟아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필귀정”이라며 “검찰 구형량 그대로이고 지난 항소심 3년보다 상향됐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다만 이종명 전 3차장과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집행유예는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무원의 정치개입금지에 대한 조항이 공교롭게 선거법과 국정원법이 똑같다”며 “국정원법 위반이면 선거법도 위반이다. 사필귀정이다. 원세훈 감옥으로”라고 말했다. 

또 정 전 의원은 “새 정부 들어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추가 수사가 진행되자 MB정권을 비롯한 적폐세력은 어처구니없게도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국가정보기관의 선거와 정치개입에 대한 심판은 정치보복이 아니라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도 “MB와 주변세력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지만 국가정보기관의 선거와 정치개입은 독재의 유산으로 민주정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백 위원은 “원세훈 전 원장은 서울시공무원 출신으로 혼자 선거개입을 결정할 만한 정무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배후에 청와대가 있을 것이기에 검찰은 추가수사를 통해 몸통을 밝히고 다시는 국가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추가 수사를 촉구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이제는 이명박 차례다. 원세훈, 너는 추가 뜬다. 기다려라”라고 글을 올렸다. 

국정원 댓글사건 재판에 대해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심급이 지날수록 증거는 더 많아지고, 유죄의 범위도 넓어지고, 형은 더 높아지는 특이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 교수는 “아직도 심판은 미진하다. 새 증거들이 계속 나오니”라며 “국가배상, 구상권 등이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 교수는 “국정원장 때의 무소불위만큼 뒤끝이 처참한데, 한국민의 민의의 무서움과 뒤끝있음을 제대로 알았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 교수는 “원세훈 전 원장의 항소심 재판부가 훌륭했던 듯하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희생된 윤석열과 채동욱. 윤석열은 국민이 부활시켰는데, 채동욱은...”이라고 말했다. 

양지열 변호사도 “문득 지난 4년이 영화 속 장면들처럼, 거짓말 같은 순간들이 떠오른다”며 “국정원 여직원의 셀프감금, 권은희 수사과장의 폭로, 느닷없던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 논란, 윤석열 팀장의 항명파동, 정치는 개입해도 선거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판결, 이를 뒤집었던 항소심을 또 뒤집은 대법원. 윤석열의 화려한 복귀, 그리고 보석으로 풀려났던 원세훈 전 원장이 수의를 입었다”고 그간의 과정을 되짚었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재판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환영하며 이제 이명박을 비롯한 관련자 전원 구속수사해 한다”며 “국민혈세 횡령 부분까지 더해 엄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