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가 아주 우려스럽다. 코리아패싱이 실제로 일어나면 안되지 않나.”(안철수 대표)

“코리아패싱이 아니라 문재인 패싱이다.”(홍준표 대표)

국민의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대표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났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 ‘부활’한 전직 대통령 후보들간의 만남이기도 했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쿵짝’이 잘 맞았다. 안보 등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다는 점이 그러했다.

▲ 2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사에서 만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제공=뉴시스>

안 대표는 2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를 찾았다. 당 대표 취임인사차 홍 대표를 예방하는 자리였다. 이날 두 대표간의 만남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우선 홍 대표는 “우리 안 대표님이 다시 국민의당 대표로 돌아오시니 앞으로 정치가 활발해지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안 대표는 “저도 잘 부탁드린다”고 화답하며 “그렇지 않아도 안보위기, 경제 위기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 아닌가. 오늘 아침에도 북한이 저렇게 도발하고 일본까지 뒤집어 놓았다. 이런 문제는 국익과 민생 차원에서 저희도 열심히 노력해서 해결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 대표는 “안보위기에 경제위기까지 전부 겹쳐있는데 이 정부가 하는 일이라곤 사법부까지 좌파코드로 바꾸려는 것”이라며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야당이 함께 힘을 합쳐서 이 정부를 바로잡아주는 것이 저희들이 국민들에 할 수 있는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안 대표님과 힘을 합쳐서 바로 잡으려 한다”며 “앞장 서주시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안 대표는 “예전부터 그래온 것처럼 저희들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향을 먼저 정하고 만약 그 방향이 정부여당에서 제시하는 방향과 같다면 저희들은 물론 전적으로 협조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다면 철저하게 국익과 민생 관점에서 저희들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홍 대표의 ‘디스’는 계속됐다. 그는 “원전 문제만 하더라도 원자력관계법이나 에너지수급법 등 10년에 한 번씩 장기계획을 수립하는데 대통령의 행정명령, 말 한마디로 모든 법 절차를 뒤엎고 원전공론화위원회의 말만 믿고 있다. 법 절차를 따르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시민단체와 연계해서 국가 백년대계인 에너지정책을 뒤엎으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아마 (안) 대표님이 이공계 출신이니 더 잘 아실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 대표는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세부적인 실행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며 “다른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한 대안까지 철저하게 검토할 것이다. 저희들은 지난 100일 동안 쫓기듯이 중요한 결정들이 되어 온 것에 대한 문제인식을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화두는 다시 ‘안보’로 넘어갔다.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해 “레카차에 끌려가는 차 운전석에 앉아 운전하는 흉내만 내는 것”이라며 “안보정책도 좀 바꿨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언급했고 안 대표는 “외교안보가 아주 우려스럽다. 코리아패싱이 실제로 일어나면 안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홍 대표는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 문재인 패싱”이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그런 일(패싱)이 일어나지 않도록 앞으로 여러 가지 채널을 동원해서라도 외교적인 협력들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고 홍 대표는 “앞으로 (안) 대표님과 채널을 가동해서 저녁도 모시겠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홍준표, 바른정당 또 언급...‘데이트 폭력자’ 보는 것 같다”

안 대표는 홍 대표의 ‘옷차림’을 화제에 올리기도 했다. “언젠가 굉장히 화려한 옷을 입고 나오셔서 오늘도 그 옷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정장을 입고 나오셨다”고 언급한 것. 지난 27일 부산 해운대에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홍 대표가 입고 나온 빨간색 꽃무늬 셔츠를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홍 대표는 “해운대에 갔는데 거긴 여름이라 해운대 복장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대표님 자주 모시겠다”며 “대선 때도 우린 별로 싸운 일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 자주 모시면서 의견을 조율해 이 정부가 폭주기관차 같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도 “함께 여러 가지 사안을 앞으로 심도 깊게 논의하겠다”고 화답했다.

▲ 29일 자유한국당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웃으며 대화하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사진제공=뉴시스>

앞서, 홍 대표는 지난 27일 해운대 토크 콘서트에서 “국민의당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안 대표가) 회생을 했으니까 저희 당으로서는 불리한 구도가 아니다”며 “당을 부디 잘 추슬러서 수도권에서 모든 후보를 내주시면 저희들이 선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안철수 파이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홍 대표는 29일 시도당위원장 회의에서 “탈당했던 분들이 복당하는데 재심사같은 절차를 거치지 말고 바른정당 가셨던 분들이 전원 복당할 수 있도록 조건없이 받아주시기 바란다”며 “시도당 위원장님들이 책임지고 해주시길 바란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중앙당에서 직접 복당시켜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지방선거에서 단합의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날 “홍준표 대표가 바른정당을 또 거론했다. 홍 대표가 자꾸 이러니 요즘 심각한 문제가 되고있는 데이트 폭력자를 보는 것 같다”며 “말은 자유지만 바른정당을 향해 더 이상 구애성 발언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홍 대표의 시도당 회의 발언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는 논평이다.

이 대변인은 “정중히 권한다. 지나치면 폭력이다. 로맨스를 가장한 데이트 폭력”이라며 “본인에게는 사랑일지 모르나 상대방에게는 폭력이다. 본인에게는 사랑일지 모르나 상대방에게는 폭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